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 - 영화를, 고상함 따위 1도 없이 세상을, 적당히 삐딱하게 바라보는
거의없다(백재욱) 지음 / 왼쪽주머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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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거의없다는 영화 유튜버이고 나도 그가 만든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본 적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걸작선>이라는, 영화를 시원하게 까는 영상들이 인기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걸작선>과 같은 류는 아니다.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기를 좋아하고, 힘들 때에도 영화와 함께 했다는 영화 덕후 유튜버가 들려주는 영화, 그리고 그가 바라본 세상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는 대부분 저자가 보기를 추천한다는 점에서 <걸작선> 영상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저자의 글은 그가 말할 때를 그대로 쓴 듯 입말을 살리고 특유의 감성을 옮겨 놓았기 때문에 거의없다 유튜브 채널 영상과 닮았고, 그게 책의 특징이 되었다.


“ 그리고 제발 어디서 이런 이야기 좀 자랑스럽게 하고 다니지 마라.

_ 사람 많은 데에서 정치 이야기랑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아니, 도대체 왜? 다른 사람이랑 견해가 다를 수 있는 아야기는 먼저 알아서 입을 닥치는 게 현명한 태도라는 것인가? 그건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 비겁한 태도다.
정치는 (종교도 그렇지만) 밥 먹고 숨 쉬는 것과 비슷한 빈도로 끊임없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을 끊는 것, 당신이 정치에 입을 다무는 것, 그거야말로 부패한 정치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왜. 당신이 관심이 없을수록 당신이 낸 세금 빨라먹기가 편해지거든.

p.138-139”

욕설이나 뚝배기를 깬다는 표현을 포함한 거친 말투는 독자에게 친근하고 속 시원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혹자는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이 책의 호불호가 나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영화에 대한 글을 읽는다는 게 즐거웠는데, 영화 소개와 <스파이더 맨> 시리즈 감독인 샘 레이미의 데뷔작 <이블데드>(1981)은 초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영화의 카메라 워킹을 레일 대신 버려진 휠체어에 카메라를 달아 굴려서 만들었다는 영화의 뒷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에이리언>(1979)이 1970년대 미국에서 전개된 여성운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과 ‘남자에게도 강간과 출산의고통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는 <에이리언>의 감독 리들리 스콧의 말은 수십 년 전 영화를 보고 싶게 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슬레셔 영화는 1970년대 미국 여권 신장에 따른 우려를 반영한 보수적인 장르라는, 영화 평론다 진 시스켈의 의견과 그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피 튀기는 자극적인 영화로만 보였던 슬레셔 영화에 대한 내 시각을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책에는 저자의 삶과 (저자가 영화 유튜버이다보니) 유튜버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는 않지만 일부 포함되었고, 영화를 보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영화를 어떻게 봐야겠다는 큰 줄기가 잡힌다.
삐딱해보이지만 주관이 잡혀 있고, 마냥 가벼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얻는 게 많았으며 깊은 이야기를 하려는 글이었다.

이렇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보고싶은 영화가 여럿 생겼다.
영화뿐만 아니라 읽고 싶은 책도 한 권 더 생겼다.
<나는 전설이다>는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영화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소설이 더 매력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생겨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요즘처럼 ‘방구석’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때가 또 있을까?
그리고 방구석에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책과 영화만한 게 또 있을까?
(책과 영화를 사랑하는 내 취향이 반영된 문장이다)
<거의없다의 방구석 영화관>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또 그에 이어 이 책을 읽으며 보고 싶어진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에, 제목처럼 방구석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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