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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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있는 김밥천국, 그러나 <김밥천국 가는 날>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소설이다.

김밥천국의 다양한 메뉴들과 연결된 인물들의 사연이 지닌 무게, 인간의 뒷면이 가진 씁쓸한 면모가 잘 쓰인 소설의 독서 속도를 자꾸만 늦춘다. 민원 전화에 시달리는 공무원, 당연해져버린 돌봄노동에 지친 여성, 사랑을 찾아 왔지만 이름을 잃고 베트남댁이 되어버린 이주 여성, 죽음을 앞둔 남자 등 우리 주변에 있는, 우리이기도 한 사람들의 사연이 느슨하면서도 끈끈하게 이어지는 연작소설

좌절된 꿈, 배경으로 물러나버린 것만 같은 존재감, 차별과 폭력 등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 깃든 희망과 변화의 가능성, 따뜻함도 놓치지 않았다.

집 앞 김밥천국을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복잡하고 강렬한 맛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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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털복숭이들과 베베집사의 묘생역전 스토리
베베집사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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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져 살던 만랩 직장인이 인연이 닿은 고양이들의 냥호구(!)가 되어 다묘 가정을 이룬다. 직장 생활의 피로감과 고양이들에게 시간과 애정을 양껏 주고 싶은 마음, 점점 커가는 고양이 유튜브 등등이 겹쳐 가던 와중 맘에 쏙 드는 제주도 집을 발견하고 제주도 동네고양이들의 캔따개로 거듭난다.

고양이들과의 일상을 남기고 싶어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망했다가 소생해서 성공한 이야기, 고양이들과의 신비로운 인연과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 마음에 묻고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는 이별 이야기들에 집사의 진심이 담뿍 묻어 나온다.

마당냥이들을 위한 24시간 365일 식당을 운영하면서 동네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새벽같이 일어나 고양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부지런함, 좋아하는 것을 대하는 진심, 이별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다독이는 지혜를 보며 고양이들만큼이나 집사님께도 반해버렸다.

울고 웃으며 읽은 고양이 이야기. 사진과 함께 보니 더 애틋하고 귀여운데, 책을 읽고 나서 유튜브로도 지켜볼 수 있다니 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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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 더 아름다운 삶을 위한 예술의 뇌과학
수전 매그새먼.아이비 로스 지음, 허형은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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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대 뇌과학자와 구글 디자인 아티스트가 알려주는 예술과 뇌의 상관 관계에 대한 책이다. 뇌과학과 디자인 분야의 최고권위자가 만나 풀어내는 이야기인 만큼 신뢰도가 높고, 풍성한 사례가 있어서 좋다.

제목은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지만 사실 책에서는 그 어떤 감각이든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모든 돌출된 미학적 경험을 추천한다. 소리굽쇠의 진동 듣기, 낙서하기, 요리하기, 이야기 읽기, 숲 속 산책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적 경험들이 우리 뇌를 깨우고, 재구조화하고, 발달시킨다고 말한다.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고 순간에 몰입하면 우리 뇌의 기억, 감정, 인지 역시 자극을 받는다. 오감을 열고 순간에 충실하기라니! 철학적이기도 한 이 책의 메시지는 과학과 예술, 자연과 일상을 넘나들며 우리 삶에 가깝고 유용한 조언을 준다.

하루 20분 정도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색칠하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차오를 때 소리굽쇠의 진동을 듣기만 해도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돌보는 사람, 좋은 삶(행복)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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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시간 -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제43회 공식 선정작
델핀 파니크 지음, 이나무 옮김 / 초록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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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시간>은 1974년부터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큰 만화 페스티벌 중 하나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의 공식 선정작이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남자들이 모두 전쟁터로 떠난 후 도시에 남은 여자들과 소녀의 이야기인데, ‘전쟁’과 ‘여자’라는 키워드에서 예측가능한 틀을 뛰어넘어 신선한 충격을 주는 책이었다. 이런 게 그래픽 노블의 매력이겠지.

군수공장에서 일하며 남겨진 자들의 전쟁을 치르는 여자들이 노동자로서 연대하기도 하고, 서로를 폭력적으로 억압하기도 하며 새로운 질서(혹은 무질서)를 세워 전쟁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전쟁에 나갔던 남자들이 돌아온다.

전쟁이라는 압도적인 폭력 아래 훼손되는 인간성과 어린 소녀에게까지 옮아가는 폭력성, 뒤틀리고 해방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단순화된 선, 꼬리 달리고 머리에 집을 인 인간이라는 독특한 그림체로 보여주는 신선한 그래픽 노블

#전쟁의시간 #전쟁 #그래픽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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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혁명 -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ㅣ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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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인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 혁명”은 소설의 재미와 감동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무슨무슨 주의와 운동과 혁명을 다룬 작품들 중 이렇게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고, 현실적이고 동시대적이고, 모두를 아우르는 소설이 있었나 싶게 신선한 소설이었다.

“우리는 한 트럭의 미움 속에서 미미한 사랑을 발견하고도 그것이 전부라고 말하는데.” - 미미한 사랑에 기대어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한 품에 넉넉히 안을 수 있는 즐거운 혁명을 꿈꾸게 하는 소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이제는 힘이 있든 없든 기성세대가 된 아저씨들과, 누군가의 딸로서 사랑 받지만 사회에서는 이해받기 전에 싸워야하는 젊은 여성, 건강한 생명력을 착취당하는 비인간 동물의 연대를 통한 전복이 장례식이라는 엄숙한 장면을 배경으로 흥겹게 펼쳐진다.

우수상 수상작들도 하나같이 유려하면서도 잘 읽히는 좋은 소설들이었는데, 경계와 정체성, 제도와 갈등, 사랑과 슬픔 등을 우리 삶 안에서 풀어 헤치고 엮어 나가는 소설들이라 재미있는 소설의 작품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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