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빠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이재아 지음 / 담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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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미처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일상도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아닐까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매일 반복되는 하루하루는 소중함보다는 지루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데요.

 

특별한 비일상을 맞이하고 나서야 비로소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평범한 오늘과 특별한 그날이 교차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요.

 

회사를 다니며 자신의 삶을 꾸리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이재아 작가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발전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퇴직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던 어느 날, 부모님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날 이후, 자신의 일을 뒤로하고 부모님을 돌보기 시작했는데요. 호기롭게 시작한 돌봄은 결코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흔들립니다.

 

"나에게 중심 잡기란, 망연자실한 순간에 무너지는 심장을 부여잡고 속으로 눈물을 한가득 쏟아 낸 뒤 마음을 다잡는 것이었다.

 

때로는 투정 부리는 부모에게 성을 내지 않는 자기 다스림이었다."(프롤로그)

 

돌봄에 대한 짙은 통찰과 부모를 향한 그리움 가득한, 이재아 작가의 에세이

 

어느 날 아빠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만나보세요.

 

"사랑을 받고 살아온 삶은 쉬웠지만, 사랑을 주는 삶은 날마다 벅찼다."(프롤로그)

 

한 번이라도 돌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속내일 거라 생각합니다. 나를 세상에 내어 놓고 자신의 삶을 다 바쳐 사랑으로 키워준 내 부모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마음.

 

그렇게 시작되는 돌봄은 업무 능력처럼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지고 숙련되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을 돌보는 일, 더군다나 알츠하이머에 걸린 부모를 돌보는 일은 다른 돌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된 일인데요.

 

'알츠하이머는 부모가 자식이 되고 자식이 부모가 되는 병"입니다. 작가에게 아버지는 "늘 한쪽 손에 서류 가방을 든 깔끔한 슈트 차림"이었던 "참 자상하고 너무나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던"(p.25) 사람이었습니다.

 

"아빠는 늘 오가던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여러개의 보따리를 만들어 여기저기 쌓아 놓기도 했고, 밥을 먹기 싫다며 성을 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아이처럼 변했고, 나는 늙고 아픈 부모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야 했다."(프롤로그)

 

"품이 넓고 적당한 온기가 있으며 견고한 울타리, 평생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살아온 내가 그런 울타리가 된다는 건 감당하기 벅찬 일이었다."(프롤로그)

 

알츠하이머에 걸린 부모에게 보호자가 되어 그들을 돌보며 혼자 힘으로는 견딜 수 없는 시간을 통해, 작가는 부모로부터 독립한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밝히는데요. 부모님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시간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와중에 심장 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수술 후, 자신을 간병하던 작가에게 자신이 지나온 세월을 들려줬는데요. 팔십을 훌쩍 넘긴 아버지의 칠십 년도 더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펼쳐졌습니다.

 

"그 어려웠던 시절 누구보다 개구쟁이였던 소년이 장남이라는 무게를 견디기 위해 얼마나 자기 욕구를 억누르며 살았는지, 결혼 후에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가족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은 우주로 여행을 떠난 부모님과 함께 보낸 그 마지막 날들이야말로, 부모님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시간이며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작가는 이야기하는데요. 그 말이 깊이 와닿아 책을 읽는 내내 뭉클한 마음을 어루만져야 했습니다.

 

소용돌이치는 세월을 헤쳐 나와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힘을 내고 있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는 것인데요.

 

"혼가 짊어진 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울 때는 타인의 도움을 자발적으로 요청할 줄 도 알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비틀대면서도, 두 팔을 벌려 중심을 잡듯 홀로 서는 것을 깨우쳤고

 

동시에 '함께'를 배웠다."(프롤로그)

 

프롤로그. 이젠 안녕, 내 최고의 아빠, 1. 아빠가 알츠하이머라니?, 2. 점점 뒤바뀌는 우리, 3. 부모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 4. 작별 인사 중입니다, 5. 이제 혼자 남았다, 에필로그.

 

"엄마 아빠 딸이어서 행복했습니다", 모두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작가 이재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단 일개인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 날 아빠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돌보는 모든 사람에게,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은 모든 이에게,

 

그리고 언젠가 혼자가 될, 우리 모두를 향한

 

돌봄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가 될 것입니다.

 

"집에서 아픈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마음과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픈 부모를 잘 간호하는 것은 효심만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은 전적으로 가족인 돌봄자의 몫이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적 토대가 잘 마련되어야 돌보는 사람이 흔들리거나 방황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보호받는 이들을 든든히 지킬 수 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pp.184~185)



<서포터즈활동으로 담다출판사에서 협찬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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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 - 고전 명문 명언의 향기
고광윤 지음 / 길벗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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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세기

최고의 지성들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

 

"The reading of all good books is

like a conversation with

the finest minds of past centuries."

- 데카르트

 

"삶의 어느 한순간, 문장 하나가 불쑥 내 안으로 들어와 마음을 붙잡고, 생각을 멈추게 하며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되지요."

 

', 이 문장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구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고광윤 교수는 이야기합니다

 

"책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 온, 평범치 않은 문장이 담겨 있습니다."

 

그 문장 하나는 사람에게로 가닿아 마음을 울리고, 그 사람의 삶을 깊이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요."

 

니체, 칸트, 데카르트, 아우렐리우스, 노자, 간디, 만델라, 루소, 헤세, 에머슨, 톨스토이, 헤밍웨이, 카뮈, 릴케, 잠언, 손자병법, 카네기를 비롯한

 

인류 역사상 최고 지성의 지혜와 통찰을 지금 바로 당신이 있는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슬로우 미러클'을 통해 10년 넘게 '느리게 읽기'의 미학을 전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고광윤 교수가 펴낸 영어 필사책입니다.

 

고광윤 교수는 좋은 책은 빠르게 넘기기보다 문장이 지닌 의미를 곰곰이 되새기며 천천히 읽기를 제안합니다. 오랜 시간 영어영문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천천히 책 읽기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확인했기 때문인데요.

 

<고전 명문 명언의 향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읽은 영문 서적들에서 발췌한 문장들 가운데 단단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300여 개에 달하는 영어 명문장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필사를 하다 보면, 유려한 영어 번역 문장은 수월한 이해와 더불어 명언 명문이 실린 원전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고전 읽기의 재미로 이끄는 독서 효과도 챙길 수 있는데요.

 

아주 오랜 세월, 천 년의 시간과 국경을 넘어 인류에게 사랑받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문장들을 천천히 따라 쓰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고 삶의 지혜와 통찰을 얻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Part 1. 무엇이 나를 ''로 만드는가? - 내면의 대화, 나의 발견, Part 2. 너와 나, 그리고 우리 - 가족, 친구, 이웃, 동료, , Part 3. 어떻게 살 것인가? - , , 사회, 세상, 죽음.

 

모두 3장으로 이루어진 책 속에 담긴 고전 명문 명언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데요.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 이것이 바로 인생 아닐까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생각할 틈도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잠시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말합니다. 잘못된 열차에 올라탔다면, 그 안에서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소용이 없다고. 지금 당장 기차에서 내려, 방향부터 다시 살펴야 합니다."(p.196)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과감히 기차에서 내려, 지금 당신이 있는 그곳에서 다시 시작해 보세요. 인생의 결말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위로와 용기를 전해 줄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과 함께 말이지요. 당신의 인생 책으로 추천 드립니다.



<길벗 출판사에서 협찬 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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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2 -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이어령의 말 2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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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제라는 말속에 오늘이라는

살아 있는 그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늘 보던 태양, , , 작은 풀들, 복어국을 먹고

다음 날 아침에 깬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생은 생으로서가

아니라 죽음과 마주쳤을 때

더욱 그 향기와 긴장을 더하는 것입니다.

 

마치 어둠을 통해서 빛을 보았을 때 더욱

그것이 찬란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움의 계절, 사색과 독서의 계절, 가을. 이 계절에 걸맞은 책이 있습니다.

 

오늘이란 단상이 수록되어 있는, 스테디셀러로 빛날 인문학 에세이

 


이어령의 말 2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2022년 작고하시기 7년 전부터, 그의 전 생애에 걸친 고민과 사유가 담긴 문장을 엄선해서 후대에 남기기 위한 출판 작업이 진행되었는데요.

 

이 책은 전작 이어령의 말에 이은 두 번째 어록집입니다. 1권에서 미처 수록하지 못한 미공개 원고와 육필 이미지 그리고 사후에 출간된 저작에 실린 '이어령 다운' 문장을 엄선해서 담아냈는데요.

 


감성, 지성, 자연, 문화, 물질, 정신, 일상, 상상, 생명.


 

1권과 마찬가지로 모두 아홉 가지 주제로 나누어 담아낸 천 개의 단어와 생각의 틈을 비집는 그의 문장들이 실렸는데요.

 

이어령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문장들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간과 자연, 선대와 후대 사이의 공존과 생명과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특히, '감성: 인간의 조건'에 들어있는 문장들 가운데서 투병 중인 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먹먹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그의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팔씨름: 한밤에 눈뜨고 죽음과 팔뚝 씨름을 한다.

 

근육이 풀린 야윈 팔로 어둠의 손을 쥐고 힘을 준다. 식은땀이 밤이슬처럼 온몸에서 반짝인다. 그 많은 밤의 팔목을 넘어뜨려야 겨우 아침 햇살이 이마에 꽂힌다.

 

심호흡을 하고 야윈 팔뚝에 알통을 만들기 위해 오늘 밤도 눈을 부릅뜨고 내가 넘어뜨려야 할 어둠의 팔뚝을 지켜본다."(p.30)

 

투병을 하며 고통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그가 생애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여 꺼내놓은 진심 어린 문장들은 때론 아버지의 다독임처럼, 때론 어머니의 포옹처럼 느껴지는데요.

 

억겁의 시간이 모인 결정체인 이어령의 문장들은 어떤 이에게는 따뜻한 위로로, 어떤 이에게는 힘찬 용기로 다가갈 것입니다.

 


"가을에는 누구나 성숙한 생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시인이 아니라도 일기장이나 편지글 들에는 단풍 같은 사색의 아름다움이 물든다.

 

그리고 겸허하게 생의 내용을 결산한다. 외부로 쏠려 있던 시선은 안으로 잦아든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자기가 살아온 봄의 열정, 여름의 탐욕

 

그리고 그 분주했던 행동에 대해 조용히 물어본다. 그것이 바로 가을의 언어인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 만나는 사람들은 어딘가 의젓한, 깊은 생각을 간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p.96)

 

이 가을, 묵직하고 깊은 생각을 선사할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이자 큰 어른이 전하는 사유를 만나러 가볼까요?





이 책의 아홉 가지 주제가 향하는 종착지는 생명이라는 하나의 대주제로, 생전 그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과 존재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 말을 잊어주십시오.”라는 역설적 부탁을 건넵니다. 이는 자신의 언어를 넘어, 독자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을 만나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당부라 할 수 있을 텐데요.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이 책의 부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문장에 담긴 그의 사유와 통찰은 지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데요.

 


이어령의 말 2는 오래오래 남을 고전이자, 소장본으로서 가치가 돋보이는 참으로 귀한 책입니다.”

 


📕오늘,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가을이 깊어갈수록 당신의 삶을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세계사출판사에서 출간 전 도서를 협찬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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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한 가족
최이정 지음 / 담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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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그리고, 거의 완벽한 가족이란 어떤 모습일지요?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을 때, 흔들림 없이 곁에 있는 사람들 -

그들이 바로 당신의 가족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짐 부처에게 가족은 이런 사람들인데요.

 

최이정 작가의 거의 완벽한 가족 속 가족 또한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이 변하면 그에 따른 가치도 다르게 정의되곤 하죠.

 

그럼에도 가치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이 있는데요. 가족이 그렇습니다.

 

꿈을 향해, 남들에게 뒤쳐지 않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데는 저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텐데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멈춰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하는 최이정 작가의 첫 번째 소설,

 

거의 완벽한 가족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주인공 지원을 중심으로 정례, 은주, 재식, 미정, 진수, 민아, 일곱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각자의 삶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 순간 서로 맞닿으며 연결되고, 마침내 연대로 이어집니다.

 

'봄이 오는 길', '첫 번째 문턱', '보통의 하루', '조용한 연대' 모두 네 개의 소주제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어 함께 걷는 삶을 꿈꾸게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가족이란 무엇일까요?"라는 화두를 던지는, 이 가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소설입니다.


소설 같은 인생, 인생은 소설

 

열여덟 살 되던 해 찾아온 소나기 같은 첫사랑을 겪기 전까지 주인공 지원은, 엄마 백자연에게 "완벽한 내 딸 이지원"이었습니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엄마는 공부 잘하고 예쁜 딸 지원이 늘 자랑이었는데요.

 

순간에 지나가 버린 첫사랑은 지원에게 딸 봄이를 안겨주고, 이 일로 인해 엄마에게 지원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닌 숨겨야 할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낙태를 강요하는 부모를 피해 집을 나온 지원은 미혼모센터라는 낯선 곳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요.

 

어린 나이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미혼모로서 살아가기에 세상은 녹록치 않습니다. 어린 봄이에게도 예외가 아닌데요. 아빠 없이 엄마와 살아가는 어린 봄이를 아이들은 반쪽 가족이라고 따돌림을 당합니다.

 

비빌 언덕 하나쯤은, 인생은 더불어 살아가기

 

그런 봄이가 안쓰럽고 미안한 지원은 더 힘을 내려 애쓰는데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삶에 최선을 다하는 지원은 주변을 돌아보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시선과 손길을 만나게 됩니다.

 

마침내 지원에게도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통의 하루가 찾아오는데요. 이렇듯 평범한 일상은 지원과 이웃들,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함께 할 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요? 거의 완벽한 가족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고개 숙인 지원의 가는 어깨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우미 아줌마는 한쪽 팔로 지원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의 어깨가 끊어질 듯 들썩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있었다."(p.84)

 

"더 이상 혼자 살기 싫어. 내가 미친 짓 하면 말려 줄 사람도 있어야 하고,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는 거 이제 지겨워. 아니 무서워, 갑자기 누가 튀어나올 것 같단 말이야. 우리 셋이 똘똘 뭉치면 난,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아."(p.187)

 

당신은 지금 누구와 살고 있나요?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 가족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요.

 

"사람이 좋아 글을 쓰고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가고 싶은" 바람을 간직한 최이정 작가가 전하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

 

​≪거의 완벽한 가족에서 만나보세요.



<담다스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도서협찬을 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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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지음 / 담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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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작가의 신간 소개합니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책방 마음이음 문옥미 대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밀려오는 아릿한 그리움"은 시간이 지나도 밀어낼 재간이 없고, 단지 "선명해진 것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일 뿐"이라고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이야기하는데요.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야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지워지지 않는 삶의 조각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이라는 시절은 


강소영 작가가 전하는 따뜻했던 그 시절 속 부모님의 삶의 조각, 존경하는 아빠 갑천 씨와 애정하는 엄마 혜옥 씨의 인생과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로,

 

1부 잘생긴 갑천 씨, 2부 단정한 혜옥 씨, 3부 갑천 씨와 혜옥 씨의 딸. 모두 3부로 이루어진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딸에게 보내는 혜옥 씨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형언할 수 없는 애틋함과 그리움 그리고 세상 가장 순수한 사랑을 만나게 될 너와 나,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잘생긴 갑천 씨는

 

"전라남도의 자식 많은 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인물 좋고 활발한 소년이었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전국을 누비는 청년이었습니다. 노래와 춤과 유머를 즐기던 그는, 성실과 근면으로 매일매일을 메우는 가장이었습니다."(p.12)

 

한국 전쟁 한가운데 가난한 촌부의 집에서 태어난 갑천 씨는 어머니마저 일찍 여의고, 그토록 다니고 싶은 학교를 뒤로하고 중학생 나이에 생계 전선에 뛰어들게 되는데요.

 

혜옥 씨가 경리로 있는 회사에 물품을 배달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다정한 혜옥 씨는 

 

"충청도의 자식 많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수줍고 조용한 소녀였습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문학소녀였습니다.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정직과 순종으로 삶을 가꾸는 아내였습니다."(p.12)

 

혜옥 씨는 고향을 떠나 인천으로 올라옵니다. 여상을 졸업한 혜옥 씨는 인천의 한 회사에서 경리로 일하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갑천 씨와 인연이 시작되고 겨울이 다하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데요.

 

백년해로는 유일하게 갑천 씨가 혜옥 씨에게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되고 맙니다.


 

작가 강소영은 

 

풍족하진 않았지만 부족하지 않은 사랑으로 자라난 갑천 씨와 혜옥 씨의 딸입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기억을 기록하고 싶다. 그때는 몰랐던, 귀하고 대단했던 내 부모의 삶을 적고 싶다. 삶과 사람을 글 속에 담고 싶어"(p.179),

 

아빠를 떠나보낸 5월의 슬픔을 마주하는 용기를 내어 쓰는 시절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사랑이라는 시절

 

"우리 아빠는 대체 왜 그럴까?"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p.12)


자식이라면 낯설지 않을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부모에 대한 원망이 담긴 물음들 앞에,

 

몸을 깎아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내어놓고 마음을 다해 온기를 심어준 부모에게 띄우는 세상 모든 자식들의 연서가 될 것입니다.

 

 

어떤가요?

 

"너무 사소해서 귀하고 소중한 줄 몰랐던 그때" 당신의 이야기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나요?

 

"그때의 나는, 가방끈 짧고 가난한 아빠를 부끄러워했다. 아빠의 마지막 나이를 향해 가는 지금의 나는, 글로나마 아빠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

 

엄마의 삶을 글로 써도 되겠느냐고 엄마에게 물었다. 우리 딸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오히려 고맙다고 하는 엄마에게, 나는 더더욱 미안해졌다."(p.179)



<담다스 5기,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협찬 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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