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수아지크 미슐로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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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숨결의 존재를 구체화하면서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서서히, 호흡은 들숨과 날숨의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변화무쌍하고 생생하며 본질적으로 충만한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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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수아지크 미슐로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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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마음의 안녕. 눈에 보이지도 않고 바쁜 일상에 밀려 언제나 "다음에 다음에"가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설령 챙기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난감한 것이 마음 챙김인데요.

2023년 12월에 우리나라 정부에서 발표한 정신건강 정책 혁신 방안에 보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제는 우울증 또한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마음의 안녕을 챙길 수 있는 반가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명상 전문가 수아지크 미슐로가 펴낸 그림으로 보는 명상 에세이 ≪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입니다.


"예술과 명상. 서로 다른 방식을 표방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이 둘이 추구하는 대상은 엇비슷하다. … 그러므로 명상가의 접근 방식은 화가나 시인의 그것과 여러 면에서 겹친다. … 매개는 물론 예술 작품이다."(p.13)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예술 작품을 매개로 한 감상 모음집입니다. 기존의 다른 자기계발서처럼 방법을 이야기하거나 당위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생각을 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명상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안내서로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명상도 쉽지 않은 독자들에게, 예술 작품을 매개체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작가의 시도가 매우 신선하고 작품성이 돋보이는 명상 에세이입니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예술이 어려운 독자라면 새롭게 그림을 알아가는 재미를 통해 자신의 마음속 여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을유서포터즈4기 #을유문화사 #자기계발 #명상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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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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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그렇게 일찍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단다. 우리는 어머니가 통조림을 만들려고 복숭아 껍질을 벗기는 걸 보고 있었어.”(p.11)

 

마거릿 렌클의 첫 작품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에 나오는 첫 문장입니다. 작가의 어머니 올리비아가 태어나던 날을 묘사한 부분으로, 방대한 그녀의 가족 관계와 광활한 자연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그녀의 관찰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마거릿 렌클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보낸 자신의 시간을 유의미한 일상으로 담아낸 이 책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미국에서 사랑받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 됩니다. <A Natural History of Love and Loss>라는 부제를 단,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Late Migrations)소개합니다.

 

마거릿 렌클(Margaret Renkl)은 대가족의 사랑받는 딸이자 앨라배마주의 자연을 놓치지 않는 탐험가로서, 이 책을 통해 그녀의 가계도와 자연의 초상화를 기록하고 그려냈습니다. 이 책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작가의 관찰과 동생 빌리 렌클의 그림이 담긴 자연주의 에세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평범함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렌클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에 대한 달콤하고 씁쓸한 순간들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자연 속에서 사는 경험을 할 필요는 없다. 그게 무엇이든, 잠시 멈춰서 다시 살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디펜던트 북 리뷰) 이니까요.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죽어 가요.”(p.110)

 

작가의 부모님이 춤을 추기 위해 틀어 놓은 엘라 피츠제럴드의 음악입니다. 아주 익숙한 스텝으로 작업화를 신은 아버지와 맨발의 어머니, 1cm의 거리도 두지 않은 그들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춤을 춥니다. 그들의 딸 렌클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이 한 장면에 담겨 있는 두 사람의 배려와 사랑 그리고 딸의 눈에 비친 삶의 경이로움, 원제의 <Late Migration(늦은 이주)>을 한국어판에서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로 정한 이유일 듯합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대체할 수 없는 생명이 빛을 잃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아메리카 제왕나비가 몇 세대를 거쳐 조상들이 떠나온 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세상은 오늘도 여전히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갑니다.

 

사랑과 상실을 바탕으로 한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존엄성, 다정한 시선으로 사라져 가는 순간들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 이 책을 통해 마거릿 렌클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을유서포터즈4기에 선정되어, 을유문화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을유서포터즈4기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신간도서 #우리가작별인사를할때마다 #마거릿렌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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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 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모리 슈워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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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 교수가 화요일에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고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The Wisdom of Morrie), 바로 이 책입니다. 첫 장을 넘기기 전부터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연상되는 멋진 표지 그림이 마음을 사로잡는 모리 슈워츠 교수의 미발표 유고집입니다.

 

모리 슈워츠(Morrie S. Schwartz), 그가 작가로서 세상에 남겨놓은 마지막 저서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는 노화를 키워드로 하는 교양 인문서이자 철학서입니다. 노화에 대한 자신과 주변의 사례를 바탕으로 나이 듦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사회적 태도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그의 잔잔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노화가 더 이상 두렵고 절망적인 생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생의 중요한 단계라는 인식의 전환을 갖게 될 것입니다.


창의적인 노화에 은퇴는 없다!

 

이 책의 주제입니다. 나이 듦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욕망과 열망으로 삶을 가꾸겠다고 선택한다면"(p.11)

 

노년은 "침체기가 아니라 내적 성장을 이룰 기회", "인생 후반부에 최대의 성장 잠재력과 자기실현이 존재한다."라는 아브라함 헤셀과 카를 융의 말을 빌려, 나이 듦은 우리에게 생의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이고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합니다.

 

늙는 것, 나이 듦의 최고의 장점에 대해 모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뒤에서 흘끔대며 지시하는 상사가 없다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스스로 알아서 시간을 관리한다. 새 도전에 직면하면 외적인 상과 벌은 전보다 미미하고 스스로 준 상벌만 남는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욕망과 열망으로 삶을 가꾸겠다고 선택하면 노인을 다 끝난 무용지물로 취급하는 노인 차별주의에서 해방되고 내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p.11)


노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눠보면, 개인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근육이 감소되고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질병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신체적인 기능 저하로 장애가 나타나고, 신체적 쇠약은 정신마저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노인 차별에 대해 "노인 낙인"이란 용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리는 미국에서 나타나는 노인 차별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와 돈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가 보여주는 핵심 가치의 문제와 죽음에 가장 가까운 연령층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존재의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와도 다르지 않은 모습일 것입니다. 신체 기능의 저하가 가져오는 개인적인 것들과 노인에 대한 사회적 시각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물론 대부분의 사회에서 늙음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노년기에 접어들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살아온 노인들의 지각, 사고, 이해에는 세월의 경험이 녹아 있다. 맞닥뜨려 해결한 위기들, 세월의 이치, 불현듯 생기는 어렵고 놀라운 사건들인생을 보는 철학적 관점을 구체화할 수 있으며 이로써 삶에서 당면한 상황과 그 저변을 파헤칠 수 있다."(p.116)라는 작가의 말처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되면 현실을 회피하는 대신 남은 시간을 잘 살 궁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자기 안의 노인 차별주의를 깨달으면 자신을 노인으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도 있다. 노인을 차별하는 태도와 행동의 결과가 노년층을 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게, 수치스럽고 비인간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나이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나이, 즉 노인인 우리 모습 '덕분에' 귀하고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노인 차별주의를 극복하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노인 차별주의가 추한 머리를 쳐들 때마다 쉽게 맞설 수 있다.”(pp.24~25)

 

사람들이 노화를 경험하게 되는 연령대는 언제일까요? 60, 70, 아니면 50?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사춘기 자녀도 두려워한다는 부모가 있습니다. 바로 갱년기에 접어든 부모입니다. 국어사전의 정의를 보면, 갱년기는 사람이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를 말하며 대개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라고 합니다.

 

시기가 이르고 늦음이 있을 뿐, 노화는 40대부터 시작되는 누구나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가끔씩 나이를 잊고 왜 이렇게 아프고 왜 이렇게 힘이 들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병원에 가면 그 나이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자신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나이 듦이 가져오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순리입니다.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처럼,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들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고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들과 차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 위해 들른 카페에 놓여있는 키오스 앞에서 주눅들 필요도, 책을 읽기 위해 돋보기를 찾으며 우울해질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과 삶에 균형을 잡아 나가려는 자세일 것입니다.

 

귀가 감염된 것처럼 아프면 진찰받고, 청력을 읽으면 보청기를 착용하듯 정면으로 마주해 대처 방안을 강구”(p.74)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움 받고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자신의 능력을 탓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노년은 젊음을 불태워 세상의 험한 파도에 맞서고 희로애락을 거치며 이룬 인생이 받게 되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요


인생을 잘 살아낸다면,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모든 인생은 소중하며 어떤 연령대이든 그 주인이 아름답고, 쓸모 있고, 보살피는 삶으로 가꿀 수 있다. 독창적이고, 경험을 쌓고, 충만하게 지각하며 인간애를 발휘하는 삶이 될 수 있다.

 

내 인생, 건강, 자부심, 자존감, 삶에서 지속적으로 얻는 만족감은 남들의 그것들과 똑같이 중요하다. 누구나 공통의 인간애를 공유하며 인류에 기여할 게 많다.”(p.137)


마음을 열고 하늘을 보기, 타인에게 존중받기, 삶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기, 잘 웃기, 탐험가의 정신을 발휘하기. 모리가 이 책의 8장에서 제안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며 행복한 노년을 즐기기 위해 갖추어야 할 태도입니다. 9시간에 걸친 수술을 견뎌낸 조시의 일화를 통해, 필자는 여기에 인간관계를 더해봅니다.

 

자신이 속한 세대와 상관없이 이 책을 찬찬히 완독하기를 바랍니다. “인생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p.92) 삶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다면, 삶의 마지막 성장기에 모네의 풍경화 못지않게 멋진 인생이 기다릴 것입니다.

 

노후는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잘 살아내야 할 단계라는 점을 알 것이다. 꽃피우려면 영원히 변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웰 에이징'을 노년기의 유일한 목표로 삼는데 만족한다. 또 어떤 사람은 '웰 에이징'을 잠재력 실현의 필수 요건으로 본다.

 

웰 에이징과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연결되어 있다. 나이가 들면서 기분이 좋고, 나이 드는 일을 좋다고 느끼면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일을 하게 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웰 에이징의 일환이다. 우리의 과제는 노화의 어려움과 기회 속에서 각자의 필요, 관심사, 능력에 맞는 최선의 노후 생활 방식을 찾는 것이다.”(p.239)

 

#이토록멋진인생이라니 #모리슈워츠 #나무옆의자 #세계사컨텐츠그룹 #노후 #노년기 #웰에이징 #철학서 #인문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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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여행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29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황승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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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여행기≫는 을유세계문학전집 129번째 작품이다.


1800년 전후에 여행자로서 체험이나 관찰을 기록한 여행기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장르였다고 한다. 북해의 노르더나이섬을 두 번 방문하고 그곳에서 체류했던 하이네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기를 썼다.


이 책에는 그가 4권으로 출간한 ≪여행기≫ 가운데 대표작 <북해(Die Nordsee)> 연작과 <이념―르그랑의 책(Ideen―Das Buch Le Grand>을 포함해서, 선별한 작품들이 실려있다. 이 책에 수록된 연작시는 오늘날 평론가들에게 모자이크 작품 같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다.


<황혼>으로 시작되는 북해 1부에는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황혼 무렵 바닷가에서 해넘이 보며 밤을 맞이한다. 조각배를 집어삼킬 듯 휘몰아치는 폭풍우를 뒤를 하고 어느새 날이 밝았다. 잔잔해진 바다를 향해 태양은 빛줄기를 던지고 조각배는 "흔들리는 보석에다 푸른 고랑을 만들며"(p.39) 앞으로 나아간다.

북해 1부에 실린 <황혼)에서 <평화>까지 연작시 12편이 하나의 서사가 되어,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고 조각배를 타고 항해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탈라타, 탈라타(thalatta, thalatta), 바다야 바다야! 기원전 401년 페르시아 왕위 쟁탈전에 용병 1만 병과 함께 고용된 크세노폰이 위기의 순간에 흑해를 발견하고 환호하던 소리(p.53, 각주에서)로 시작하는 2부. 사랑스러운 바다 위에 날카로운 번갯불이 경련을 일으킨다. 바닷물은 거칠게 출렁이고, 그리스 신화 속 북풍의 신 보레아스(Boreas)가 등장한다.

북해 2부는 북해 1부 보다 좀 더 장엄한 서사가 펼쳐진다. 삼지창으로 분노의 파도를 만들어낸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비롯 북풍의 신 보레아스까지,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긴박감을 선사한다.


북해 3부에서는 노르더나이섬에 사는 원주민들의 삶과 나폴레옹의 신화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이야기한다. 연작시가 아닌 산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문학이 아닌 현실 참여적 작품 활동을 했던 혁명적 저널리스트로서 하이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것은 1830년대와 1840년대 자유주의 성향을 지닌 작가들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산문이 천대받던 시기에 여행기와 산문의 문예란을 예술 형식으로 드높이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가 산문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옛날 연극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념―르그랑의 책, 이 작품은 모두 20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가장 깊이 있는 산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랑과 자유와 진리를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와 같은 구상 또한 연작시처럼 치밀하게 의도된 것이다.

부제에 나오는 르그랑은 프랑스 혁명 사상을 북소리를 통해 매개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역사적, 정치적 이념이 담겨 있는(p.297) 이 작품은, 그의 개인적인 체험을 다룬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으로 나눠서 읽으면 좀 더 쉽고 재미있을 것이다.

괴테의 여행기와 비교되는 이 작품은 일반적인 여행기하고는 다르지만,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를 오간다는 측면에서 탐방 형식을 띤 여행기라고 보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p.298)


이 책은 그의 문학 세계와 더불어 현실의 모순이나 부조화를 잘 활용한 풍자의 대가로 불리는 하이네의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작품이다. 이념―르그랑의 책의 제14장, 이념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의 멋진 풍자를 만날 수 있다.


"원고를 가지고 있다가 9년이 지난 다음에 출간하라"라는 호라티우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후원자의 식탁에 의지하는 호라티우스와 달리 그들은 후원자의 식탁이 없으니 "9년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비법도 함께 알려주어야 했다"(p.251)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독자들은 더 이상 하인리히 하이네가 서정 시인이라고 말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문학가로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고전주의나 낭만주의와 같은 문학 사조가 아니었다. 그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자유와 평등의 토대를 다지는 문학 활동이었다. 하이네가 독일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이유일 것이다.

≪하이네 여행기≫, 이 책과 함께 그의 시처럼 아름답게 깊어가는 계절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을유문화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고 싶은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하이네여행기 #하인리히하이네 #을유문화사 #독일문학 #시집 #산문 #도서제공 #도서협찬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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