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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2 -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ㅣ 이어령의 말 2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8월
평점 :
“오늘
어제라는 말속에 오늘이라는
살아 있는 그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늘 보던 태양, 집, 산, 작은 풀들, 복어국을 먹고
다음 날 아침에 깬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생은 생으로서가
아니라 죽음과 마주쳤을 때
더욱 그 향기와 긴장을 더하는 것입니다.
마치 어둠을 통해서 빛을 보았을 때 더욱
그것이 찬란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움의 계절, 사색과 독서의 계절, 가을. 이 계절에 걸맞은 책이 있습니다.
“오늘”이란 단상이 수록되어 있는, 스테디셀러로 빛날 인문학 에세이
≪이어령의 말 2≫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2022년 작고하시기 7년 전부터, 그의 전 생애에 걸친 고민과 사유가 담긴 문장을 엄선해서 후대에 남기기 위한 출판 작업이 진행되었는데요.
이 책은 전작 ≪이어령의 말≫에 이은 두 번째 어록집입니다. 1권에서 미처 수록하지 못한 미공개 원고와 육필 이미지 그리고 사후에 출간된 저작에 실린 '이어령 다운' 문장을 엄선해서 담아냈는데요.
감성, 지성, 자연, 문화, 물질, 정신, 일상, 상상, 생명.
1권과 마찬가지로 모두 아홉 가지 주제로 나누어 담아낸 천 개의 단어와 생각의 틈을 비집는 그의 문장들이 실렸는데요.
이어령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문장들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간과 자연, 선대와 후대 사이의 공존과 생명과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특히, '감성: 인간의 조건'에 들어있는 문장들 가운데서 투병 중인 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먹먹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그의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팔씨름: 한밤에 눈뜨고 죽음과 팔뚝 씨름을 한다.
근육이 풀린 야윈 팔로 어둠의 손을 쥐고 힘을 준다. 식은땀이 밤이슬처럼 온몸에서 반짝인다. … 그 많은 밤의 팔목을 넘어뜨려야 겨우 아침 햇살이 이마에 꽂힌다.
심호흡을 하고 야윈 팔뚝에 알통을 만들기 위해 오늘 밤도 눈을 부릅뜨고 내가 넘어뜨려야 할 어둠의 팔뚝을 지켜본다."(p.30)
투병을 하며 고통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그가 생애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여 꺼내놓은 진심 어린 문장들은 때론 아버지의 다독임처럼, 때론 어머니의 포옹처럼 느껴지는데요.
억겁의 시간이 모인 결정체인 이어령의 문장들은 어떤 이에게는 따뜻한 위로로, 어떤 이에게는 힘찬 용기로 다가갈 것입니다.
"가을에는 누구나 성숙한 생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시인이 아니라도 일기장이나 편지글 들에는 단풍 같은 사색의 아름다움이 물든다.
그리고 겸허하게 생의 내용을 결산한다. 외부로 쏠려 있던 시선은 안으로 잦아든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자기가 살아온 봄의 열정, 여름의 탐욕
그리고 그 분주했던 행동에 대해 조용히 물어본다. 그것이 바로 가을의 언어인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 만나는 사람들은 어딘가 의젓한, 깊은 생각을 간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p.96)
이 가을, 묵직하고 깊은 생각을 선사할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이자 큰 어른이 전하는 사유를 만나러 가볼까요?

이 책의 아홉 가지 주제가 향하는 종착지는 생명이라는 하나의 대주제로, 생전 그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과 존재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 말을 잊어주십시오.”라는 역설적 부탁을 건넵니다. 이는 자신의 언어를 넘어, 독자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을 만나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당부라 할 수 있을 텐데요.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이 책의 부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문장에 담긴 그의 사유와 통찰은 지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데요.
≪이어령의 말 2≫는 오래오래 남을 고전이자, 소장본으로서 가치가 돋보이는 “참으로 귀한 책입니다.”
📕오늘,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가을이 깊어갈수록 당신의 삶을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세계사출판사에서 출간 전 도서를 협찬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