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리의 꿈 - 우리의 꿈은, 서로의 곁에 있는 것
원동민 지음 / 멀리깊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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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동안 함께한 가족을 강아지별로 떠나보낸 뒤, 우연히 보게 된 인스타툰에서 만난 또리. 하얗고 짤뚱하니 동그랗고 복실한 모습이 우리 아이랑 닮아 마음이 가고 공감하며 읽던 중 갑자기 또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반려견과 한번 이별한 뒤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랜선 강아지들의 건강과 오랜 행복을 빌어왔는데, 또리와의 생각지 못한 이별에 내 아픔이 다시 밀려오고,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작가님 가족도 걱정이 됐다.

하지만, 함께 한 추억으로 다음 만남까지 기다릴 힘을 얻는다는 마음으로, 함께 또리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원동민 작가님이 또리의 꿈을 책으로 엮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곧 들려왔다.

또리를 가족으로 맞이하기까지의 진지한 고민과 결심, 또리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씩씩하게 변해가는 기특한 모습, 또리와 함께 하며 배운 사랑의 구체적인 장면들이 또리만큼이나 귀엽고 동글동글 따뜻한 그림체로 펼쳐진다.

강아지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언젠가 머지않은 미래에 강아지 별에서 재회할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귀여워서 발버둥치다가, 애틋해서 눈물이 나다가, 너무 우리 같은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내려갔다. 또리랑 우리 아가가 친구들이랑 같이 신나게 놀고 있는 것만 같은 마지막 장면이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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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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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사회학자의 시대 전망서 같은 느낌이, 아름다운 표지를 보면 감성적인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인데, 디스토피아를 그린 장편 소설이다.

<케빈에 대하여>를 쓴 라이오넬 슈라이버가 쓴 날카로운 풍자 소설로, 모든 인간이 지적으로 평등하다는 정신평등운동이 미국을 휩쓴 2011년부터 극적인 사상의 전복이 일어난 2023년, 그 이후인 2027년을 다룬다. 작가는 영리하게도 ‘평행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근 10여년의 익숙한 사건들을 정신평등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 다시 그려냄으로써 디스토피아를 현실로 가져온다.

모든 인간의 지능이 평등하며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현명하므로, 그 어떤 평가나 능력주의도 허용하지 않는 평행 세상에서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훌륭한 누구나 의사, 우주 공학자, 제약 연구원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도전적인 과제를 피해야 하고, 가르친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되는 대학 강사 피어슨은 어린 시절 강요되었던 종교에서 벗어나고자 가족과 절연한 반항아다. 저항의 아이콘인 그녀의 절친 에머리는 시대의 유행에 민감한 방송인으로, 정신평등주의에 전략적으로 영합한다. 피어슨의 가정, 피어슨과 에머리의 우정, 정신평등주의에 반전이 마련되어 있어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극단으로 밀어부친 평등주의, 절대 다수가 옳다고 믿는 사상과 개인의 신념, 우정과 배신을 그린 이 시대의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모두가 합의하는 몇 안 되는 가치 중 하나인 ‘평등‘을 소재로 주체적인 사유를 잃어버린 인간과 가치의 획일적이고 교조적인 적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점은, 수많은 디스토피아 소설들이 대중의 지적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언어를 검열하고 단순화한다면, 이 소설은 지적 능력이 제한된 대중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언어를 검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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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건 뭘까?
사이하테 타히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정수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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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 사이하테 타히가 글을 쓰고, 일본 그림책을 대표하는 작가 아라이 료지가 그림을 그린 아름다운 그림책

책의 제목은 ‘아름답다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아름답다는 건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붉은 하늘과 푸른 바다, 검게 펼쳐지는 밤하늘과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는 소녀의 두 뺨과 눈동자에 아름다운 풍경이 그대로 반사되며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람 자체가 아름다움이 되는 그림책

조사와 쉼표가 빚어내는 운율, 밤이 내려앉는 풍경을 검은 고양이의 꼬리에 빗대는 상상력, 말과 말 사이의 페이지가 주는 여백은 아름다움에 대한 소녀의 고민과 깨달음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 아름다운 그림책을 소장하고 싶은 어른들, 아름다움의 구체적인 모양을 알고 싶은 사람,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철학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아라이 료지의 그림책을 더 찾아 읽어보고 싶다. 단 한 권만으로도 그의 팬이 되기에 충분하다.

#아름답다는건뭘까 #문학동네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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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는 쉬지 않았다 ㅣ 상상 동시집 36
김류 지음, 양민애 그림 / 상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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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만에 동시를 읽었다. 파란 하늘 한조각이 아쉬운 가을에 내내 내리는 비를 보는 내 마음이 책의 표지에 고스란히 실린 것만 같아 마음이 갔다.

어릴 때 쓰고 그리던 시화와 달리 시와 그림의 여백과 어울림이 여유롭고 여운이 있어서 좋았다. 그림 작가님이 동양화가라서 그런가.

동시는 쉬운 듯하면서도 세상 모든 것에 가만한 시선을 두는 기발한 어린이의 시선이 느껴져서 좋다.

가로등에 모여드는 날벌레, 담을 넘는 넝쿨, 생선 파는 할머니, 길고양이 밥그릇까지 나 아닌 존재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의 일상에도 고유한 목소리가 생겨나는 것만 같다.

한 사람의 그릇이 되기보다 / 많은 이들의 그릇이 되고 싶었다. // 왠지 / 자기가 할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 <그릇> 중에서

여전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세상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오늘도 비는 쉬지 않았다. - <폭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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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나비야 ㅣ 밤이랑 달이랑 10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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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을 받은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의 마지막 책

밤이랑 달이는 공원에서 나무 헬리콥터 장난감을 날리다 달처럼 노란 나비를 발견한다. 연약한 나비가 다칠새라 만지지도 못한 밤이가 날아간 헬리콥터를 찾느라 하늘만 바라보다 그만 나비를 밟고 만다.

힘이 없어 날지 못하는 나비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해 밤이랑 달이는 입을 모은다. 공원에 있던 모두들 한마음으로 힘을 보태는데, 과연 나비는 다시 날 수 있을까?

마음이 몽글몽글 부드러워지는 그림책. 자신의 실수에 와락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만회하려고 노력하는 밤이의 모습도, 밤이랑 천방지축 노는 듯해도 의젓한 달이의 모습도, 어느샌가 다 모여들어 나비를 응원하는 모든 존재들도 너무 사랑스럽다.

특히, 공원에서 속속 모여드는 존재들의 면면이 너무 기발하고 귀엽다. 호랑이도, 신기한 모자를 쓴 사람도, 어쩐지 더듬이가 난 사람과 별님도 모두 함께 공원에서 놀고 모두 함께 나비에게 힘을 보태는 그림책 속 세상에 나도 살고 싶다.

다양한 존재들이 전하는 마음이 알록달록한 입김의 형태로 지면을 가득 채울 때, 내 마음에도 힘이 보태지는 마법같은 그림책

나도 모르게 입을 모아 후-후- 숨을 보태게 되는, 차가운 밤공기에도 노란 봄이 사뿐 내려앉는, 모두의 알록달록한 입김을 타고 마음이 둥실 떠오르는 그림책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매우 추천하는 그림책.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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