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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Mass Market Paperback) - 영화 '더 로드' 원작 / 2007 퓰리처상
코맥 매카시 지음 / Vintage / 2007년 5월
평점 :
아들을 가진 한 남자... 그들 곁을 떠난 한 여자... 젯빛 으로 뒤덮힌 황야 그리고 어둠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또 길... 숨고 또 숨고... 쫓고 쫓기고... 솜고 숨기고...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짐승같은 발자취를 뒤다라가며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안타깝고 아들을 사랑하는 부성애 또한 가슴이 절절하게 스며드는 마지막 장면... 이 소설을 쓴 코맥 매키시으리 정신 세계가 재빛이다. 읽어도 읽어도 젲빛 먼지는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서늘하게 하는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가 씁쓸하다.
이야기 속에서 건진 말들...
여자는 자기가 돌보는 사람들에게 위험이 닥치는 꿈을 꾸고 남자는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는 꿈을 꾼다고들 하지. 하지만 나는 꿈을 전혀 안꿔.(67p)
여자는 가버렸다. 그 차가움이 그녀의 마지막 선물이었다....아침에 소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짐을 싸서 길에 나설 준비를 하자 소년은 야영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떠난 거죠. 그렇죠? 남자가 대답했다. 그래. 늘 신중하여 어떤 터무니 없는 일에도 좀처럼 놀라는 일이 없는 사람. 그 자신의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완벽하게 진화한 피조물. 그들은 한밤중에 창가에 앉아 가운을 입은 채 촛불을 밝히고 저녁을 먹으며 멀리 도시들이 타는 것을 지켜보았다.(69p)
그는 회색 빛 속으로 걸어나가 우뚝 서서 순간적으로 세상의 절대적 진실을 보았다. 우언 없는 지구의 차갑고 무자비한 회전. 사정없는 어둠. 눈먼 개들처럼 달려가는 태양.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시커먼 우주. 그리고 쫓겨 다니며 온몸을 숨신 여우들처럼 어딘가에서 떨고 잇는 두 집승. 빌려온 시간과 빌려온 세계 그리고 그것을 애달파하는 빌려온 눈.(149p)
사람들에게 남기는 희망없는 메세지. 그 무렵 비축해두었던 식량은 모두 바닥이 났고 온땅에 살인이 만연했다. .... 저 밖의 길에서는 순례자들이 지나 굴러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저 너머 고대의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어느 이름 없는 자매 행성의 행로처럼 자취도 없고 눈에 뜨지도 않았다.(206p)
남자는 자신이 아무런 근거없이 희망을 걸고 있음을 알았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더 어두워지고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곳은 더 밝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242p)
기나긴 나날들. 길 위에 재가 날리는 넓게 트인 땅. 소년은 밤이면 불가에 앉아 무릎에 지도 조각들을 올려 놓았다. 도시와 강이름은 이미 다 외웠고, 매일 얼마나 갔는지 재보는 게 일이었다.(244p)
초승달처럼 둥글게 흰 해변을 따라 걸어갔다. 이윽고 그륻은 걸음을 멈추었다. ...죽음의 등사습곡 같았다. 하나의 거대한 소금 무덤. 의미없는. 아무런 의미 없는.(252p)
여자는 소년을 보자 두 팔로 끌어 안앗다. 아, 정말 반갑구나. 여자는 가끔 신에 대해 말하곤 했다. 소년은 신과 말을 하려 했으나, 가장 좋은 건 아버니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소년은 실제로 아버지와 말을 했으며 잊지도 않았다. 여자는 그것으로 됐다고 했다. 신의 숨이 그의 숨이고 그 숨은 세셑록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건네진다고.(323p)
독자 나름대로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읽어야 하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