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컬러링북 네이버 웹툰 컬러링북 시리즈
반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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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손목은 괜찮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퀄리티로 주간 연재를 이어가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네이버 인기 로맨스 웹툰 <신비>가 그러하다.
수채화 물감이나 파스텔이나 색연필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색감이 여럿 섞이며 만들어 내는, 제목과 주인공 이름처럼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은 웹툰을 보는 내내 독자를 감탄하게 한다.

사실 그동안 컬러링이 유행을 하면서 다양한 컬러링북이 나왔고 또 그래서 컬러링한 그림을 여기저기에서 봤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그림을 색칠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런 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바로 <신비 컬러링북> 출간 소식이었다.
<신비>의 명장면 52컷을 담아 내가 좋아하는 웹툰 속 내 마음을 찡- 하게 만든 장면을 칠할 수 있다는데! 그리고 그 누가 <신비> 그림을 보고 색을 채워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 이제 나처럼 <신비 컬러링북>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초판 한정 특별 부록인 신비&가람 일러스트 엽서 3종 + 컬러링 엽서 3종 + 프린팅 된 반지 작가님 사인 엽서를 놓치면 두고두고 아쉬울 테니 말이다.
반지 작가님의 <신비> 일러스트는 정말 아름다워서 엽서 한 장 한 장 빛이 난다.

컬러링북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앞서 말한 것처럼 네이버 웹툰 <신비>의 52장면이 수록되었고 한 장 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비와 가람이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왼쪽에는 말풍선이나 다른 컷이 포함된 웹툰 장면이, 오른쪽에는 색과 말풍선을 뺐지만 굵직한 음영은 들어간 컬러링 도안이 있다.
또한 <신비 컬러링북>은 편하게 색칠할 수 있게 180도로 펼쳐지는 특수 제본으로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는데, 180도까지는 몰라도 책을 눌러 펴면 잘 펴져서 색칠을 할 때 불편하지가 않았다.

나는 먼저 신비나 가람이나 신비와 가람이가 꽁냥거리고 있는 모습이 담긴 등 여러 장의 도안 중에서 가람이가 예쁘게 웃는 모습이 그려진 도안을 택해서 색연필로 색을 칠해보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색연필을 들었던 때가 십 년도 더 전이니 정말 오랜만에 색칠해본 것이어서 원본 일러스트나 컬러링을 즐겨하는 금손을 거친 결과물에 비하면 수수하겠지만, 반지 작가님이 색만 잘 넣으시는 게 아니라 그림 자체를 잘 그리셔서 내가 색을 칠해도 예뻐보이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반짝이는 예쁜 일러스트를 보며 색을 칠하니 (특히 가람이 웃는 모습을 보니) 눈도 즐겁고 오랜만에 맡는 나무 색연필 냄새와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와 색연필이 마찰하는 감각에 기분이 좋아지며 시간도 잘 흘러가서 컬러링이 왜 유행을 하는지, 사람들이 왜 색칠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이렇게 컬러링 도안이 마음에 쏙 들어야 색칠하는 시간이 즐거워지는 것일 테다.

네이버 웹툰 <신비>의 팬에게는 당연히 소중한 선물이 될 컬러링북이고, <신비>를 보지 않았더라도 반짝이며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담았으니 누구에게든 마음에 쏙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컬러링북이다.
첫 인상이 중요한 법인데 나의 첫 컬러링북이 <신비 컬러링북>이어서 다행이고, 이번 경험 덕분에 컬러링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컬러링에 취미가 없던 나에게 색을 채우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신비 컬러링북>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즐거움을 알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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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증권사관학교 X파일 - 종목 발굴 이렇게 하라!, 개정증보판
장진영 지음 / 이레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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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증권사관학교 X파일> 2021년 개정증보판은 반으로 똑 나뉘어 1부에서 주식 투자의 기초적인 내용을 알려주고 2부에서 주식 투자 실전에 보다 도움이 될 내용을 다루어 기초를 다지고 실전에 활용할 수도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책이다.

책 1부에서는 주식 투자 기본 용어, 주식 계좌 계설과 매수/매도 주문창을 보고 주식을 매매하는 방법, 기술적 분석에 필수적인 캔들/이동평균선/거래량과 다양한 보조지표의 종류와 의미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매수/매도 급소를 파악하는 방법, 그리고 지표나 보고서를 보고 분석하여 적정 주가와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는 기본적 분석에 대해 알려준다.

금리가 낮아지고 주식 시장이 호황이라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개중에는 주식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하기는커녕 자신이 매수한 종목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고 들었는데, 주식 투자를 할 때 책의 1부 내용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를 막 시작하는 사람이나 기초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투자자에게는 1부만 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뭐든 기초가 튼튼해야 실전에도 강할 수 있는 법이기에 중요한 부분이다.

또 주식은 낮은 가격에 사서 오르면 팔면 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말이 쉽지 주식 투자를 해보면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되는데, 2부에서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알려준다.
이동평균선과 거래량에 따라 투자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추세선 보고 주가의 흐름을 읽는 법과 추세 패턴별 매수와 매도 급소가 어떻게 되는지,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종목을 포착하여 따라서 매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규주는 어떻게 분석하고 기간별로 어떻게 매매를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고, 한국 증시 주요 테마별 관련 종목도 정리해두었으며, 급등주 조건을 알려주는 등 종목 발굴하는 방법도 가르쳐준다.

이렇듯 1부에서는 주식 투자의 기본을 잡고 2부에서는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알려주니 이 책에는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담겨있는데, 420여 페이지에 이 많은 내용을 넣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긴 설명 없이 핵심만 딱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각 유형별로 설명에 맞는 차트와 그림을 꼭 넣어서 저자가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지만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읽기 편한 책이고 특히 캔들도 그렇지만 추세 패턴 부분은 한 페이지당 추세 패턴을 하나씩 할당해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여 더욱 보기에 좋았다.

거기에다 네이버 ‘평생주식카페’의 정보를 모은 별책 부록도 주식 투자 실전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졌는데, 손절선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물타기와 불타기(추가매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식을 사자마자 떨어졌을 때는 어떻게 할지, 그리고 네이버나 삼성전자 같은 종목의 흐름은 어떠한지 등 주식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쏙 뽑아내 긁어주는 것이 내 예상보다 더 알찼다.

투자 서적 전문출판사 이레미디어의 책은 <실전투자의 비밀>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읽은 것인데, <실전투자의 비밀>도 주식 투자 기본과 실전 테크닉을 한 권이 담아낸 <실전 증권사관학교 X파일>과 별책 부록도 읽으면서 알게 된 점이 많이 유용해서 좋았기 때문에 이레미디어 출판사의 다른 투자서도 기대하게 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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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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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분위기의 영상은커녕 이미지도 못 보지만 그런 글을 읽은 재미는 또 있어서 인터넷에서 괴담이나 기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찾아다니며 읽곤 했는데, 막상 으스스한 글을 읽기에 제격인 여름은 그냥 보내고 말았지만 소설집 <카데바>에 수록된 단편들 각각의 짧은 소개를 보고 가을을 바로 코앞에 두고 몇 개월만에 기담을 읽었다.

먼저 이 책 <카데바>에 수록된 열 가지 단편을 순서대로 간략하게 소개하고나서 전반적인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버릇>은 곤란한 것들은 책상 서랍이나 장롱 서랍 같은 방구석에 처박아두는 버릇이 있는 여자아이가주인공으로, 그 곤란한 것들에는 학교에서 받은 우유나 생리대 심지어 햄스터 사체까지 있다.
이것이 더럽고 찝찝하고 고약한 버릇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인공은 버릇을 고칠 수가 없다.

<죄악>은 4년을 사귄 여자친구에게 잔인한 말을 내뱉으며 이별을 고한 남자에게 자살한 전 여자친구가 찾아오는 이야기이고, <악몽 그리고 악몽>은 계속해서 악몽을 꾸는 남자가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약물 처방도 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향>은 중고거래를 계기로 어린시절 살았던 지역에 가서 변함없는 그곳을 마주한 것을 소재로 했고, <카데바>는 어두운 분위기인데다 로봇 같아서 쭉 친구 하나 없던 의대생이 해부학 실습에서 본 시신에게 사랑을 느끼고 살인, 사체절도, 사체오욕, 사체은닉 혐의를 받은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카데바>는 주인공의 혐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표제작답게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별장괴담회>는 이 소설집에서 유일하게 작가가 실제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인데, 단순하게 작가가 지인들과 함께 놀러간 시골 별장에서 돌아가며 무서운 이야기를 나눴던 것을 옮겼으니 자극적이지도 그리 무섭지도 않아 특히 심심했다.

그다음 수록된 단편 <포식>은 어렸을 적 고양이를 끔찍하게 학대해서 죽인 일이 현재 자신의 아내가 계속해서 유산하며 아이를 갖지 못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는 남자 이야기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단편을 통해 약한 존재를 괴롭히면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작가가 고통스러워하면서까지 이런 글을 쓸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 단편을 읽는 나는 불쾌할 뿐이었다.
이 단편소설에는 길고양이를 산채로 불에 태워죽이고 새끼 길고양이가 돌에 짓이겨 죽는 등의 장면이 있는데, 길고양이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런 끔찍한 일은 소설 속 일이 아니라 현실이기에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화가 났지 작가가 말하고자 한 교훈이 와닿지는 않았다.

<네 명의 여자가 살고 있다>는 말 그대로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네 명의 여자, 팔자는 닮지 않기를 바랐건만 기어이 팔자를 닮고야 마는 사대의 이야기라서 내가 보기에는 <카데바>의 단편들 중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연애상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연애상담글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후반부를 예측 가능했으며 내가 복선을 발견하지 못한 건지 전개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서.m4a>에는 방송작가를 꿈꿨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한 딸이 mp3에 남긴 음성을 매일 하나씩 듣는 엄마가 나온다.
딸이 mp3에 남긴 그 편지에는 죽음의 원인 같은 것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고, 들으면 딸이 죽은 것이 아닌 유토피아로 떠난 것만 같아지는 메시지였다.

삶, 죽음, 꿈을 관통하는 이 열 가지 단편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여 이야기가 현실인지 꿈인지 초자연적인 현상인지 혼동스럽게 한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가졌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아쉬움이 있다.

가장 처음에 말한 것처럼 인터넷에 올라온 괴담, 기담, 무서운 이야기를 찾아 읽곤 한 내가 읽은 이야기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 중에서도 번역되거나 추천을 많이 받거나 공유된 글이어서 여러 네티즌의 필터를 거치며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글이었다.
(그중에는 책으로 정식 출간된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온 글 또한 출판사라는 필터를 한 번 거쳤으니 그만큼 흥미로운 글을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더해 전문가의 손도 거쳤으니 글이 더 탄탄할 것이라 기대했다.
이 책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 많은 단편이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카데바> 속 단편들은 어떤 부분에서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없어서인지 간이 심심하게 된 음식을 먹는 것만 같았다.
또 어떤 이야기는 뒤가 예상이 되거나, 아니면 결말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공포가 아닌 불쾌함이 주가 되기도 하는 등의 아쉬움도 있었다.

이 책의 작가는 소설, 에세이, 여행, 사진 분야의 책을 열여섯 권이나 쓴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알고보니 작가의 책은 이 단편소설집 <카데바>와 마찬가지로 토이필북스 출판사에서 출판되었고, 그 출판사는 작가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였으니 작가는 자가출판으로 방식으로 책을 낸 것이었으리라.

출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우리는 더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아쉬운 책을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늘어난 것이고 출판이라는 필터도 한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게 된 셈이다.

아무튼 나는 단편소설집 <카데바>를 읽고 아쉬움을 느꼈지만 내 마음에 들었던 책을 다른 독자는 혹평했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또 다른 독자는 이 책을 나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기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단점 중 하나인 심심한 간이 입맛에 맞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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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 - I’M THE BAD GUY,
안드리안 베슬리 지음, 최영열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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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배드 가이>로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하고 미국 최고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의 5관왕이 되어 커리어 정상을 찍고 대세가 된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는 미국에서 먼 대한민국에 있는 사람들까지 사로잡은데다, 기이한 분위기의 속삭이는 듯한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이 할로윈 코스프레를 할 정도로 확고하고 개성있는 스타일의 빌리 아일리시에게 나도 관심이 가서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렇게 책도 읽게 되었다.

다른 수많은 유명 팝스타를 뒤로하고, 안팎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커버의 뚫린 공간 사이로 빌리 아일리시의 눈빛을 볼 수 있는 것이 빌리 아일리시스러운 디자인이라는 생각에 멀리서 보아도 빌리 아일리시를 떠올리게 하겠다 싶은, 빌리 아일리시에 대한 책이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판된 것을 보면 빌리 아일리시가 정말 대세는 대세구나 싶다.

이 책은 빌리 아일리시가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랐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밟아가며 미국 최대 음악 시상식 그래미에서 5관왕을 한, 팝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아티스트가 되었는지를 다루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생계를 위해서 다른 일도 하기는 했지만) 배우였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학교에 가는 대신 오빠 피니어스와 함께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았는데,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아빠가 만든 믹싱테이프를 듣고 엄마가 가르치는 작곡 수업에 참가하고 집 안에는 악기가 굴러다니는 (피아노가 세 대나 있었다고 한다)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니 피니어스와 빌리가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다 오빠 피니어스는 연기도 했지만 밴드 활동을 했고, 그의 경험치는 빌리에게 큰 보탬이 된다.
빌리 아일리시에 대해 말하면서 그의 오빠 피니어스를 빼놓을 수는 없을 텐데, 빌리와 피니어스는 함께 홈스쿨링을 하고 음악을 하면서 보통의 남매보다 더 끈끈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였으며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는 오빠 피니어스가 작곡을 하고 빌리가 작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빌리가 뜨면서 피니어스도 업계로부터 뜨겁게 러브콜을 받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가 되었다.

아무튼 어려서부터 음악에 둘러싸여 자란 빌리는 원래 춤을 췄지만 부상을 계기로 노래에 집중하게 되었는데, 오빠 피니어스와 함께 자작곡 공유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노래 <오션 아이즈>가 주목을 받으면서 ‘빌리 아일리시’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흥미로운 그의 음악적 서사와 행보가 참 빌리 아일리시 답기 때문일까, 프로듀서에게 발굴되어 지원 사격을 받으며 데뷔해서 음악 차트 상위권을 목표로 활동한 것이 아니라 다른 전략으로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고 작은 무대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사람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아 월트 투어를 하고 미국 최고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의 상을 휩쓸고 영화 <007> 주제곡을 불러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읽는 것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그리고 삐까뻔쩍한 스튜디오가 아니라 피니어스의 방에서 탄생했다는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 하나하나가 만들어진 과정과 노래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저자가 음악을 묘사한 글을 읽고 있노라면 노래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져서 책을 읽으면서 유튜브에서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를 몇 곡이나 찾아듣게된다.
그래서 본문이 끝난 뒤에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와 주요 활동이 표로 정리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또 빌리 아일리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넉넉한 티셔츠와 반바지로 편해보이면서도 화려한 스타일로 무대 위를 뛰어다니거나 시상식에 참여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모습 등을 책 뒷쪽에 실려 있는 사진에서 볼 수 있다.
빌리 아일리시가 어렸을 적 음악과 함께 한 모습이나 빌리 아일리시의 여러 노래가 탄생한 방구석 스튜디오도 궁금했는데, 그런 사진은 없지만 접이식 미니 브로마이드(책의 두 배 크기다)도 있다.

사실 빌리가 여성혐오를 하고 폭력범죄를 저지르며 임신한 여자친구를 감금 폭행까지 한 XXX텐타시온을 추모했다는 것을 알고 내 안에서 빌리 아일리시의 이미지가 좀 깨지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빌리 아일리시와 그의 노래에 대해 더욱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은 빌리 아일리시를 좋아한다거나 빌리 아일리시가 누구인지 어떤 가수인지 궁금하다면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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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하난의 우물
장용민 지음 / 재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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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하난의 우물>이 순수한 남자와 염세적인 여자의 사랑이야기라고 했을 때, 그리고 전설 속 이야기가 현재로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했을 때, 내가 푹 빠져서 읽을 소설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또 호평이 많아서 나의 읽고 싶은 책 목록에도 들어가 있는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소설 <궁극의 아이>와 <귀신나방>을 집필한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은 어떠할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누리는 스무 살이지만 다섯 살 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왜소한 청년으로, 어린 자신을 길에서 거두어주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로 혼자서 공병을 주우며 낙원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한 심성을 가진 누리는 구타를 당하고 있는 노인을 구해주었고, 그 노인이 답례로 봐준 전설점을 통해 자신의 운명이 ‘부치하난의 우물’이라는 전설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할머니가 그랬어. 좀 모자라도 괜찮다고. 어린 애로 사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어린아인 좋은 거만 보니까.......”

p.12


‘부치하난의 우물’ 전설은 먼 사막에서 시작된다.
그곳에 인골로 만든 갑옷과 무기를 들고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며 인육까지 먹는 잔인한 츄위샤이족 최고의 전사 부치하난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열 살 이전의 기억이 없어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는 츄위샤이족이 몽낭족을 습격하던 날, 아픈 어머니가 있어 도망가지 못한 열여섯 소녀 올라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기억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부치하난은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올라에게서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이야기의 끝은 비극적이었고, 한 우물에 얽힌 전설이 되었다.


‘난 보이지 않는 건 믿지 않았다. 난 만질 수 없는 건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사랑...... 꿈...... 그딴 건 개나 줘버려. 그런데 어느 날 벼락처럼 그 아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말했다. 세상에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다고. 가장 소중한 건 만질 수 없다고. 나의 사랑....... 나의 부치하난.......’

p.9


누리는 자신이 전생에 이 부치하난이었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반쪽 올라를 찾아나섰고, 태경을 만났다.
태경은 스스로 더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여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양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집에서 나와 또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떡볶이를 먹을 때 포주에게 잡혀 성매매를 해야만 했던 태경의 고달픈 삶은 그녀의 손목에 짙은 흔적까지 남겼으니 살아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매춘과 소매치기를 하면서 근근이 삶을 이어가던 태경은 도망쳤던 포주에게 다시 붙잡혀 들어갔다가 무려 90억 가치가 있는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인 ‘여신의 눈물’을 손에 넣었고, ‘여신의 눈물’을 뺏긴 조직은 태경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뒤를 쫓는다.
그때 누리가 태경을 찾아낸 것이었다.

태경은 목숨을 위협 받아도, 그보다 더한 짓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도, 자신을 밑바닥 인생에서 구원해줄, 꿈을 이루어줄 다이아몬드를 팔아서 힘들 때마다 들여다보던 전단지 속 천국의 섬 피지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다.
태경을 올라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는 누리도 함께 하게 된 여정 중 ‘부치하난의 우물’ 전설이 현실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이 무너지면 무너진 대로 살면 돼.”
“뭐.....”
“우리 할머니가 그랬어. 하늘이 무너지면 무너진 대로 살면 된다고...... 그럼 또 다른 하늘이 보인다고. 그니까 울지 마.”

p213


이렇듯 1996년 종로 밑바닥 삶을 사는 누리와 태경이 조직폭력배에게 쫓기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여서 그려지는 구질구질한 모습들이나, 특히 태경이 성폭력과 성매매 피해자이기 때문에 그려지는 소설 속 장면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면을 감수할 수 있다면 나처럼 ‘부치하난의 우물’이라는 전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몰입하여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넘긴 책장이 왼편에 수북히 쌓인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로 호평을 받았던 작가의 필력은 어디 가지 않는지, 나는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이 소설은 내가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유독 빨랐는데, 그렇다고 다 읽고나면 휘발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책을 덮고도 여운이 남는다.
소설 속 애틋한 사랑, 특히 태경이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느꼈던 대가 없는 사랑, 누리의 그 순수한 사랑과 미소는 당분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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