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터 북 by 에곤 쉴레 아트 포스터 시리즈
에곤 실레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은 <더 포스터 북> 시리즈가 출간되는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시리즈 중 <클림트>를 읽었을 때였다.

신예 에곤 쉴레의 그림을 보고 그가 자신을 뛰어넘을 거라는 걸 예상한 구스타프 클림트에 이입해서 둘의 관계를 바라보니 가슴이 아려서 기억에 남았고, 에곤 쉴레는 자신을 껴안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그린 작품 <운둔자들>을 남겼기 때문에, 이후에는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처럼 구스타프 클림트나 에곤 쉴레 하면 서로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두 작가의 포스터 북을 동시에 출간하는 <더 포스터 북>의 특성상,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포스터 북이 동시에 출간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이번에 두 오스트리아 예술가의 작품이 각각 <더 포스터 북> 시리즈로 함께 세상에 나왔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 두 사람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키스’와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이 <더 포스터 북> 표지로 선정 되었는데,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전부터 알았지만 에곤 쉴레의 그림은 생각보다 강한 인상을 주었다.



포스터 북을 펼치면 양쪽 날개가 중앙에 위치한 아트 포스터를 감싸고 있고, 오른쪽 날개에는 해당 포스터 북에 수록된 작품들이 제목, 제작 연도와 함께 한두 문장으로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런 형태는 아트 포스터를 보호하기에도 좋고 장점이 하나 더 있다.

포스터 북에서 아트 포스터를 분리해서 전시할 수도 있지만 아트 포스터를 분리하지 않고 책처럼 넘기며 감상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감상할 때 작품 소개의 위치도 세심하게 신경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감상하다 페이지를 넘길 필요 없이 그림을 감상하며 해당 작품 소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포스터 북 by 구스타프 클림트>에는 키스(TheKiss), 1908 /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1917 /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Portrait of Adele Bloch-Bauer), 1907 / 처녀들(Virgin), 1913 /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1909 / 다나에(Danae), 1908 / 카소네의 교회(Church in Cassone), 1913 / 아터제(Lake Attersee), 1901 / 꽃밭(Flower Garden), 1907 / 해바라기(Sunflower), 1907 이렇게 10점의 그림으로 만든 아트 포스터가,



<더 포스터 북 by 에곤 쉴레>에는 자화상(Self-Portrait), 1917 / 헌신(Devotion), 1913 / 손을 덮고 있는 보라색 가운을 입은 젊은 남자(Young Man in Purple Robe with Crossed Hands), 제작연도 미상 / 여자의 초상(Portrait of a Woman), 1910 / 모녀(Mother and Daughter), 1913 / 모자 쓴 여자(Portrait of a Woman), 1910 / 자화상(Self-Portrait with Striped Shirt), 1910 / 무릎을 구부리고 앉은 여자(Seated Woman with Bent Knees), 1917 / 발리의 초상(Portrait of Wally), 1912 /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Fruits), 1912 이렇게 10점의 그림으로 만든 아트 포스터가 있다.



<더 포스터 북>은 10장의 포스터에 다양한 작품 담으려고 했는데, <더 포스터 북 by 구스타프 클림트>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황금빛 작품과 관능적인 작품 외에도 그가 그린 풍경화와 식물화를 볼 수 있으며, 두 포스터 북 모두 예술가의 작품을 그대로 싣는 게 아니라 편집해서 여러 디자인의 아트 포스터로 탄생 시켰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 아름다운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번에 <더 포스터 북 by 에곤 쉴레>를 만나면서 에곤 쉴레 작품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 클라우드 <클림트>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유명한 화가였던 구스타프 클림트가 미술학교에 다니던 열일곱 살 에곤 실레의 그림을 봤을 때 그 재능에 압도 되었으며 자신의 그림보다 에곤 쉴레의 그림이 더 낫다고까지 말했다고 했는데, 구스타프 클림트가 에곤 쉴레 작품을 보고 왜 그런 심정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A3 크기로 큼직하고 선명하게 인쇄된 포스터로 그림을 보니 작품을 커봐야 손바닥만 한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고 감동의 크기가 달라진 것이다.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구스타프 클림트 그림 중에 금박을 가장 많이 사용해서 화려함을 자랑하는데 그림을 만지면 그 금박이 손에 묻어날 것만 같고, 에곤 쉴레의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은 물감의 양감과 붓자국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인쇄 품질이 좋아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즐길 수 있으니 만족스러웠다.




학창시절 예쁜 공책을 사면 글자를 적어 넣기 아까웠 듯이 이런 책을 만나면 뜯어 전시하기가 아까워진다.

하지만 그림을 감상하고자 책장에서 책을 꺼내고 펼치는 일은 생각만큼 자주 일어나지 않고, 내 눈이 닿는 곳에 그림을 걸어 두는 것이 그림을 자주 감상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기 때문에 고심해서 그림을 골라 포스터 북에서 뜯어냈다.

이때 제본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는데,어떤 그림을 먼저 걸어둘지 고르느라 포스트 북을 수없이 넘기며 뒤적여도 뜯어질 염려 없이 짱짱하게 붙어 있는 포스터가, 막상 전시하려고 뜯어낼 때에는 적당히 힘만 주면 깔끔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고심 끝에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벽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걸어두었다.

밖으로 나가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와 밖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올 때 이곳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면 에너지를 충전하는 듯한 기분이 된다.

금빛으로 빛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두니 현관으로 부(富)가 들어올 것 같기도 하다.

아트 포스터를 액자에 넣어서 걸어둘 수도 있지만, 포스터 종이가 두꺼워서 액자 없이 벽에 붙여도 빳빳하고 튼튼하게 잘 붙는다.




침대 옆에는 <더 포스터 북 by 구스타프 클림트>에서 한장, <더 포스터 북 by 에곤 쉴레>에서 한 장, 총 두 장을 나란히 붙여두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은 화려하고 세련되었다면, 에곤 쉴레의 작품은 그림 속 인물의 눈빛부터 선까지 거칠고 야생의 날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상반되어 보이는 두 사람의 작품에는 어둠이 드리운 것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예술가의 그림을 함께 붙여두고 비교하니 이렇게 더 구체적인 감상을 할 수 있고, 또 매일 아침 일어나 예술 작품을 맞이하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전시회는커녕 외출을 자제하며 그 어느때보다도 집에 오래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그래서 더 중요해졌지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공간에 포스터를 붙여서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니 기분 전환이 된다.

각 포스터 북에는 10장의 아트 포스터가 있으니 지겹지 않도록 포스터를 교체하거나, 방이나 집안 곳곳에 포스터를 배치해서 방구석 전시회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더 포스터 북>과 함께라면 코로나19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포스터 북 by 구스타프 클림트 아트 포스터 시리즈
구스타프 클림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은 <더 포스터 북> 시리즈가 출간되는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시리즈 중 <클림트>를 읽었을 때였다.

신예 에곤 쉴레의 그림을 보고 그가 자신을 뛰어넘을 거라는 걸 예상한 구스타프 클림트에 이입해서 둘의 관계를 바라보니 가슴이 아려서 기억에 남았고, 에곤 쉴레는 자신을 껴안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그린 작품 <운둔자들>을 남겼기 때문에, 이후에는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처럼 구스타프 클림트나 에곤 쉴레 하면 서로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두 작가의 포스터 북을 동시에 출간하는 <더 포스터 북>의 특성상,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포스터 북이 동시에 출간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이번에 두 오스트리아 예술가의 작품이 각각 <더 포스터 북> 시리즈로 함께 세상에 나왔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 두 사람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되는 ‘키스’와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이 <더 포스터 북> 표지로 선정 되었는데,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전부터 알았지만 에곤 쉴레의 그림은 생각보다 강한 인상을 주었다.



포스터 북을 펼치면 양쪽 날개가 중앙에 위치한 아트 포스터를 감싸고 있고, 오른쪽 날개에는 해당 포스터 북에 수록된 작품들이 제목, 제작 연도와 함께 한두 문장으로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런 형태는 아트 포스터를 보호하기에도 좋고 장점이 하나 더 있다.

포스터 북에서 아트 포스터를 분리해서 전시할 수도 있지만 아트 포스터를 분리하지 않고 책처럼 넘기며 감상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감상할 때 작품 소개의 위치도 세심하게 신경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감상하다 페이지를 넘길 필요 없이 그림을 감상하며 해당 작품 소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포스터 북 by 구스타프 클림트>에는 키스(TheKiss), 1908 /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1917 /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Portrait of Adele Bloch-Bauer), 1907 / 처녀들(Virgin), 1913 /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1909 / 다나에(Danae), 1908 / 카소네의 교회(Church in Cassone), 1913 / 아터제(Lake Attersee), 1901 / 꽃밭(Flower Garden), 1907 / 해바라기(Sunflower), 1907 이렇게 10점의 그림으로 만든 아트 포스터가,



<더 포스터 북 by 에곤 쉴레>에는 자화상(Self-Portrait), 1917 / 헌신(Devotion), 1913 / 손을 덮고 있는 보라색 가운을 입은 젊은 남자(Young Man in Purple Robe with Crossed Hands), 제작연도 미상 / 여자의 초상(Portrait of a Woman), 1910 / 모녀(Mother and Daughter), 1913 / 모자 쓴 여자(Portrait of a Woman), 1910 / 자화상(Self-Portrait with Striped Shirt), 1910 / 무릎을 구부리고 앉은 여자(Seated Woman with Bent Knees), 1917 / 발리의 초상(Portrait of Wally), 1912 /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Fruits), 1912 이렇게 10점의 그림으로 만든 아트 포스터가 있다.



<더 포스터 북>은 10장의 포스터에 다양한 작품 담으려고 했는데, <더 포스터 북 by 구스타프 클림트>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황금빛 작품과 관능적인 작품 외에도 그가 그린 풍경화와 식물화를 볼 수 있으며, 두 포스터 북 모두 예술가의 작품을 그대로 싣는 게 아니라 편집해서 여러 디자인의 아트 포스터로 탄생 시켰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 아름다운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번에 <더 포스터 북 by 에곤 쉴레>를 만나면서 에곤 쉴레 작품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 클라우드 <클림트>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유명한 화가였던 구스타프 클림트가 미술학교에 다니던 열일곱 살 에곤 실레의 그림을 봤을 때 그 재능에 압도 되었으며 자신의 그림보다 에곤 쉴레의 그림이 더 낫다고까지 말했다고 했는데, 구스타프 클림트가 에곤 쉴레 작품을 보고 왜 그런 심정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A3 크기로 큼직하고 선명하게 인쇄된 포스터로 그림을 보니 작품을 커봐야 손바닥만 한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고 감동의 크기가 달라진 것이다.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구스타프 클림트 그림 중에 금박을 가장 많이 사용해서 화려함을 자랑하는데 그림을 만지면 그 금박이 손에 묻어날 것만 같고, 에곤 쉴레의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은 물감의 양감과 붓자국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인쇄 품질이 좋아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즐길 수 있으니 만족스러웠다.




학창시절 예쁜 공책을 사면 글자를 적어 넣기 아까웠 듯이 이런 책을 만나면 뜯어 전시하기가 아까워진다.

하지만 그림을 감상하고자 책장에서 책을 꺼내고 펼치는 일은 생각만큼 자주 일어나지 않고, 내 눈이 닿는 곳에 그림을 걸어 두는 것이 그림을 자주 감상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기 때문에 고심해서 그림을 골라 포스터 북에서 뜯어냈다.

이때 제본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는데,어떤 그림을 먼저 걸어둘지 고르느라 포스트 북을 수없이 넘기며 뒤적여도 뜯어질 염려 없이 짱짱하게 붙어 있는 포스터가, 막상 전시하려고 뜯어낼 때에는 적당히 힘만 주면 깔끔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고심 끝에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벽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걸어두었다.

밖으로 나가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와 밖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올 때 이곳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면 에너지를 충전하는 듯한 기분이 된다.

금빛으로 빛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두니 현관으로 부(富)가 들어올 것 같기도 하다.

아트 포스터를 액자에 넣어서 걸어둘 수도 있지만, 포스터 종이가 두꺼워서 액자 없이 벽에 붙여도 빳빳하고 튼튼하게 잘 붙는다.




침대 옆에는 <더 포스터 북 by 구스타프 클림트>에서 한장, <더 포스터 북 by 에곤 쉴레>에서 한 장, 총 두 장을 나란히 붙여두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은 화려하고 세련되었다면, 에곤 쉴레의 작품은 그림 속 인물의 눈빛부터 선까지 거칠고 야생의 날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상반되어 보이는 두 사람의 작품에는 어둠이 드리운 것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예술가의 그림을 함께 붙여두고 비교하니 이렇게 더 구체적인 감상을 할 수 있고, 또 매일 아침 일어나 예술 작품을 맞이하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전시회는커녕 외출을 자제하며 그 어느때보다도 집에 오래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그래서 더 중요해졌지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공간에 포스터를 붙여서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니 기분 전환이 된다.

각 포스터 북에는 10장의 아트 포스터가 있으니 지겹지 않도록 포스터를 교체하거나, 방이나 집안 곳곳에 포스터를 배치해서 방구석 전시회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더 포스터 북>과 함께라면 코로나19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
머라이어 마스든 지음, 브레나 섬러 그림, 황세림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강 머리 앤>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소설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빨강 머리 앤>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오디오북도 만들어졌고, 에세이 소재가 되기도 하였으며, 뮤지컬로 탄생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캐나다 드라마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은 시즌3까지 제작되었고 최근까지도 인기가 많았다.
<빨강 머리 앤>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에 그래픽노블로는 만나볼 수 없었다는 게 의외인데, 이번에 앤의 이야기가 그래픽노블로 그려져 위즈덤 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출간되었다.

브레나 섬러가 그린 <빨강 머리 앤>의 등장인물은 모두 봉제 인형이나 목각 인형처럼 단춧구멍만 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래픽 노블을 보며 인형극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등장인물의 생김새가 인형 같다고 해서 그들의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작은 칸 하나하나에 그려진 소품들과 등장인물이 입은 의상은 앤 셜리가 존재하는 세계를 구체화 했고, 앤이 마릴라와 매슈 커스버트 남매와 함께 사는 초록 지붕 집이 있는 애번리가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한 페이지 또는 두 페이지 가득히 그려진 풍경들...
이야기의 처음에 앤이 착오로 마릴라와 매슈의 초록 지붕 집에 오게 되었던 봄날 지나온 ‘기쁨이 만발한 하얀 길’을 보고는 나도 앤처럼 감탄을 했고, 여름 날 숲의 나무들이 만든 그늘과 나뭇잎 사이로 비친 햇빛이 만든 풍경에서는 숲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을이 되어 빨강, 노랑, 주홍빛으로 물든 나뭇잎들로 알록달록한 나무들과, 땅에 쌓인 낙엽을 신나게 차는 앤을 보면서는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흰 눈이 쌓여 온통 하얗게 변한 겨울 풍경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워서 나도 앤과 다이애나와 함께 하얀 눈 위를 가로질러 뛰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또다시 만물이 생동하며 라벤더 밭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봄이 찾아오고...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그래픽노블이 주는 즐거움이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의미이다.
온갖 사고를 치고 쉴 새 없이 재잘거리던 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또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앤, 어떻게 매번 이리 말썽이니.”
“그래도 실수할 때마다 배워요. 자수정 브로치 사건 때는 내 것이 아닌 물건에 손대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유령의 숲 사건 때는 지나친 상상은 금물이라는 걸 배웠고요. 머리를 염색하고는 허영심을 고쳤죠. 그리고 오늘부로 낭만에 너무 집착하는 일도 없을 거예요. 마릴라, 두고 보세요. 앞으로 훨씬 나아질 거예요.”
“그러고 보니 수다도 줄었지? 최근에는 영 조용하구나.”
“소중하고 예쁜 생각을 하되, 보물처럼 가슴속에 간직하면 더 좋다는 걸 배운 거죠.”

p.191-192


“마릴라, 무슨 일 있어요?”
“네가 처음 온 날 입었던 볼품없는 누런 면 혼방 원피스가 생각나는구나. 조금만 더... 애번리의 철없는 꼬마로 머물러 주면 좋을 텐데.”
“지금도 그대로예요. 제멋대로 뻗은 가지를 조금 쳐내고 새싹이 돋으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지만 뿌리는 언제고 언제고 초록 지붕 아래 깊이 묻어 둘 거예요. 그리고 제 뿌리를, 마릴라와 매슈를, 제 모든 하루하루를 더욱 사랑할 거예요.”

p.200-201



온갖 사고 중에서는 앤이 착각해서 다이애나에게 산딸기 주스가 아닌 과실주를 주는 바람에 다이애나가 취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말풍선 안에 글자가 잘린 게 오류인 줄 알았는데 다이애나가 점점 취하면서 앤이 하는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게 그래픽노블을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고, 같은 줄거리도 작가가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으며, 감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다만 긴 이야기를 230여 페이지의 그래픽노블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원작 소설을 읽었거나 내용을 알고 있는 게 이 그래픽노블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수다쟁이 앤은 많은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이지만 나는 예전에는 시끄럽고 극적인 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앤의 이야기를 보면서 정이 들었는지 점점 앤이 좋아졌고, 이렇게 그래픽노블도 읽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원하던 남자아이가 아닌데다 수다스럽고 사고도 많이 치는 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앤과 함께 하며 동생 매슈 만큼이나 앤을 사랑하게 된 마릴라에게 공감이 되었다.



마릴라는 앤의 극단적인 기질을 뜻대로 다잡지 못했다. 기쁨의 절정에서 “고통의 심연”까지, 아이의 기분은 애번리의 정겨운 바람에 나풀대는 연처럼 쉽사리 치솟고 흔들렸다. 마릴라는 이 오갈 데 없는 아이를 단정하고 얌전한 어린 숙녀로 바꿔 놓겠다는 생각을 슬슬 포기했다. 물론,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실은 영혼과 불꽃과 이슬로 빚어진 앤의 천성을 좋아하게 됐다.

p.158



앞서 말했듯 많은 사랑의 받아온 <빨강 머리 앤>은 팬층이 두텁고 앤의 이미지를 활용한 물건이나 관련 도서를 모으는 팬도 있는데, <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도 기쁜 마음으로 읽고 수집품(컬렉션) 목록에 추가하는 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판본 셰익스피어 4대 비극 (1577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금장 양장 에디션) -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민애.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세계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아닐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다른 작품들에 영향을 미치고 인용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은 이 책에 수록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하나인 <햄릿>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내 인생 책 중 하나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구절이 등장한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책 제목도 그 구절에서 영향을 받았고.

생각해보면 엄청 유명한 데다 내가 사랑하는 작품에 영향을 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지금까지 한 번도 직접 읽어보지 않았다는 게 의아한데, 한편으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 된 작품이고 다른 많은 작품들이 영향을 주었다는 건 그만큼 읽지는 않었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익숙해져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네 작품이 초판본 표지을 내세우고 있는 더스토리 출판사에서 이렇게멋진 디자인으로 출간되어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영감을 얻었다는 <홀린셰드의 연대기> 1577년판을 활용해서) 클래식한 표지의 양장본에다 책 옆면은 사물의 실루엣이 비칠 정도로 번쩍이는 금장으로 화려함을 더해주었는데 (가름끈도 색깔 맞춰 금색이다), 이 책이라면 영미 고전 문학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을 맛이 나겠다 싶었던 것이다.
책 디자인이 이래서 중요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직전에 영화 관련 책을 읽으며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 읽기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 <토르 : 천둥의 신> 감독 케네스 브래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 출신인데, 그 책의 저자가 <토르 : 천둥의 신>에는 셰익스피어스러움이 노골적으로 묻어난다고 했지만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과 영화와 같은 작품을 제대로, 더욱 즐기려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알아야 겠다고 생각하던 차였으니 이 책을 만난 건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더스토리 출판사의 <초판본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는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네 개의 희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모두 비극적이다.
네 희곡의 제목이 모두 각 작품의 등장인물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햄릿>은 조금 알아도 나머지 세 희곡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가장 먼저 읽게 되는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햄릿>의 유명한 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외우고 있을 정도니까.
나 또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저 대사는 외우고 있고, 내용 전부는 아니어도 대강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앞서 말했듯 내가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이 <햄릿>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햄릿>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면 <라이온 킹>이 <햄릿>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덴마크의 왕이 죽자 왕비 거트루트는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와 재혼을 한다.
덴마크 전왕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 햄릿은 그 결혼에 충격을 받았는데, 거기에다 전왕인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서 이제 왕이 된 숙부 클로디어스가 아버지를 죽인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햄릿은 왕이 살해되는 내용의 연극으로 숙부 클로디어스를 떠보고 유령의 말이 사실임을 확신했고, 햄릿은 전왕인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자 결심한다.

<라이온 킹>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여기까지 보면 <햄릿>의 줄거리가 <라이온 킹>과 흡사하다.
왕자 햄릿은 심바, 전왕은 (심바의 아빠) 무파사,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는 무파사를 죽인 스카에 대입할 수 있다.
그래서 <햄릿>을 읽으면서 <라이온 킹>을 떠올렸고, 더 이입해서 희곡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이야기는 <라이온 킹>과 다른데,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사건이 <라이온 킹>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햄릿>은 <라이온 킹>과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직접 <햄릿>을 읽으며 햄릿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었다.
햄릿은 우유부단의 대명사로 알려졌지만 작품을 읽어보니 우유부단한 게 아니라 (유령을 말을 바로 믿는 게 아니라 연극으로 사실 확인을 한 번 더 할 만큼) 신중하고 인간적인 인물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버지의 복수라고 하지만 그 누가 생명을 해치는 데 망설임이 없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숙부 클로디어스를 죽이는 걸 망설이는 햄릿이 이해가 되었고 햄릿이 망설이지 않았다면 오히려 극적인 인물로만 보였을 것 같았다.

<오셀로>의 주인공 오셀로는 무어인이며, 베니스의 흑인 장군이다.
그는 베니스 의원의 딸 데스데모나와 사랑에 빠져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다.
그렇게 결혼을 했으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을, 한 인물의 계략에 빠지고 만다.
그 인물의 이름은 이아고이고, 오셀로가 자신이 아니라 캐시오를 부관 자리에 앉혔다는 이유로 데스데모나와 캐시오가 심상치 않은 사이라고 꾸며낸 것이다.
오셀로는 이아고의 거짓말과 아이고가 만들어낸 거짓 증거를 보고 데스데모나를 믿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오셀로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이 파국을 맞는다.

<오셀로>는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도 기시감이 느껴졌는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과 닮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다르게, <오셀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파멸시키고 또 파멸하는 이야기였다.



“데스데모나 : 그럴 리가! 난 질투하실 만한 빌미를 준 적이 없어.
에밀리아 : 하지만 투기 어린 영혼은 그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아요. 무슨 이유가 있어 질투하는 게 아니랍니다.
질투가 나니까 질투하는 거예요. 질투란
스스로 생기고 태어나는 괴물이지요.

p.393”


<리어 왕>에는 두 부모자식 관계가 있는데, 하나는 제목의 리어 왕과 세 딸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스터 백작과 두 아들이다.
리어 왕은 세 딸 중에 자신에게 아첨하며 사랑을 말하는 첫째 달 거너릴과 둘째 딸 리건에게는 재산을 나누어주었지만, 셋째 딸 코딜리어에게는 재산을 주지 않고 프랑스로 시집을 보내버렸다.
그러나 재산을 받기 전과는 달라진 두 딸의 태도에 충격을 받고 후회하게 되는데, 말로 사랑의 가치를 매기는 왕의 두 딸이 아버지에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리어 왕이 쫓아낸 켄트는 끝까지 리어 왕의 곁을 지키려는 눈물 겨운 충성심을 보여주는 충신이다.
이렇게 보는 눈도 없고 어리석은 리어 왕이 그간 나라 일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리어 왕>을 읽으면서는 지원을 받은 아들이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해서 지원 받지 않은 딸이 부모를 모시게 되었다는, 전에 온라인에 올라온 글이 떠올랐는데, 이런 사연은 한둘이 아니니 나만 떠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로스터 백작과 두 아들 이야기는 자신의 대우가 불공평하다는 서자 에드먼드가 장남 에드거를 쫓아내고 재산을 차지하려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리어 왕과 세 딸의 이야기와 글로스터 백작과 두 아들의 이야기는 부모자식간의 비극이어서 더 안타까웠다.



“코딜리어 : (리어 왕에게) 폐하께 간청드리오니-
소녀가 마음을 먹으면 말이 아닌 행동을 먼저 하며, 마음에 없는 말을 매끄럽고 번지르르하게 하는 재주가
없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이것만은 말씀해주세요.
제가 아버님의 총애를 잃은 것은 제가 저지른 품행의 오점이나 살인, 정숙하지 못한 행동, 또는 명예롭지 못한 몸가짐 때문이 아니라, 그저 없는 것이 더 나을 어떤 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저는 애걸하는 눈과 혀를 갖지 못한 것이 언제나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그것이 없어 아버님의 마음을 잃긴 했으나.

p.495”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주인공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가던 길에 맥베스와 밴쿠오가 세 명의 마녀를 만나서 두 가지 예언을 듣게 된다.
맥베스는 왕이 될 것이고 밴쿠오는 왕을 낳을 것이라는 이 두 예언이 비극의 씨앗이다.
맥베스 부인의 부추김에 맥베스는 왕이 되고자 덩컨 왕을 죽였다.
그렇게 맥베스는 왕이 되었지만 한 가지 예언이 더 남아 있었다.
함께 예언을 들었던 밴쿠오가 왕을 낳을 사람이라는 예언말이다.
그래서 맥베스는 밴쿠오마저 죽이고 만다.

맥베스는 예언에 휩쓸리듯 왕이 된 후에도 자신의 왕 자리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것 같으면 칼을 빼들었다.
그렇게 악한 행위를 하면서 맥베스는 불안해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고, 욕망과 불안 때문에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이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과정과 그 결말이 담긴 이야기이다.
악한 일을 해서 욕망을 충족시키더라도 편하게 살 수는 없음을 맥베스를 통해 보여주려는 듯했다.

비극적인 네 이야기을 읽다보니 씁쓸했다.
특히 제 스스로 유혹에 빠져 파멸한 인물은 그 대가를 치른 것이라지만, 다른 인물의 죽음은 어떠한가?
하지만 비극으로 끝났기에 더 기억에 남고, 이 비극 속 인물들에게서 다른 다양한 작품 속 인물과 현실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꽂아만 둬도 배부를 것 같은 책이지만, 읽으니 더 배부른 느낌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 - 영화를, 고상함 따위 1도 없이 세상을, 적당히 삐딱하게 바라보는
거의없다(백재욱) 지음 / 왼쪽주머니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거의없다는 영화 유튜버이고 나도 그가 만든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본 적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걸작선>이라는, 영화를 시원하게 까는 영상들이 인기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걸작선>과 같은 류는 아니다.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기를 좋아하고, 힘들 때에도 영화와 함께 했다는 영화 덕후 유튜버가 들려주는 영화, 그리고 그가 바라본 세상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는 대부분 저자가 보기를 추천한다는 점에서 <걸작선> 영상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저자의 글은 그가 말할 때를 그대로 쓴 듯 입말을 살리고 특유의 감성을 옮겨 놓았기 때문에 거의없다 유튜브 채널 영상과 닮았고, 그게 책의 특징이 되었다.


“ 그리고 제발 어디서 이런 이야기 좀 자랑스럽게 하고 다니지 마라.

_ 사람 많은 데에서 정치 이야기랑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아니, 도대체 왜? 다른 사람이랑 견해가 다를 수 있는 아야기는 먼저 알아서 입을 닥치는 게 현명한 태도라는 것인가? 그건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 비겁한 태도다.
정치는 (종교도 그렇지만) 밥 먹고 숨 쉬는 것과 비슷한 빈도로 끊임없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을 끊는 것, 당신이 정치에 입을 다무는 것, 그거야말로 부패한 정치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왜. 당신이 관심이 없을수록 당신이 낸 세금 빨라먹기가 편해지거든.

p.138-139”

욕설이나 뚝배기를 깬다는 표현을 포함한 거친 말투는 독자에게 친근하고 속 시원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혹자는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이 책의 호불호가 나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영화에 대한 글을 읽는다는 게 즐거웠는데, 영화 소개와 <스파이더 맨> 시리즈 감독인 샘 레이미의 데뷔작 <이블데드>(1981)은 초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영화의 카메라 워킹을 레일 대신 버려진 휠체어에 카메라를 달아 굴려서 만들었다는 영화의 뒷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에이리언>(1979)이 1970년대 미국에서 전개된 여성운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과 ‘남자에게도 강간과 출산의고통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는 <에이리언>의 감독 리들리 스콧의 말은 수십 년 전 영화를 보고 싶게 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슬레셔 영화는 1970년대 미국 여권 신장에 따른 우려를 반영한 보수적인 장르라는, 영화 평론다 진 시스켈의 의견과 그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피 튀기는 자극적인 영화로만 보였던 슬레셔 영화에 대한 내 시각을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책에는 저자의 삶과 (저자가 영화 유튜버이다보니) 유튜버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는 않지만 일부 포함되었고, 영화를 보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영화를 어떻게 봐야겠다는 큰 줄기가 잡힌다.
삐딱해보이지만 주관이 잡혀 있고, 마냥 가벼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얻는 게 많았으며 깊은 이야기를 하려는 글이었다.

이렇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보고싶은 영화가 여럿 생겼다.
영화뿐만 아니라 읽고 싶은 책도 한 권 더 생겼다.
<나는 전설이다>는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영화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소설이 더 매력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생겨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요즘처럼 ‘방구석’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때가 또 있을까?
그리고 방구석에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책과 영화만한 게 또 있을까?
(책과 영화를 사랑하는 내 취향이 반영된 문장이다)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또 그에 이어 이 책을 읽으며 보고 싶어진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에, 제목처럼 방구석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