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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평점 :
“그 애가 그렇게 일찍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단다. 우리는 어머니가 통조림을 만들려고 복숭아 껍질을 벗기는 걸 보고 있었어.”(p.11)
마거릿 렌클의 첫 작품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에 나오는 첫 문장입니다. 작가의 어머니 올리비아가 태어나던 날을 묘사한 부분으로, 방대한 그녀의 가족 관계와 광활한 자연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그녀의 관찰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마거릿 렌클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보낸 자신의 시간을 유의미한 일상으로 담아낸 이 책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미국에서 사랑받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 됩니다. <A Natural History of Love and Loss>라는 부제를 단,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Late Migrations)≫ 소개합니다.
마거릿 렌클(Margaret Renkl)은 대가족의 사랑받는 딸이자 앨라배마주의 자연을 놓치지 않는 탐험가로서, 이 책을 통해 그녀의 가계도와 자연의 초상화를 기록하고 그려냈습니다. 이 책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작가의 관찰과 동생 빌리 렌클의 그림이 담긴 자연주의 에세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평범함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렌클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에 대한 달콤하고 씁쓸한 순간들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자연 속에서 사는 경험을 할 필요는 없다. 그게 무엇이든, 잠시 멈춰서 다시 살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디펜던트 북 리뷰) 이니까요.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죽어 가요.”(p.110)
작가의 부모님이 춤을 추기 위해 틀어 놓은 엘라 피츠제럴드의 음악입니다. 아주 익숙한 스텝으로 작업화를 신은 아버지와 맨발의 어머니, 단 1cm의 거리도 두지 않은 그들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춤을 춥니다. 그들의 딸 렌클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이 한 장면에 담겨 있는 두 사람의 배려와 사랑 그리고 딸의 눈에 비친 삶의 경이로움, 원제의 <Late Migration(늦은 이주)>을 한국어판에서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로 정한 이유일 듯합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대체할 수 없는 생명이 빛을 잃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아메리카 제왕나비가 몇 세대를 거쳐 조상들이 떠나온 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세상은 오늘도 여전히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갑니다.
사랑과 상실을 바탕으로 한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존엄성, 다정한 시선으로 사라져 가는 순간들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 이 책을 통해 마거릿 렌클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을유서포터즈4기에 선정되어, 을유문화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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