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셰익스피어 4대 비극 (1577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금장 양장 에디션) -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민애.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세계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아닐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다른 작품들에 영향을 미치고 인용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은 이 책에 수록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하나인 <햄릿>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내 인생 책 중 하나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구절이 등장한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책 제목도 그 구절에서 영향을 받았고.

생각해보면 엄청 유명한 데다 내가 사랑하는 작품에 영향을 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지금까지 한 번도 직접 읽어보지 않았다는 게 의아한데, 한편으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 된 작품이고 다른 많은 작품들이 영향을 주었다는 건 그만큼 읽지는 않었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익숙해져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네 작품이 초판본 표지을 내세우고 있는 더스토리 출판사에서 이렇게멋진 디자인으로 출간되어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영감을 얻었다는 <홀린셰드의 연대기> 1577년판을 활용해서) 클래식한 표지의 양장본에다 책 옆면은 사물의 실루엣이 비칠 정도로 번쩍이는 금장으로 화려함을 더해주었는데 (가름끈도 색깔 맞춰 금색이다), 이 책이라면 영미 고전 문학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을 맛이 나겠다 싶었던 것이다.
책 디자인이 이래서 중요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직전에 영화 관련 책을 읽으며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 읽기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 <토르 : 천둥의 신> 감독 케네스 브래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 출신인데, 그 책의 저자가 <토르 : 천둥의 신>에는 셰익스피어스러움이 노골적으로 묻어난다고 했지만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과 영화와 같은 작품을 제대로, 더욱 즐기려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알아야 겠다고 생각하던 차였으니 이 책을 만난 건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더스토리 출판사의 <초판본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는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네 개의 희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모두 비극적이다.
네 희곡의 제목이 모두 각 작품의 등장인물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햄릿>은 조금 알아도 나머지 세 희곡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가장 먼저 읽게 되는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햄릿>의 유명한 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외우고 있을 정도니까.
나 또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저 대사는 외우고 있고, 내용 전부는 아니어도 대강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앞서 말했듯 내가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이 <햄릿>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햄릿>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면 <라이온 킹>이 <햄릿>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덴마크의 왕이 죽자 왕비 거트루트는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와 재혼을 한다.
덴마크 전왕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 햄릿은 그 결혼에 충격을 받았는데, 거기에다 전왕인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서 이제 왕이 된 숙부 클로디어스가 아버지를 죽인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햄릿은 왕이 살해되는 내용의 연극으로 숙부 클로디어스를 떠보고 유령의 말이 사실임을 확신했고, 햄릿은 전왕인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자 결심한다.

<라이온 킹>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여기까지 보면 <햄릿>의 줄거리가 <라이온 킹>과 흡사하다.
왕자 햄릿은 심바, 전왕은 (심바의 아빠) 무파사,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는 무파사를 죽인 스카에 대입할 수 있다.
그래서 <햄릿>을 읽으면서 <라이온 킹>을 떠올렸고, 더 이입해서 희곡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이야기는 <라이온 킹>과 다른데,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사건이 <라이온 킹>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햄릿>은 <라이온 킹>과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직접 <햄릿>을 읽으며 햄릿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었다.
햄릿은 우유부단의 대명사로 알려졌지만 작품을 읽어보니 우유부단한 게 아니라 (유령을 말을 바로 믿는 게 아니라 연극으로 사실 확인을 한 번 더 할 만큼) 신중하고 인간적인 인물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버지의 복수라고 하지만 그 누가 생명을 해치는 데 망설임이 없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숙부 클로디어스를 죽이는 걸 망설이는 햄릿이 이해가 되었고 햄릿이 망설이지 않았다면 오히려 극적인 인물로만 보였을 것 같았다.

<오셀로>의 주인공 오셀로는 무어인이며, 베니스의 흑인 장군이다.
그는 베니스 의원의 딸 데스데모나와 사랑에 빠져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다.
그렇게 결혼을 했으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을, 한 인물의 계략에 빠지고 만다.
그 인물의 이름은 이아고이고, 오셀로가 자신이 아니라 캐시오를 부관 자리에 앉혔다는 이유로 데스데모나와 캐시오가 심상치 않은 사이라고 꾸며낸 것이다.
오셀로는 이아고의 거짓말과 아이고가 만들어낸 거짓 증거를 보고 데스데모나를 믿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오셀로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이 파국을 맞는다.

<오셀로>는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도 기시감이 느껴졌는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과 닮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다르게, <오셀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파멸시키고 또 파멸하는 이야기였다.



“데스데모나 : 그럴 리가! 난 질투하실 만한 빌미를 준 적이 없어.
에밀리아 : 하지만 투기 어린 영혼은 그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아요. 무슨 이유가 있어 질투하는 게 아니랍니다.
질투가 나니까 질투하는 거예요. 질투란
스스로 생기고 태어나는 괴물이지요.

p.393”


<리어 왕>에는 두 부모자식 관계가 있는데, 하나는 제목의 리어 왕과 세 딸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스터 백작과 두 아들이다.
리어 왕은 세 딸 중에 자신에게 아첨하며 사랑을 말하는 첫째 달 거너릴과 둘째 딸 리건에게는 재산을 나누어주었지만, 셋째 딸 코딜리어에게는 재산을 주지 않고 프랑스로 시집을 보내버렸다.
그러나 재산을 받기 전과는 달라진 두 딸의 태도에 충격을 받고 후회하게 되는데, 말로 사랑의 가치를 매기는 왕의 두 딸이 아버지에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리어 왕이 쫓아낸 켄트는 끝까지 리어 왕의 곁을 지키려는 눈물 겨운 충성심을 보여주는 충신이다.
이렇게 보는 눈도 없고 어리석은 리어 왕이 그간 나라 일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리어 왕>을 읽으면서는 지원을 받은 아들이 부모를 모시지 않겠다고 해서 지원 받지 않은 딸이 부모를 모시게 되었다는, 전에 온라인에 올라온 글이 떠올랐는데, 이런 사연은 한둘이 아니니 나만 떠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로스터 백작과 두 아들 이야기는 자신의 대우가 불공평하다는 서자 에드먼드가 장남 에드거를 쫓아내고 재산을 차지하려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리어 왕과 세 딸의 이야기와 글로스터 백작과 두 아들의 이야기는 부모자식간의 비극이어서 더 안타까웠다.



“코딜리어 : (리어 왕에게) 폐하께 간청드리오니-
소녀가 마음을 먹으면 말이 아닌 행동을 먼저 하며, 마음에 없는 말을 매끄럽고 번지르르하게 하는 재주가
없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이것만은 말씀해주세요.
제가 아버님의 총애를 잃은 것은 제가 저지른 품행의 오점이나 살인, 정숙하지 못한 행동, 또는 명예롭지 못한 몸가짐 때문이 아니라, 그저 없는 것이 더 나을 어떤 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저는 애걸하는 눈과 혀를 갖지 못한 것이 언제나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그것이 없어 아버님의 마음을 잃긴 했으나.

p.495”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주인공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가던 길에 맥베스와 밴쿠오가 세 명의 마녀를 만나서 두 가지 예언을 듣게 된다.
맥베스는 왕이 될 것이고 밴쿠오는 왕을 낳을 것이라는 이 두 예언이 비극의 씨앗이다.
맥베스 부인의 부추김에 맥베스는 왕이 되고자 덩컨 왕을 죽였다.
그렇게 맥베스는 왕이 되었지만 한 가지 예언이 더 남아 있었다.
함께 예언을 들었던 밴쿠오가 왕을 낳을 사람이라는 예언말이다.
그래서 맥베스는 밴쿠오마저 죽이고 만다.

맥베스는 예언에 휩쓸리듯 왕이 된 후에도 자신의 왕 자리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것 같으면 칼을 빼들었다.
그렇게 악한 행위를 하면서 맥베스는 불안해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고, 욕망과 불안 때문에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이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과정과 그 결말이 담긴 이야기이다.
악한 일을 해서 욕망을 충족시키더라도 편하게 살 수는 없음을 맥베스를 통해 보여주려는 듯했다.

비극적인 네 이야기을 읽다보니 씁쓸했다.
특히 제 스스로 유혹에 빠져 파멸한 인물은 그 대가를 치른 것이라지만, 다른 인물의 죽음은 어떠한가?
하지만 비극으로 끝났기에 더 기억에 남고, 이 비극 속 인물들에게서 다른 다양한 작품 속 인물과 현실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꽂아만 둬도 배부를 것 같은 책이지만, 읽으니 더 배부른 느낌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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