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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 - 아이들과 함께하는 두근두근 독서 교실
권일한 지음 / 우리교육 / 2011년 8월
평점 :
사방으로 이어진 능선 사이로 동해 바다가 보이는 작은 언덕, 독서에 아무 관심없는 곳에서 자란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서 비로소 도서관에 갔고, 가장 좋은 스승을 책에서 만나, 구걸하며 허덕이듯 책을 찾는 행복한 책벌레가 된 삼척소달초등학교 권일한 선생님. 그가 이제는 ‘글쓰는 책벌레’가 되어 자신의 삶과 아이들의 희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행복한 책이야기를 한다. 읽는 내내 교실 현장이 생생하게 다가와 어느새 나도 지나간 교실 속으로 들어가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에 알았더라면’하는 생각에 부끄러움으로 나를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을 읽게 하는 책이 진짜 책이며 자신을 읽어내는 것은 책 한 권으로 할 수 있으며, 책이 문장과 낱말을 휘둘러 나를 깨뜨리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책은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도끼라고 말하는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자극적인 책이 좋은 책이라고 말하는 정희진의 《정희진처럼 읽기》를 뛰어넘는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생긴 감(感)이다.
그런가 하면, 한 작가의 책을 몽땅 읽으라고도 한다. 그러면 한 명의 작가를 사귀는 것이며 그의 인생관을 읽게 되고 그것은 책 한 권 읽는 수준을 넘어 ‘한 사람에게 배우는 것’으로 자신의 삶과 인생관에 스며드는 것이 진짜 독서라고 말한다. 결국 작가를 읽게 되면 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고 자신이 자란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이쯤 되면 자기 문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바로 그가 실천한 진짜 독서의 생생한 경험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이 책이다.
아이들이 쓴 글을 10만 편 이상 읽었고, 수 만 편에 답글을 써 주었고, 수천 시간 글을 다듬고, 수백 번 문집을 만들면서 저절로 관(觀)이 생겼으며, 생각을 다듬고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무엇이 부족한지 명확하게 하기 위해 글쓰기, 독서관련 책을 100권 정도 읽었더니 그제야 할 말이 생겼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으로 나온 책이다. 이 부분이 교단에서 어설픈 글쓰기와 독서활동을 지도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고 하는 이유다.
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은 나를 얼마나 읽어내게 하였으며 나를 얼마나 깨뜨렸을까? 내가 읽은 책들이 진짜 책인가? 내가 하고 있는 독서가 관(觀)이 생길만큼 관점의 차이를 발견하는 진짜 독서를 하고 있는 건가? 허영에 빠진 과시형 책읽기, 견물생심으로 즉흥적 책읽기, 친구따라 강남가는 베스트셀러 책읽기, 년간 100권을 목표삼는 억지춘향격 책읽기는 이제 그만 삼가야겠다.
작가로부터 직접 받은 책이라 감사했지만 더 감사한 것은 17년간 교실에서 아이들이 쓴 생생한 글쓰기를 소개하고, 문집으로 만든 《그루터기》와 《고사리의 꿈》을 엮은 선생님으로서의 그가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큰 감사고 축복이다. 책벌레 선생님, 당신이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