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기쁨과 슬픔 - 인간이 꿈꾼 가장 완벽한 낙원에 대하여
올리비아 랭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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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랭은 유명한 정원사의 오래된 집을 사서 정원 복구 작업에 돌입한다. 폐허에 가까운 정원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보며 점심도 잊고 땅을 파고 흙을 돋우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거나 정원의 옛주인의 삶을 좇기도 하고, 정원의 기원인 에덴과 <실낙원>의 정원을 떠올리기도 한다.

수많은 식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색과 향기를 상상하면서, 그녀는 정원 만들기를 위해 땅에서 내몰린 사람들, 노동력과 생명력까지 착취당한 사람들의 이름도 불러본다.

이 책은 올리비아 랭의 개인적 정원 가꾸기에 대한 몇 년에 걸친 에세이이자 수백년에 걸쳐 구획 지어진 우리 삶의 터전으로서의 땅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녀의 정원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최근의 미국 대선,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 팬데믹과 기후 위기까지 이어지며 지금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역사와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 인간과 삶에 대한 다정하면서도 깊이 있는 눈길이 인상적이다. 가문 날에는 들쥐를 위한 물그릇을 내어주고, 손에 묻은 흙을 털어가며 아침을 먹고, 꽃의 이름을 구분지어 불러주는 삶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책. 그러나 그 안, 그 너머까지 멀리 뻗어나가는 통찰을 나누어주는 책

쉽고 재미있게 읽히기보다는 치열하고도 우아하게 읽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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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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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넘게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해온 윤지영 변호사가 풀어놓는 노동자들의 법정 투쟁 이야기

아파트 경비 노동자, 현장 실습생, 비정규직 PD, 택시기사, 골프장 캐디 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상식 밖의 노동 환경에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싸우면서도, 법적 대리인인 자신 없이 노동자가 당사자가 되어 대등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작가의 건강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이 잘 담긴 책이다.

노동을 제공하고 받은 임금으로 생활하는 모든 노동자들,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노동에 빚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읽어야 할 좋은 책이다.

저자는 노동자들을 위해 수많은 의견서와 준비서면을 쓰면서 길러 왔을 단단한 필력으로 뼈아픈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독자가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도록 한다.

내가 사랑하는 은유 작가, 박서련 소설가, 김승섭 교수의 추천사를 읽고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윤지영 변호사의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가지고 책을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누구에게나 추천, 또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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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에이션 루트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마쓰나가 K 산조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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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한 직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직장 내 사모임을 등한시하지 않기로 결심한 하타는 등산 모임을 제안 받는다. 일회성으로 끝날 줄 알았던 등산 모임이 정기화되고, 하타도 등산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간다.

회사 창립 멤버격인 상무의 퇴임을 기념하는 등산 모임에 늘 회사에서 겉돌던 메가씨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는 베리(베리에이션 루트: 정해진 루트가 아닌 길을 찾아 등산하는 것)를 하는 취미 산악인이다.

2대 사장의 영업 방침 급변으로 회사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일은 과부하인데 실적은 없는 불안함이 지속되며 산마저 예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하타는 메가에게 베리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직장 생활 속 인간관계와 미묘한 감정들,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지는데, 마쓰나가 K 산조는 직장을 다니는 겸직 작가(그런데,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이자 등산 애호가라고 한다. 삶과 글이 일치해서인지 진정성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내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 머릿속에서 몸피를 불려가는 걱정과 불안, 몸을 움직일 때 찾아오는 순수한 집중의 시간에 대해 작가만의 길을 통해 보여주는 소설. 앞으로 그가 개척해 나가는 루트를 따라가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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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김혜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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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이제는 고립•은둔, 은톨이로 대체 중). 일본의 사회현상으로 익숙해진 표현이지만 우리나라에만도 최대 5~60만 명이 존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저자는 사회적 고리를 끊어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삶을 나눔으로써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상담 사례와 사회적 편견, 당사자와 가족이 가지면 좋을 태도에 대해 따뜻하면서도 알기 쉽게 전해주는 지침서

고립•은둔의 유발 요인들을 보며 이 현상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느꼈다. 사회적 시계에 맞추어 평범이라 정해 둔 조건들을 성취해 나가기를 종용받는, 행복지수 최저의 우리나라 청년들 누구나 고립과 은둔의 가능성인 좌절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사회 문제로서 고립•은둔 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 고립•은둔의 당사자, 주변인은 물론이고, ‘나’라는 세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나다움이라는 고유의 색을 지닌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고,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인덱스 플래그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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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이야기 중국 신화
김선자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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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하고 엽기발랄한 신화의 세계로 푹 빠져든 독서였다.

서양 신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너무나 낯설면서도, 공유하는 문화가 있어서인지 낯익기도 한 옛날 이야기

이야기 자체로도 하나하나 재미있지만, 저자의 필력과 지식에 반했다. 방대한 시간 동안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엮어가며 풀어내고, 그 안의 의미들을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솜씨 덕분에 700여쪽의 책을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진흙으로 인간을 빚다가 너무 시간이 많이 들자 진흙을 흩뿌려 수많은 사람을 만들어내며 귀여워하는 여신, 이름만 익숙했던 복희씨와 여와의 내막, 요순 임금의 선양 과정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우리 조상들의 신이한 탄생은 알에서 태어나는 난생신화인데, 중국은 살덩어리를 낳아서 깜짝 놀랐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책이자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훌륭한 인문학 책💕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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