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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에서 찾은 자본주의 문제와 해법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5월
평점 :
경제학도가 아니더라도, 경제학에 관심이 있다면 또는 학창시절 배웠던 기억을 조금만 더듬더라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금새 기억이 날 것이다. 최초로 경제학과를 설립한 마셜을 제치고 그를 경제학의 아버지의 반열에 올려준 위대한 저작이다. 이 책에 언급된 '핀'이야기는 이솝우화와 같이 전해져 내려온다. '한 사람이 하루 종일 핀을 만들면 2~3개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열 사람이 분업을 하면 1인당 수 백개의 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또 하나의 더 무서운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손'에 있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조율이 되므로 정부는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골자가 된다.
이 익숙한 이야기를 뒤집어 보겠다는 것이 본서. 『애덤스미스의 따뜻한 손』 저자의 목표다. 사실 뒤집는다기 보다는 애덤스미스를 제대로 보자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국부론』 못지 않게 저명한 그의 저서는 한 권 더 있다. 『도덕감정론』. 사실 『국부론』은 애덤스미스가 26세에 쓴 저서이며, 『도덕감정론』은 쉰이 넘어 완성된 작품이다. 이 두 서적이 상반된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더 신봉해야 할 것인가. 명확한 기준을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행히도, 두 책은 상충된 의견을 내놓고 있지 않다. 저저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들이 알고있던 애덤스미스의 사상은 완전히 틀렸다. 애덤스미스의 사상을 하나씩 살펴보자.
최고의 사상가 애덤 스미스
애덤스미스가 활동했던 18세기에도 애덤스미스는 이미 최고의 사상가로 존경을 받고 있었다.
p.35
「한 번은 당시 수상이던 월리엄 피트 2세가 그를 주요한 회의에 초대한 일이 있었는데, 스미스가 방으로 걸어 들어오자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에 일어나 그가 극구 앉으라고 말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피트 수상은 '아닙니다. 선생님이 먼저 앉으실 때까지 우리는 서 있겠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당신의 제자입니다'라며 최고의 경의를 표했다.」
p.47
「스미스는 자신의 묘비명을 '도덕감정론의 저자, 여기에 잠들다'라고 해달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도덕감정론』에 큰 자부심을 가졌다. 실제 묘비명은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저자, 여기 잠들다'로 되어있다.」
만일. 국부론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이는 도덕감정론을 읽고 해결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예컨대, 이기심이 인류를 발전시킨다거나 하는 공격적인 구문에 대해서도 그렇다. 실제 『국부론』에 이러한 구문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후대 경제학자들과 강대국들의 논리에 의해 가공이 된 것이다.
당시 영국은 중상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패권국이었다. 따라서 무역에 있어 수입은 줄이고 수출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이 과정에서 특허제가 생겨났다. 현대에도 특허제가 있지만 당시의 특허제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특정 상인에게 해당 물품의 전매권을 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독점시장으로 흘러간 영국 사회의 물가는 급격하게 치솟았다. 그렇게 특허권이 부여된 물품은 700여개에 이르렀는데, 이를 막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자는 취지에서 스미스는 시장에 맡기자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이 때 부연하는 설명에서 정부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 저의를 알기 위해서는 『도덕감정론』을 반드시 병행하여 읽어야 한다.
p.52
「『도덕감정론』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고 상정하더라도, 인간의 천성에는 분명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 원칙들이 존재한다. 이 원칙들로 인해 인간은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단지 그것을 지켜보는 즐거움밖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한다. 연민과 동정이 이런 종류의 천성에 속한다. 이것은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거나 또는 것을 아주 생생하게 상상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다. 우리가 타인의 슬픔을 보고 흔히 슬픔을 느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여 애써 증명하려고 예를 들 필요조차 없다.」
이런 논리의 행간을 무시한체, 그를 이기심의 화신으로 몰아버린 것을 애덤 스미스가 안다면, 자신이 『국부론』의 저자인 것 자체를 스스로 부정할 일이다. 특히나 스코틀랜드의 자부심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p.63
「다른 사람들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무엇을 하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 타당하고 적정한가에 대한 어떤 일반준칙(general rule)을 형성한다. 타인의 어떤 행위는 우리의 자연감정(natural sentiments)을 격분하게 한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도 그런 행위에 똑같은 혐오감을 표시하는 것을 보고 듣는다. 이런 사실은 그들의 행위의 추악함에 대한 우리의 자연감정을 확인시키고, 심지어 강화시키기까지 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가은 관점에서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정확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되어 만족한다. 그리고 우리는 결코 그와 같은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어떤 이유로든 우리 자신을 다른 모든 사람들이 부인하는 대상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을 가증스럽고, 경멸스럽고 또는 처벌받아 마땅한 대상, 즉 우리가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모든 감정의 대상으로 만드는 그런 행위는 마땅히 피해야 한다는 일반준칙을 스스로 세운다.」 - 『국부론』 中
스미스가 자유무역을 주장한 이유
p.82
「1623년에 이르자, 영국 의회는 독점법(statute of monopolies)을 통과시켜, 제임스 1세가 국내에서 더 이상 새로운 독점권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왕이 특허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무역을 주장한 것도 이런 폐단 때문이었다. 제음스 1세를 이은 찰스 1세 때에는 이런 독점권 남요잉 가장 심했는데, 재판 과정에 관여하여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가 하면 의회의 승인 없이 선박세를 거두기도 했다.」
p.85
「상인과 제조업자는 국내시장의 이런 독점에서 가장 큰 수혜자들이다. (...) 상인과 제조업자들의 사리에서 나온 궤변이 인류의 상식을 혼란시키지만 않았ㄷ라도 이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이점에서 그들의 이해는 국민 대다수의 이해와 정면으로 대립된다. 주민들이 자기들 이외에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동업조합원의 이익이듯이, 국내시장에서 독점권을 확보하는 것이 상인과 제조업자에게 이익이 된다.」
다행히도, 현대 경제학에서도 이러한 스미스의 논리는 유효하다. 경제학자들은 언제나 자유무역과 자유경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론을 개진시켜왔다. 때문에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병폐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독과점 시장만큼은 어느 나라를 보든 꽤나 철저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독과점과 관련한 법률과 정책이 다수 발동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법률과 정책이 조금 더 조밀하고, 세밀하게 운영되어야 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어쨌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독과점이 사회적 후생을 손실시킨다는 데에 동의를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경제학의 골자가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적 자유주의vs. 자유방임주의
p.106
「(스미스를 자유주의라 부르는 이유는 『국부론』에 등장한 문장에서 기인한다.)"모든 특혜나 억제의 체계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명백하고 단순한 자연적 자유의 체계(obvious and simple system of natural liberty)가 스스로 확립된다. 이 제도 하에서 누구든지 정의의 법을 어기지 않는 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신의 노동과 자본을 다른 어떤 사람 또는 어떤 계층의 사람들의 노동과 자본과 경쟁시킬 수 있도록 완전한 자유에 맡겨진다." (...) 스미스는 모든 경제 행위를 개인의 파난에 맡기는 '자연적 자유주의 체계'를 가장 이상적인 정치경제제도로 간주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미스는 '자연적 자유주의자'이지만 흔히 말하는 '자유방임주의자'는 아리나는 것이다.」
p.111
「흔히 애덤 스미스가 자유방임을 주장한 것처럼 무역에서도 자유무역을 중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무역에 있어서도 '무제한의 자유'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가 자유무역을 주장한 것은 맞지만 보호주의를 펼 수 있는 예외적 상황도 언급하고 있다. 『국부론』에서 그는 우선 국방을 위해서는 자유무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는데, 그 대표적 사례로 든 것이 항혜조례다. 항해조례란 영국과 여타 국가 간 상품의 수출입을 영국인과 영국선박이 독점하는 조례였는데, 이는 당시 영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해상국 네덜란드의 해군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조례는 1651년에 네덜란드를 겨냥해 제정되었지만 영국의 방어책으로 현명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스미스는 필요한 경우 자국 내 유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수입을 금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외국상품이 국내시장에 들어와 자국민들의 고용을 악화시키고 실업자를 발생시키는 혼란을 막고자 한 것이다.」
실제, 현재 통용되고 있는 경제학에서도 관세가 필요한 상황에 대해 국방과 유치산업 보호를 예시로 들고 있다. 이는 전반적이고 일반적인 경제학교과서에 모두 등장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약소국의 유치산업 보호를 억제하고자 한다. 예컨대, 약소국A의 주력상품을 강다국B의 일반상품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 약소국A의 유치산업을 세계적 자유경쟁무대로 끌어 올리는 협약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