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
신성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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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다시 시작된 질문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상하게도 세상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또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과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분명 우리가 살 건 세상보다 힘들 텐데 우리는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그 세상에서 우리 어떤 어른으로 기억될까.


이 책 <탐욕스러운 돌봄>을 보면서 그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 줘야 하는가.




돌봄은 언제 탐욕이 되는가


책은 아이를 키우며 쓴 부모의 에세이다.

그런데 어느 육아 에세이와는 좀 다르다.

아이를 키우며 느끼게 되는 곳곳에서 돌봄과 사회의 충돌을 느끼는 부모는 이내 묻는다.


‘내 아이를 향한 사랑은 언제 탐욕이 되는가.’


처음에는 이 질문이 조금 불편했다.

사랑과 탐욕이라는 단어가 같은 문장에 놓여 있는 것 자체가 조금은 낯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부모가 된 나의 마음도 늘 이 경계 위에 있다.

내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주고 싶고,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길을 만들어 주고 싶다.


문제는 이 사랑이 어느 순간 ‘내 가족’으로만 향할 때다.

모든 자원을 안쪽으로만 끌어들이는 방식의 돌봄은 결국 사회와 충돌하고 마는데 이 사회와 돌봄의 충돌은 다시 부모의 불안을 키우고 만다.


이 불안은 경쟁을 낳고, 경쟁은 다시 더 많은 불안을 만든다.

이 책은 그 악순환을 꽤 정직하게 드러낸다.




세상은 원래 이런 곳인가요?


수영장.

체육대회.

시험.


육아를 경험했다면 아이와 함께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장면들이다.

그리고 이 순간마다 부모의 머릿속에는 보이지 않는 비교의 회로가 켜진다.

누가 더 잘하는지, 누가 더 앞서가는지, 누가 더 많은 기회를 얻는지.

그리고 이 줄에서 내 아이는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남들보다 앞선 자리에 있는 아이가 자랑스러울 수도 있고,

남들보다 뒤쳐진 자리에 있는 아이가 걱정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내 아이의 위치는 아이의 노력이나 부모의 어떠함이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기회와 룰이 이미 기울어진 사회 안에서는 아이의 노력과 별개로 그 위치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다.


조금 슬픈 일이지만 이러한 환경을 배제한

경쟁의 결과들을 아이의 탓으로 돌리게 될 때 부모는 쉽게 아이에게 세상을 오해할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세상은 원래 이런 곳일까.


여기서 책의 질문은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갈 사회를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있는 가로 확장된다.




아주 천천히 함께 쌓아 올리는 세계


결국 "인간이 된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자기와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비참함과 직면했을 때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이다. 또 "세계를 건설하는 데 자기의 돌을 놓음으로써 이바지하고 있다고 느끼는 일이다" 아주 천천히, 시민의 힘으로만 지어 올리는 사그라다 파밀라아 대성당은 140년이 지나도록 완공되지 않았지만 매 순간 아름답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다 같이 쌓아 올려야 할 신뢰와 권위는 바로 그런 것이다. 이 세계는 그렇게 인간에 의해 완성되어 간다.


꽤 동의하며 책을 읽다 마음에 쿡 박힌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조금 느리고, 조금 더디지만 서로가 돌을 하나씩 놓으며 만들어 가는 세계에만 신뢰와 권위가 생겨난다.

책임을 지고, 부끄러움을 아는 세계에 권위가 존재한다.


우리는 너무 쉽게 말로 신뢰, 권위, 사랑, 희망 같은 단어를 아이에게 주입하고 있지만

그러한 세상을 아이에게 물려주기 위해 아니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부모라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면 한 번쯤은 읽어보길 권한다.



* 흥미로웠던 건 2026년에 나온 책임에도 책의 편집과 디자인(특히 폰트)은 묘하게 클래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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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 After 50
할 엘로드.드뤠인 J. 클라크 지음, 윤영호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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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년이라는 단어 앞에서 잠깐 멈추게 되는 순간


사실 나는 아직 <미라클 모닝>을 읽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이 그 유명한 베스트셀러이자 수많은 아류작을 낳은 그 책의 진짜 후속작이라는 사실도 처음에는 몰랐다.

글을 쓰려고 자료를 조금 찾아보다가 뒤늦게 알게 되었고, 그 순간 괜히 자세를 고쳐앉았다.

시대를 풍미한 책의 다음 이야기라니. 이거 잘하면 유입이 꽤 늘겠는걸?(이라고 생각하며 조금 무서워졌다)


그런데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건 묘하게도 ‘아침’이 아니라 ‘나이’였다.

어릴 적에는 마흔이면 이미 꽤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중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나이 말이다.


그런데 마흔 중반의 나는 여전히 청바지를 입고 에어포스를 신고 다닌다.

누군가는 이런 사람을 ‘영포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린 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30대의 나와 지금의 나는 사실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50대를 넘어가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사실 살면서 이 질문을 자주 하진 못했는데 꽤 진지하게 이 질문에 답하게 되었다.



2. ‘더 일찍’이 아니라 ‘더 잘’ 시작하는 아침


국내외 리뷰를 몇 개 훑어보자니 반복되는 말이 하나 있다.

이 책은 ‘더 일찍’이 아니라 ‘더 잘’ 시작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말이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미라클 모닝’에 대해 어떤 강박도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새벽에 일어나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지만 뭔가 이 책은 다른 느낌이다.

(이것이 원본의 포스일지도..)


몸의 리듬을 존중하라는 이야기.

무리하지 말라는 이야기.

그리고 완벽한 루틴보다 지속 가능한 습관을 만들라는 이야기.


그랬다. 이미 50을 넘어선 나이에 아침을 바꾸는 일은 성공을 과시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나를 돌보는 작은 설계여야 한다.

중요한 건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3. 세이버스(S.A.V.E.R.S)


책의 핵심 구조는 여전히 ‘세이버스(S.A.V.E.R.S)’다.


침묵(Silence)

확언(Affirmations)

시각화(Visualization)

운동(Exercise)

독서(Reading)

기록(Scribing)


이 여섯 가지는 전작에서도 등장했던 개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설명된다.


이것을 해야 하는 체크리스트로 보지 말고 나를 회복시키는 대화의 순서로 보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어떤 리뷰에서는 이것의 ‘6분 버전’도 이야기한다.

각 항목을 1분씩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완벽한 루틴보다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리듬이라는 이야기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나의 하루를 이어갈 수 있는 작은 시작,

중요한 건 이것이다.



4. ‘After 50’이 말하는 것들


이번 책은 제목에 붙은 after 50이라는 숫자처럼 노화와 건강을 더 구체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수면, 뇌 건강, 이동성, 균형, 유연성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건강수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러한 신체적 건강은 중요하다. 그런데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함께 언급되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은퇴 이후의 삶, 배우자와의 관계, 삶의 만족 같은 문제들.

사실 성공이나 돈, 가족 같은 가치들만 바라보며 쏟은 평생의 삶 뒤에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뒤로 미뤄두고 살았다.

그리고 어느 나이가 되면 이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하는 데 이를 준비하고 고민한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책은 이 중년 이후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아침을 말한다.


살짝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방법론이 전작과 겹친다는 점이고(S.A.V.E.R.S)

또 하나 재정이나 건강 이야기의 예시가 대부분 미국 중심이라 살짝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또 한 번의 미라클 모닝은 한 번쯤 들어볼 법하다.



5. 나의 50대는 어떠할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언젠가 다가올 50 이후의 아침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의 50은 성공의 과시가 아니라 회복의 시간이 되면 좋겠다.


‘50에도 청바지를 입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

‘50의 아침에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 질문을 지금부터 매일 조금이라도 연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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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고, 철학이 내게 물었다 - 30인의 철학자가 오늘 나에게 건네는 철학의 말들
임재성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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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정말 너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냐”


“지금 내가 바라는 삶, 원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그것은 진짜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타인의 부러움을 나의 목표로 착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지난해 <몽테뉴 사유의 힘>으로 한번 읽었던 임재성 작가의 책이다. 타인의 부러움을 나의 목표로 착각하지 않았냐는 작가의 질문은 그때도 꽤 오래 남았다. 남들의 시선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박수의 크기에 따라 방향을 틀어왔던 시간들. 작가는 몽테뉴의 입을 빌어 물었다. 그것이 정말 네 마음이냐고.


이번 책도 그렇다. 30명의 철학자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멈춤’을 묻는다. 그는 챕터마다 철학자를 소개하는 것보다 그의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려낸다. 전작이 몽테뉴를 통해 자기 관찰의 힘을 보여주었다면 <괜찮냐고, 철학이 내게 물었다>는 이 사유를 더 넓게 확장한다.



다섯개의 질문을 따라 걷는 철학의 길


이 책은 불안과 의미, 고난과 관계, 그리고 성장이라는 다섯 개의 질문을 따라 걷는다. 1장에서 만나는 아우렐리우스와 세네카, 에픽테토스는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내어주지 말라고 말한다. 스피노자는 감정을 이해하는 일이 곧 자유로 가는 길이라 하고, 에피쿠로스는 작은 기쁨 속에서 평온을 찾는 법을 일러준다.(예전 도덕책에서 배운 그 에피쿠로스학파의 그 사람이 맞다) 여기서 철학은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라 오늘을 버티는 기술이 된다.


2장에서는 빅터 프랭클이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태도에 관해 일러주는데 어떤 것의 의미는 상황이 아니라 해석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고 그는 해석의 중요성을 우리게 말해준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능력이라 정의하며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느냐보다 어떻게 관계 맺느냐가 삶의 깊이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3장에서는 니체와 키르케고르, 사르트르가 등장해 불안에 관해 말한다.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자유롭다는 증거일 수 있고. 고난은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통로라고 말한다. 현재 실존주의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시선은 낯설지만 묵직하다.


4장은 관계를 다룬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를 통해 오해의 본질을 드러내고, 라로슈푸코는 인간의 이기심을 날카롭게 비춘다. 한비자와 그라시안은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며 관계의 기술을 말하지만, 결국 책은 태도로 돌아온다. 관계를 바꾸기 전에 나의 시선을 먼저 돌아보라고.


5장에 이르면 질문은 더 근원으로 향한다. 아렌트는 생각하는 힘을 잃지 말라고 하고, 칸트는 스스로 판단하는 인간의 존엄을 말한다. 정약용과 파스칼은 삶을 깊이 성찰하는 태도를 통해 성장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하는 것. 그 말이 오래 남는다.



철학의 이유


각 장의 끝에는 ‘오늘을 바꾸는 철학 한 줄’과 ‘나만의 깨달음 한 줄’이라는 칸이 있다. 이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어느덧 철학은 읽는 자리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떤 것으로 바뀐다. 책을 읽는다면 질문이 다 그저그렇지라고 넘기지말고 꼭 한번 답을 구해보길 바란다.


“나는 왜 이 일에 이렇게 예민해졌는가.”

“지금의 불안은 무엇을 잃을까 봐 두려운 마음인가.”

“내가 원하는 성공은 정말 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


생각보다 답은 쉽지 않다. 오히려 질문이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질문들이 늘 불안해 하는 나를 위로했다.

확신이 없어도 괜찮다는 느낌.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유. 어쩌면 질문을 품고 사는 일은 미완의 상태를 견디는 일과 닮아 있었다.


철학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바꾸기 위한 거창한 도구라기 보다는 매일의 나를 점검하며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연습.



오늘의 불안


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는 누구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는가.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책은 그리고 서른 명의 철학자들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생각하라고 권한다.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으로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 그 힘은 거창하지 않지만 꽤 오래 간다.


오늘의 불안을 없애지 못해도 괜찮다. 그 불안을 바라보고 그것과 마주 앉을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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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인문학 30day ㅣ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3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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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방치하고 있던 시간에 대하여


살다 보면 바쁘다는 말이 습관이 된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책임은 늘어가고, 관계는 복잡해진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 사라진다.

나는 괜찮은지, 지금 이 방향이 맞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버틴다.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는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린다.

저자는 현대인이 겪는 43가지 심리 증후군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소홀히 다루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울과 스트레스, 번아웃과 비교 의식, 과도한 소비와 인정 욕구.

사실 이것들은 특별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쯤 겪는 감정의 이름들이다.


책이 흥미로운 점은 이것을 거창한 진단으로 몰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당신은 이런 상태에 있지 않은가”라고 묻는다. 짧은 챕터마다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스스로 답하게 한다. 설명 보다 성찰에 가깝다.



번아웃, 그리고 남의 기준으로 사는 삶


특히 공감이 갔던 부분은 번아웃을 다루는 장이었다.

우리는 번아웃을 단순한 과로로 이해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남의 기준에 맞추느라 나를 억누른 결과’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고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힘들었던 순간들은 단순히 일이 많아서였을까.


완벽주의 역시 비슷하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은 성장의 동력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압박이 된다.

책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기준으로 사는 삶.


짧은 문장들로 구성된 챕터들은 부담이 크지 않다. 몇 분이면 한 장을 읽을 수 있다.

철학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다.

각 잡고 읽지 않고 틈틈이 읽기 좋다.



소비와 비교, 결핍의 그림자


책은 최근에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졌다 하는 영끌 투자, 자극적인 소비, 타인의 인정에 매달리는 태도도 다룬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내면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이 부족했기에 그렇게까지 붙잡고 있었는지 묻게 만든다.


칼럼을 묶어놓은 것 같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어떤 독자에게는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볍게 읽으면서도 책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질문을 남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내가 힘든 이유를 정말 알고 있는가.



선택하는 삶을 위하여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책에 인용된 에머슨의 문장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내가 나를 신뢰하지 못하면, 타인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 저자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라고 권한다.


그 시간이 물리적으로 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나를 관찰하는 시간, 나의 감정을 인정하는 시간.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삶은 단순하지 않다. 이해되지 않는 일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도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경험은 나를 이루는 일부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혹시 요즘 이유 없이 지치고 있다면,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느라 스스로를 밀어두고 있다면.

한 번쯤 돌아볼법하다.


당신은 지금, 자신을 돌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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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 - 말보다 깊은 눈빛, 양조위의 삶·사랑·작품
주성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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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이 맑은 소년의 얼굴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가 한풀 꺾인 뒤에야 영화에 눈을 뜬 나는 아직 <중경삼림>도 <화양연화>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양조위라는 이름은 수없이 들어왔지만, 기억나는 작품은 <해피투게더>, <적벽대전>, <색, 계>, <텐링즈>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 내가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를 읽었다.


“티 없이 맑은 소년의 얼굴, 우리 시대의 ‘화양연화’ 양조위.”


출판사의 이 표현은 아마 과장이 아닐 것이다. 실제 젊은 시절의 그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설명되지 않는 투명함이 있다.

연기를 덧입히지 않은 얼굴, 그러나 이미 감정이 차오른 눈동자.

이 책은 그 눈빛 속에 축적된 세월을 복원하듯 꺼내 보인다. 마치 오래된 필름을 디지털로 복원하듯, 한 배우의 시간과 도시의 기억을 겹쳐 보여준다.



끝나지 않은 화양연화


이 평전이 흥미로운 이유는 배우 개인의 성장기를 홍콩 영화 산업의 흥망과 교차시킨다는 점이다.

1980~90년대 홍콩은 아시아 영화산업의 심장이었다.

TVB의 스타 시스템은 안정적인 인재 공급 구조를 만들었고, 쇼브라더스와 골든하베스트는 장르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액션과 누아르, 멜로와 실험영화가 공존하던 독특한 생태계.

여기에 1997년 자유 서방세계에서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둔 아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의 불안과 정체성 혼란이 더해졌다.



변화하는 홍콩영화


TV 드라마 스타로 출발해 허우샤오시엔, 오우삼, 왕가위에 이르는 감독들과 작업하며 그는 단순한 흥행 배우를 넘어 시대의 얼굴이 되었다.

특히 왕가위 영화 속에서 그는 기다리는 인물, 남겨진 사람의 정서를 구현했다고 한다.

격정 대신 침묵으로, 대사 대신 호흡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

그는 홍콩 영화가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모색하던 과도기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홍콩 반환 이후 홍콩의 영화 산업은 빠르게 재편되었다. 제작 편수는 줄고 자본은 중국 본토로 이동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가 늘어났고, 홍콩 고유의 색채는 점차 옅어졌다.

많은 배우들이 중국 혹은 할리우드로 발길을 돌렸다. 그 변화 속을 유유히 유영하면서도 양조위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홍콩배우’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 하나의 정의처럼 느껴졌다.



우리 곁의 마지막 배우


양조위를 생각하면 말이나 행동의 화려함보다 꾹 다문 그의 입술, 그의 침묵이 먼저 떠오른다.

<무간도>의 흔들리는 눈빛, <색, 계>에서 감정이 스며드는 순간들.

그는 극적인 몸짓보다 미세한 표정 변화로 장면을 장악한다. 산업은 쇠퇴했고 시장은 바뀌었지만, 그의 연기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책은 그래서 배우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기보다, 한 시대를 통과해온 얼굴을 기록한다.

어린 시절의 결핍,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내향성, 작품을 선택하는 신중함. 그 모든 층위가 겹치며 지금의 양조위를 만든다.

우리가 홍콩 영화의 영광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할리우드의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결국 배우의 이런 얼굴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다시 양조위를 만나다


책을 덮고 나는 넷플릭스에 <중경삼림>, <화양연화>, <아비정전>을 봐야 할 영화로 저장했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라도 그 시간을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나는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지만 이 책 덕분에 그 시절의 공기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산업은 흥하고 쇠하지만, 어떤 이의 눈빛은 시간을 건너 남는다.

그리고 그 눈빛을 이제야 천천히 마주해 보려 한다.


홍콩 영화를 추억하는 이는 물론 그 영광의 시대를 함께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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