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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제공
제목만 보면 사회학자의 시대 전망서 같은 느낌이, 아름다운 표지를 보면 감성적인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인데, 디스토피아를 그린 장편 소설이다.
<케빈에 대하여>를 쓴 라이오넬 슈라이버가 쓴 날카로운 풍자 소설로, 모든 인간이 지적으로 평등하다는 정신평등운동이 미국을 휩쓴 2011년부터 극적인 사상의 전복이 일어난 2023년, 그 이후인 2027년을 다룬다. 작가는 영리하게도 ‘평행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근 10여년의 익숙한 사건들을 정신평등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 다시 그려냄으로써 디스토피아를 현실로 가져온다.
모든 인간의 지능이 평등하며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현명하므로, 그 어떤 평가나 능력주의도 허용하지 않는 평행 세상에서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훌륭한 누구나 의사, 우주 공학자, 제약 연구원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도전적인 과제를 피해야 하고, 가르친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되는 대학 강사 피어슨은 어린 시절 강요되었던 종교에서 벗어나고자 가족과 절연한 반항아다. 저항의 아이콘인 그녀의 절친 에머리는 시대의 유행에 민감한 방송인으로, 정신평등주의에 전략적으로 영합한다. 피어슨의 가정, 피어슨과 에머리의 우정, 정신평등주의에 반전이 마련되어 있어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극단으로 밀어부친 평등주의, 절대 다수가 옳다고 믿는 사상과 개인의 신념, 우정과 배신을 그린 이 시대의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모두가 합의하는 몇 안 되는 가치 중 하나인 ‘평등‘을 소재로 주체적인 사유를 잃어버린 인간과 가치의 획일적이고 교조적인 적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점은, 수많은 디스토피아 소설들이 대중의 지적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언어를 검열하고 단순화한다면, 이 소설은 지적 능력이 제한된 대중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언어를 검열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