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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골드바흐의 추측, 이 수학 난제를 증명하는 것에 미친듯이 매달려 젊음, 더 나아가 삶을 바친 수학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단 하나의 공식에 집착하는 그 수학자를 보면서 한 사람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드는 수학 공식에는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는 걸까 궁금했고, 수학 공식의 아름다움을 알면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공식의 아름다움>을 읽게 되었다.
이런 수학자는 허구적인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궁금했던 것인데, 실제로 유명한 수학 난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36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동안 수많은 수학자들이 증명에 시간과 열정을 들였고, 이를 최초로 완벽하게 증명한 앤드류 와일즈라는 영국의 수학자도 앞선 수학자가 이미 페르마 추측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여겼음에도 8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풀지 못한 수학 난제가 있으니 지금도 난제에 매달리고 있을 수학자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각 장에서 공식을 소개하기에 앞서 양면을 꽉 채운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 <공식의 아름다움>은 중국의 과학 교육 플랫폼 양자학파에 의하여 쓰인 책이고, 고등학교 수학교사가 번역하였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한 AI. 전기공학과 부교수의 감수까지 받아 전문적인 번역을 기대할 수 있었다.
책은 먼저 크게 이론과 응용편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론편에서는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1+1=2’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뇌리에 콕 박혀있을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나는 절묘한 증명 방법을 찾았지만 이 책의 여백이 부족해 쓰지 않는다.”라는 간단한 메모에서 촉발되어 수학자들을 358년이나 괴롭히는 동시에 수학의 발전을 이끌어낸 ‘페르마 정리’, 독립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던 미분과 적분을 연결할 수 있게 한 ‘뉴턴-라이프니츠 공식’, 사과 일화로 유명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각각의 개성이 있는 5대 상수를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는 점에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꼽히며 치명적인 수학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찬사까지 들어 이 책의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공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오일러 공식’, 비운의 수학 천재 갈루아와 ‘갈루아 이론’, 리만 본인은 한가롭게 제시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리만이라는 존재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 ‘리만 가설’, 우주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4개의 공식으로 전자기 현상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맥스웰 방정식’, 무엇을 의미하는 공식인지는 몰라도 일단 알고는 있는 아인슈타인의 E = mc2 ‘질량 에너지 보존의 법칙’, 상자 안 고양이로 들여다보는 양자 세계 ‘슈뢰딩거 방정식’,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어 당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였던 하이젠베르크를 질투하게 만들고 현대 물리학의 초석이 되었으며 물리학자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는 ‘디랙 방정식’, 매우 분명한 약점이 있지만 어쨌든 당대 최고의 물리학 이론이라는 것이 이미 실험실에서 증명되어 위대한 업적으로 남은 ‘양-밀스 이론’ 등을 만날 수 있다.
위처럼 이론편은 이름만 알고 있던 공식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대강만 알고 있었던 공식에 대해서는 더 알 수 있는 장이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 정리’는 하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서 툭 치면 공식이 튀어나올 정도이기 때문에 그래도 꽤 알고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피타고라스를 스스로 무덤에 빠뜨리게 했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게 어떤 이야기인가 하면, 우주 만물은 모두 유리수에 의해 통치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피타고라스 학파였지만 정작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하면 직각을 낀 두 변 모두 길이가 1인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는 √2, 그러니까 무리수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 흥미로운 사실은 피타고라스 학파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히파수스가 발견했는데, 안타깝게도 교칙을 어겼다는 명목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산 채로 바다에 버려져 익사하고 말았다.
이론편에 이은 응용편에서는 정보 전송 속도의 상한선을 정의하는 공식으로 현대 통신의 거의 모든 이론은 이 공식에 기초하여 전개되며 5G시대 통신기술의 새 지배자로 여겨지는 ‘섀넌 공식’, ‘블랙-숄즈 방정식’을 응용하여 뛰어난 운용수단을 만들어 내어 금융권을 뒤집어 놓았던 기업 LTCM의 흥망, 탄알이 한 사람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과정 속에 숨겨진 수학적 원리와 수학적 공식, 시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숨은 영웅 ‘후크의 법칙’, 전통적인 통계 방법보다 효과적이어서 일기예보든 주식이든 상관없이 시장, 언어 연구, 공학, 바이오의학,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카오스 이론’, 고급 도박꾼의 세계에서 아주 유명한 공식으로 통하는 ‘켈리 공식’, AI뒤에 숨은 수학 공식 ‘베이즈 정리’, 1995년 해결된 ‘페르마의 대정리’와는 달리 아직 수학계의 과제인 ‘삼체문제’, 안전성 없이는 비트코인 통화 신용이 불가능한데 비트코인의 안전성을 보장하여 비트코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타원곡선 방정식’처럼 이론편과는 달리 이름도 낯설지만 우리 삶과는 더욱 밀접하게 다가오는 공식들에 대해 읽을 수 있었다.
이렇듯 책에서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공식을 선정하여 다루었기 때문에 수학적 교양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워낙 과거 내로라하는 수학자들도 머리를 싸맸던 공식들을 향연이라 이 책으로 소개된 공식 하나하나를 전부 이해했다고 하면 내가 바로 수학 천재 만재일 것인데, 나는 대한민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거쳤을 뿐인 범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알파벳과 수학 기호와 숫자가 복잡해 보이는 공식을 꿰지 못하더라도 흐름을 따라가며 몰랐던 수학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각 공식의 역사와 특징을 알게 될수록 어렵고 지루하게만 보이던 공식이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나보다 공식을 훨씬 더 깊게 이해하는 수학자들이 공식에 매료되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