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의 땅 1부 3 : 피와 뼈 용기의 땅 1부 3
에린 헌터 지음, 신예용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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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시리즈 세 번째 책 표지를 장식한 주인공은 (첫 번째 책은 사자 피어리스가, 두 번째 책은 개코원숭이 쏜이 장식했으니 당연하지만) 신비한 힘을 가진 코끼리 스카이가 되었고, 2권에 이어 3권에도 표지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가 앞쪽에 부록으로 붙어있다.

책을 펼쳐 용기의 땅에 찾아온 위기를 짐작케 하는 프롤로그를 읽고 나니 가슴 아픈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위대한 아버지로 가장한 개코원숭이 스팅어에게 속은 피어리스가 친구였던 쏜을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쏜은 피까지 보게 되었지만 다행이도 더 큰 일을 당하기 전에 스카이가 나타나서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카이는 스팅어에 대한 진실을 쏜으로부터듣게 된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구만 리였는데, 스카이도 스팅어가 진짜 위대한 아버지가 아니며 위대한 어머니까지 해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 말을 믿는 동물들은 스카이가 속한 스트라이더 무리뿐이었고 용기의 땅의 다른 동물들은 아직도 스팅어가 위대한 아버지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카이가 스트라이더 무리에 진실을 전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도 못했다.
위대한 어머니를 죽인 것이 스팅어라는 것을 알게 된 스트라이더 무리가 분노해서 스팅어를 찾아갔지만 스팅어는 당연히 자신이 위대한 아버지라고 주장하며 코끼리들의 공격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고, 이에 더 흥분하여 나무를 들이 받았던 스트라이더 무리의 우두머리 레인이 나무에 깔려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이렇게 스트라이더 무리는 또다시 지도자를 잃은 데다가 용기의 땅 다른 동물들에게 배척 받게 된다.

쏜과 대화할 때도 그렇고 위 사건에서 스트라이더 무리의 코끼리들이 흥분하며 용기의 땅 자연의 법칙을 어기고 스팅어를 죽이려고 할 때도 스카이는 자연의 법칙은 어기면 안 된다며 스팅어를 죽이는 게 아니라 쫓아내자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그런 스카이가 답답한 원칙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사건의 결과를 보니 스카이처럼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카이에게서 지도자의 자질을 볼 수 있었다.
또 스카이는 닿은 동물의 기억을 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있지만 아직 조절하지 못해서 고생을 했는데, 다른 동물의 기억을 함부로 보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 능력을 휘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에서도 스카이의 성품을 알 수 있다.


“스팅어를 해쳐선 안 돼요. 그를 몰아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그게 뭐지? 어서 말해 보렴.”
(...)
“진짜 위대한 부모를 찾아야 해요. 그래야 스팅어를 이길 수 있어요.”
p.70


위대한 영혼을 담고 있던 스카이는 용기의 땅을 떠나는 스트라이더 무리에서 떨어져 용기의 땅에 남아 진짜 위대한 부모를 찾아 또다시 길을 떠난다.
스카이를 보호해줄 수 있는 어른 코끼리는 없지만 다행이도 스카이의 곁에는 록과 실버혼 두 친구가 있어 외롭지는 않게 되었다.

스카이에게 도움을 받아 피어리스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났지만 쏜은 여전히 스팅어의 수하들인 튼튼한 가지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스카이와는 헤어지고 이동하던 중에 개코원숭이들에게 공격을 받아 만신창이가 된 너트를 발견한 쏜은 자신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데다 상태가 나빠서 짐이 될 텐데도 너트를 챙겨서 함께 도망친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둘이어서 건강한 개코원숭이들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하는데, 그 때마다 쏜은 하이에나의 대변을 몸에 묻혀 자신들의 냄새를 없애거나 벌집을 떨어뜨리며 급한 상황에서도 지혜를 발휘했다.
그리고 다른 개코원숭이 무리를 마주하게 된다.
개인적인 감정과 상관 없이 너트를 돕고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쏜도 개코원숭이 무리의 지도자감이라고 생각했다.

스카이와 쏜에게서 무리의 지도자가 될 싹이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삼총사 중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무리를 가지게 된 것은 피어리스이다.
그 시작은 타이탄을 물리칠 준비를 하라며 교활한 스팅어가 피어리스에게 준 임무 때문이었는데, 스팅어에게 속아서 친구를 공격하고 휘둘리는 피어리스를 보면서 답답했지만 결국 피어리스도 진실을 알게 되니 그래도 다행이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을 떠올리게 해서 읽기 시작한 <용기의 땅> 시리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쓰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어머니 다음의 위대한 부모가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서, 그리고 사자 피어리스, 개코원숭이 쏜, 코끼리 스카이 삼총사의 행보가 궁금해서 어른이인 나도 계속 읽게 되었다.
3권에서는 궁금증도 해소되고 삼총사가 직면한 위기가 마무리 되며 용기의 땅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흐뭇하게 책을 덮을 수 있었는데, 아직 용기의 땅 이야기가 끝이난 건 아니니 앞으로도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겠지.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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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 여인의 초상화 속 숨겨진 이야기
이정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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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관심을 끈다.
그림 속 이야기도 예외가 아니어서 여성이 책을 읽는 그림을 모아둔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Women Who Read Are Dangerous)>를 흥미롭게 보았고, 이번에도 그림 속에 숨겨진 여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를 펼쳤다.

그림 속 여성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화가와 모델의 관계와 같은 그림의 배경을 알아야 하니 책을 읽으면서 그림 속 여성 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림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알게 되며, 저자가 그림을 분석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그림을 보다 자세히 뜯어보게 된다.
덕분에 그림을 보고 더 깊고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자 미상의 <폼페이 여인의 초상>이라는 책의 첫 번째 그림부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한순간에 화산재 아래에 묻혀버린 고대 도시 폼페이는 전부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폼페이 유적지에서 딱딱하게 굳은 화산재에 덮인 채 발견된 이 그림 속 여인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으며 얻게 된 멋진 수확 중 하나다.

크고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시상을 떠올리는 듯한 그림 속 여자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Sappho, 기원전 630~580)인데, 그는 여성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았기 때문에 사회 지도층 남성들 사이에서는 동성애가 성행할 정도로 남성 중심의 고대 그리스에서 인기 있는 시인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사랑 노래 아닌 것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오래 전 다른 작가들이 신과 영웅 그리고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던 시대에 사포는 사랑과 그리움 같은 개인의 마음을 노래했고, 그의 고향 레스보스 섬에 여성 예술 공동체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사포가 동성애를 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레스보스(Lesbos)섬 사람들이라는 뜻의 ‘레즈비언(Lesbian)’이 사포로 인해 지금처럼 여성 동성애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니 지금까지도 그 영향력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호메로스와 견줄 만큼 명성도 있었으며 시인을 싫어했던 플라톤도 칭송했다고 하니 사포의 시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중세에 그의 시가 음탕하다는 이유로 이곳 저곳을 잘라내며 조각조각나서 단 한 편을 제외한 다른 시들은 온전하지 못하다니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시인으로서 성공하여 행복했을 것만 같았던 사포의 삶은 사랑의 상실한 고통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비극적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더 비극적이었던 것은 레스보스 섬의 문학 공동체가 해체되고 여성들이 노래하던 서정시가 남성의 문화로 귀속되었다는, 사포의 죽음 이후였다.

이렇게 사포에 대해서 읽을수록 내가 지금까지 사포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 의아해서 사포의 시와 명성이 지금 시대에까지 온전하게 전해지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었고, 지금이라도 사포에 대해 알게 되어 다행이며 다른 사람들도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리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는데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2 or 1656)가 그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이다.
적장을 유혹해서 그가 잠이 들었을 때 목을 베어 유대 민족을 구했다는 구약 성서 속의 여인 유디트는 여러 예술가들이 그림으로 그려낸 소재이지만,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그린 유디트는 다른 남성 예술가가 그린 유디트와는 전혀 다르다.
적장을 유혹한 것에 초점을 맞춰서 관능적으로 그려지거나 아름다움에 집중해서 그려진 유디트와 달리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디트는 강인하고 현실적이기 때문에, 만약 유디트가 실존했다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디트 같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유디트가 탄생하는 데에는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아르테미시아가 열일곱 나이에 아버지의 친구이자 자신의 미술 스승 아고스티노 타시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게다가 아르테미시아의 아버지는 타시를 성폭행이 아닌 재산훼손혐의로 고발했으며 아르테미시아의 순결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되었다는 것을 보면 1600년대 로마가 여성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여러 면에서 아르테미시아에게 고통이었던 재판 과정을 거쳐 아르테미시아의 아버지는 재판에 승소했지만 타시는 감옥에 고작 몇 개월만 있었을 뿐 오히려 이전보다 그림 주문을 많이 받았으며 아르테미시아의 아버지와도 화해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르테미시아에게는 온갖 추문이 따라다녀서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그림에 서명을 할 수조차 없었는데 말이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그린 <홀로페르네스의목을 베는 유디트>는 예전부터 내게 강렬한 인상을남겼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이야기도 알고있었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더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가 유디트 그림을 여섯 번이나 그렸다는 것이다.
책에는 1610년과 1620년에 같은 구도로 그려진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가 있기 때문에 비교해볼 수 있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이 작품 속 유디트에는자신의 얼굴을 그려넣고 홀로페르네스에는 타시의 얼굴을 그려넣었다고 하니 그 심정을 짐작해볼 수 있으리라.
그래도 후에 로마를 떠나 피렌체로 가서 여성이 화가로 활동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시대에 귀족의 후원도 받으며 활동을 이어갔고 화가로서 성공했다고 하니 정말 잘됐지만, 그 끔찍한 경험 이전의 아르테미시아로는 돌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 서글퍼진다.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내가 보여 주겠어요. 당신은 카이사르의 용기을 가진 한 여자의 영혼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아르테미시아는 후원자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베는 유디트>를 처음 봤을 때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강한 인상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한 그림을 보았다.
바로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이다.
전에 <세상의 기원>에 대한 글을 읽어서 그림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림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여성의 성기를 적나라하게 그린 그림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조각상 중에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다비드상도 남성의 성기가 그대로 드러나있으며 그것을 처음 보았을 때에도 별 충격을 받지 않았고, 생각해보니 여성의 성기가 이렇게 드러난 미술 작품은 처음 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세상의 기원>을 보고 받은 충격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는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회화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해서 여성의 몸도 미화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이는대로 그리면서 그동안 미술이 아름다움의 일부로 소비한 여성의 몸에 대한 통념을 비틀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보는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으며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그림 뒤의 이야기를 읽고 여성의 성기만을 그린 <세상의 기원>이 포르노그래피가 아니라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서평에서 소개한 그림은 세 작품이지만 정말이지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여러 사실과 그림을 더 많이 소개하고 싶었다.
몇 개 그림의 선명도가 아쉬워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완벽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또 그러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상쇄할 만큼 내용 면에서 만족했기 때문에 과연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구나 생각했다.
서평 속 그림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면 이 책을 읽으며 더 많은 그림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는 게 어떨까?





#그림읽기 #미술읽기 #명화읽기 #미술책추천 #그림속여자가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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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어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
손원곤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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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는 좀 되었는데 아직도 왕초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나태한 내 성정도 한몫했지만 영어와 달리 내가 관심을 가지고 흥미로워하는 프랑스어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것이 프랑스어 배움이 더딘 이유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
어떤 이유로든 프랑스어 배우는 속도가 더디던 중에 프랑스어를 열정적으로 공부하며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자극을 받고 프랑스어를 계속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책을 펼쳐보았다.

책은 저자 손원곤 씨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미국 여행을 했던 이야기가 잠깐 나오고 대부분은 프랑스 파리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하며 알제리와 모로코에서 프랑스어 통번역을 했던 경험까지 담고 있다.
그러면서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프랑스에 대한 흥미가 생기게 하고, 저자가 1년만에 프랑스어 능력시험 최고 레벨이라는 DELF B2에 합격한 비결인 프랑스어 공부 방법도 알려준다.

평범한 공대생이었던 저자의 인생을 바꾼 것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저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통해서 더 넓은 세상을 보았으며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좋은 경험을 했고, 그것이 프랑스어를 배우고자 프랑스 파리로 떠나겠다는 결정을 하는 데 바탕이 되었다.
책을 읽다보면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사는 저자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는데 저자는 기본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었다.
미국 여행을 갔을 때에는 하버드에 가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파리에서 생활할 때는 자신의 관심사를 살려 파리 패션위크 때 스트릿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파리에서 스트릿 포토그래퍼로 활동할 때는 패션 웹사이트에 사진을 팔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용돈까지 벌었다.
파리에서 지내면서 한때는 한번에 다섯 가지 일을 하기도 했을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프랑스어에 최대한 노출되도록 노력하며 열심히 어학 공부를 해서 프랑스어는 잘 들리지도 않던 저자는 6개월만에 현지인과 2시간 동안 대화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1년만에 프랑스어 능력시험 최고 레벨인 DELF B2에 합격했으며 알제리와 모로코에서 통번역 일을 했다는 이야기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 자극을 주고 어학 공부의 동기부여가 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계속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책에서 가져온 다음 문장을 보자.


“ 내가 일을 하는 동시에 프랑스어 실력이 향상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주문하기 전 프랑스 현지인들은 각각 메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p.70”


이 문장을 읽으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게 나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문장을 옮기다가 실수로 오탈자를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나는 책 속 문장을 그대로 옮겼고, 위와 같은 문장들은 책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되지 않거나, 한 문장 안에서 어휘를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조사가 잘못되었다거나 하는 이유로 부자연스러워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여기저기에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글을 쓰다보면 어색한 문장을 만들 수도 있지만 출판되는 책이니 교정/교열 과정을 거쳐서 이러한 문장들이 보완되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확고한 인생 철학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며 열심히 사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 저자의 파리 생활기를 읽으며 파리의 잔디밭에 앉아 에펠탑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거나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데에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삶에 자극이 되었지만, 글이 다듬어졌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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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
양국희 지음 / 쿠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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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마릴라하고 매슈와 함께 지내는 초록지붕 집 ‘그린 게이블스’가 책 밖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가?
캐나다의 작은 섬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는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소설을 쓰고 묻힌 곳인데, 그곳에 그린 게이블즈를 비롯하여 <빨강머리 앤>에 영감을 준 장소가 여러 곳 있다.
이 책은 4년 전인 2016년에 작가 양국희 씨가 마릴라에 가까워진 나이에 오랜 친구 앤의 흔적을 찾아 그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로 떠난 이야기를 그렸다.

그렇다면 이 책은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해외 여행기와 다를 바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는 먼저 독립서점에서 판매되는 독립출판물로 만들어졌다는데 그래서인지 대형 출판사를 통해 시중에 나온 책과는 다른, 독립출판물의 감성이 엿보인다.
그리고 여행기에는 보통 사진이 수록되며 그림이 들어가더라도 책장을 넘기다가 드문드문 볼 수 있을 뿐인데,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주가 되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에이번리의 봄처럼 따뜻한 느낌의 수채화와 색연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는 앤의 감성과 꼭 어울리는 감성을 가졌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나도 작가와 함께 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기분으로 프린스 에드워드 섬(PEI)을 여행했다.

작가 양국희 씨는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거주해서 그녀와 <빨강머리 앤>이 관련된 장소가 모여있는 마을 캐번디시(Cavendish)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중심도시인 샬럿타운(Charlottetown)을 중심으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곳곳을 누빈다.
나는 여러 장소 중 역시 둘의 흔적이 많았던 두 곳, 앤의 집인 그린 게이블즈(Green Gables)와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친척 캠벨(Campbell) 일가의 집을 방문한 게 인상적이었다.

그린 게이블즈는 놀라울 정도로 소설 속 앤의 집과닮았는데, 앤이 유령의 숲이라고 불렀던 숲과 매슈의 헛간도 있고, 마치 앤과 마릴라와 매슈가 살고 있는 것처럼 옷가지가 침대 위에 놓여있거나 방금 구운 것 같은 빵 덩어리가 놓여있기도 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소품들, 다이애나와 잠깐 헤어지게 된 계기였던 산딸기 시럽이나, 앤이 마릴라에게 억울하게 오해를 받게 했던 자수정 브로치 숄이나, 앤이 보니라고 이름을 붙여준 제라늄으로 추측되는 화분 등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이 여행을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작가에게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녀가 사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한 경험을 하는 것도 즐거웠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는 <빨강머리 앤>과 관련된 장소가 아니더라도 풍경이 예쁜 곳이기 때문에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곳곳의 풍경을 담은 그림 또한 예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여행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의 작가 양국희 씨가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찾은 것은 5월 말로 앤이 그린 게이블즈에 처음 왔던 6월보다 조금 이른 때였는데, 앤과 비슷한 시기에 그린 게이블즈를 찾았다는 것이 낭만적으로 보여서 나도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방문한다면 6월에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5월 말은 성수기를 비켜간 때여서 관광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섬 이곳저곳을 다니는 게 가능했지만, 관광객이 많이 없어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고 하니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는 시기를 잘 정하는 게 좋겠다.

작가의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를 여행할 때 도움이 될 정보를 알게 되며 작가가 여행지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하단에 적어두기도 해서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여행하기 전에 읽어봐도 좋겠지만, 여행 예정 여부를 떠나 <빨강머리 앤>을 좋아한다면 앤과 닮은 감성을 가진 따뜻한 그림과 글이 담긴 이 책도 즐겁게 읽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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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실용음악 화성학 - 입문자도 입시생도 독학하기 쉬운 음악이론 실용음악 화성학
이화균 지음 / 해피엠뮤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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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음악이론을 배운 것은 거의 20년 전에 피아노 치면서 악보 보는 법을 배웠을 때였다.
그 이후에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음악 교과서로 음악이론을 배우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학교에서 음악 수업이나 음악 시험은 다른 과목에 비해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기 때문에 나도 시험 전에 바짝 벼락치기하며 음악이론을 외우고는 며칠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잊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악보를 볼 줄 안다고는 해도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기도 하는데다 악기 연주에서 더 나아가 작곡을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 생각하면서 음악이론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손에 든 이 책, <기초 실용음악 화성학>은 총 190여 페이지에 책 두께가 얇은 편이어서 초보자가 음악이론 공부를 시작할 때 부담없이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책 내부도 그림과 도표를 활용해서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내용만을 간략하게 설명해서 깔끔했고, 주요 용어는 영문 표기를 병기해서 후에 배움을 이어가면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거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에도 수월하도록 했다.
이론 설명 후에 ‘핵심 정리’와 ‘연습문제’ 코너에서 배운 것을 정리하고 확인해볼 수 있게 한 것은 일반적인 교재의 구성과 같았다.

‘CHECK’라는 연보라색 네모 상자 안에는 음악이론을 배우면서 궁금해할 만한 정보나 음악이론을 배우는 과정에 대한 조언(팁)이나 요령 등 독학으로 음악이론을 공부할 때 도움이 되는 정보가 담겨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온쉼표와 2분쉼표를 외우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는데, 세숫대야를 닮은 온쉼표는 세숫대야라는 4글자처럼 4박자이며 모자를 닮은 2분 쉼표는 모자라는 2글자처럼 2박자라고 기억하면 된다니, 재치있는 설명에 온쉼표와 2분 쉼표를 헷갈릴 일은 평생 없겠다 싶었다.

<기초 실용음악 화성학>은 음악이론 초보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악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인 음표와 쉼표, 박자와 여러 기호, 그리고 음이름과 계이름처럼 아주 기초적인 음악이론부터 알려준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음악이론도 이번에 다시 정리하면서 흐릿했던 내용을 다시 명확하게 할 수 있었고, 기초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거나 잘 몰랐던 것도 알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후 화음, 조성, 코드, 텐션처럼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배울 때 앞서 기초 음악이론을 탄탄하게 다시 정리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왕초보에게도 부담없을 이 책을 통해 배운 음악이론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음악 공부를 계속 할 것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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