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착각 - 인간 본능이 빚어낸 집단사고의 오류와 광기에 대하여
토드 로즈 지음, 노정태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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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명의 사람들이 원탁에 둘러 앉아있다. 질문자가 첫 번째 사람에게 물었다. ‘1+1은 무엇입니까?‘ ’3이요‘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니 저걸 몰라? 학교를 나오지 않았나..‘ 두 번째 사람에게 물었다. ’1+1은 무엇입니까?‘ ’3이요‘ ㅋㅋㅋ 두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아니 여기는 바보들만 모았나‘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사람도 대답했다. ’3이요‘ 실험자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아홉 번째 사람까지 대답했다. ’3이요‘ 이제 실험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질문자는 마지막으로 실험자에게 물었다. ‘1+1은요?’ 실험자는 대답했다. ‘3이요’

당신은 2라고 말할 수 있는가?


2. 영화 <신세계>는 경찰인 자성(이정재 역)은 조폭집단의 스파이로 활동하며 경찰과 조폭 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 조폭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일은 현실에서도 벌어졌는데 FBI 소속의 밥은 조폭을 검거하기 위해 그곳에 들어가 그들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영화 속의 자성은 끊임없는 고민 끝에 자신의 길을 결정했지만 현실의 밥은 그렇지 못했다. 임무가 끝난 뒤 밥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모두 망가져 버렸다. 명예로운 경찰이었던 그는 작전 이후 평생을 조폭들이 자기를 죽이러 오지 않을까 두려움에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한 채 살았다. 작전에 투입된 몇 년 동안 그가 느낀 완전히 다른 두 세계의 충돌, 다른 가치관 속에서의 삶은 그가 알고 믿고 있던 세계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그는 아마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3. 공산주의 국가였던 체코 슬로 바이크에서는 1978년 ‘힘 없는 자들의 힘’이라는 에세이집이 발간된다. 책의 주인공인 청과물 가게 주인은 매일 아침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팻말을 내건다. 사실 가게 주인은 노동자니 단결에 관심 없다. 하지만 공산당과 굳이 적대할 이유가 없었던 그는 어느 날 생각한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주인의 행동은 단순했다. 단지 팻말 걸기를 하지 않은 것 뿐이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동네의 모든 사람이 주인에게 동조하기 시작했다. 이 일은 책 밖의 체코에서도 일어났다. 저자인 하멜은 감옥에 갇혔지만 이 책의 등장은 체코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책이 발간되고 10년 뒤 1989년 11월 17일 프라하에서는 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파업이 시작되고 체코 정부가 국민들에 권력을 이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24시간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를 총칼 없는 부드러운 혁명, 즉 벨벳 혁명이라고 부른다.


4. 예전에는 이런 책을 곧 잘 읽었는데 요즘은 궁서체로 쓰인 300페이지 넘어가는 책 앞에 서면 왠지 숨이 막힌다(휴;;). 이 책 <집단 착각>도 그래서 꽤 미루고 미루다 집어 든 책인데 의외로 마지막 장을 덮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려운 주제임에도 문단 구성과 각 챕터의 주제가 확실하여 쉽게 읽힌다. 1부 순응의 함정, 2부 사회적 딜레마, 3부 회복력 수업으로 구성된 책은 각 챕터별로 또 3개의 소문단을 두고 있다. 사실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두꺼운 사회과학 서적들에 좀 질리기도 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진짜 잘 빠졌다.


5. 책에서는 집단 착각의 여러 모양을 보여주지만 결국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집단 착각은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인 테일러가 주창한 엘리트주의라고 꼬집는다. 그는 분명한 소리로 우리에게 요구한다. 당신들은 무력하지 않다. 스스로를 무력한 존재로 몰아가는 모든 것들과 싸워 나가라고. 순응자에게 보상을 주고 반대자에게 벌을 주는 시스템을 거부하고, 약육강식의 사회를 통해 우리 모두를 해치는 시스템의 동조자에서 벗어나라고.


6. 진실을 말해보자. 우리가 함께 풀지 못할 일은 없다. 우리는 그냥 봐서는 보이지 않도록 감추어진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해 답을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 다르거나 분열되어 있지 않다.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서로에게 최선의 것을 해주고자 하는 믿음직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가진 사적인 힘을 깨닫고, 조화를 위해 헌신하며, 우리가 믿는 것을 위해 공개적으로 일어나 목소리를 높일 때, 우리는 집단 착각의 안개를 걷어내고 더 나은 사회의 약속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p.380)


7. 오랜만에 꽤 묵직한 책이었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늘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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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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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고조선까지 확장하더라도 기록될 법한 해였다.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아마 내 평생에 다시 못 볼,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올랐다. 또 영원한 우승후보였으나 단 한차례도 우승의 기억이 없는 삼성 라이온즈가 처음으로 프로야구 우승을 거머쥔 해이기도 하고, 모두가 질 거라고 예측했던 노무현 후보가 0의 확률을 뚫고 기적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해이기도 하다.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내게도 2002년은 중요한 시간이었다. 복지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니체와 맑스에 미쳐 실존주의와 사회주의를 그렇게나 떠들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앞 열람실에 앉아 신문을 폈는데 믿기 힘든 기사를 보았다. '미군 장갑차에 치여 우리 학생 두 명이 사망했다고'  그런데 그것이 전부였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왜 같은 육하원칙 따위야 상관없다는 듯한 단신. 아니 이게 이렇게 작은 일인가? 당시 원활하지 않던 인터넷을 찾아 뒤지기 시작했다. 월드컵이 끝나자 몇몇 언론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는데, 가해자들은 한국이 아닌 미군정에서 재판받고 무죄를 선고 받았다. 교통사고 였고 운전자는 아이들을 인지하지 못했다. 끝. 그들은 미국으로 돌아갔고 미국 대통령은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는 한국에 이에 '유감이라'는 한마디만 남겼다. 


당시 이 사건은 내 가치관과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가 알던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는 이 땅에 없었다. 우리나라에 주둔하는 미군은 한국의 아이들을 실수로 죽여도 벌을 받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은 한국의 재판정에 서지도 않았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었다. 국가가 그렇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감히 미국의 심기를 거스른다며 되려 재판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돌을 던졌다. 미국이 유감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안 시간은 지났고 이 사건은 모두에게 잊혀졌다. (나도 몰랐던 예전이 비슷한 사건들이) 늘 그랬던 것처럼.


책은 겉장에 적힌 것처럼 한국전쟁, 제주 4.3, 5.18민주화 항쟁, 한진중공업 사태, 공군 성범죄 등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며 그냥 잊혀지고만 우리의 이야기를 다시 들춰낸다. 처음 이 책을 받아 들 때 읽고 싶지 않았다. 소설이지만 읽으며 분명히 나는 그들을 떠올릴 테고 또 한동안 아파할 테니까. 읽으며 아팠고 슬펐고 아렸다. 그러면서도 다시 그들을 떠올리기 겁이 났다. 아직도.. 그 수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들은 아직도 아파하고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나만 잘 살고 있는 게 미안해서. 미안하면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거 같아서.


돌이켜보면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대통령의 세상에서도 어떤 사람은 늘 뒷전이었고, 어떤 사람은 모두에게 존중받았다. 물론 그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자본주의라 불리는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생존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나도 안다. 나도 매일 치열한 그 싸움을 살아내고 있으니.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 수 있을까. 아직도 파란 나라가 있다고 믿는 이들, 노력한 만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 저들이 가난한 건 그들이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이들, 국가와 어른들의 이야기처럼 싸워 이겨야 하고 내 자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그렇게 얻은 부를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냉혹하고 우리가 설 자리는 좁다. 그래서 권한다. 내 옆의 누군가를 밀쳐내기 보다 함께 손잡고 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건 어떨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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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
케이트 서머스케일 지음, 김민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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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희한한 책이었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의 소품에서 출발해서 출간되어버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 사전> 같은 느낌이랄까.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중간중간 삽화까지 하여튼 뭔가 달랐다. 와 뭐 이런 책이 있지.


2. 책은 각종 공포와 그에 따른 광기, 혐오를 설명한 책이다. 인간은 참으로 다양한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것을 99가지로 정리하였다.(99가지 ㅋㅋ 하.. 디테일 보소)


3. 생각해 보니 나도 개나 고양이를 꽤 무서워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짖는 댕댕이들을 만나기 어렵지만 예전에 마당에 하나씩 묶여있던 개들은 낯선 이를 보면 그렇게 짖어쟀다. 어릴 적 그 녀석들 중 하나가 나를 발견했고 목줄 풀린 개에게 꽤 심하게 쫓긴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개만 보면 피해 다녔고 이 공포증에서 벗어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은데 공포까지는 아니었지만 담벼락에서 눈만 반짝이는 이 동물을 나는 썩 유쾌해 하지 않았는데, 뭐 이 공포증들은 고양이를 키우고 얼마 안 있어 사라져버렸다. 


4.“귀신망상”. 어릴 때 내 방 불을 끄면 창밖에서 들어오는 어스름한 불빛에 옷 그림자가 귀신처럼 늘어져 있었다. 그 그림자 귀신을 쫓기 위해 그렇게도 주기도문을 열심히 외다 잠들곤 했다. 귀신 이야기를 어쩌다 접하게 된 날은 그 귀신들이 방안 구석구석에서 튀어나왔다. 책상 밑, 거울 속, 고개를 숙이면 내 등 뒤에서.. 종류도 다양했다. 빨간 마스크, 이순신, 김민지 등등 하긴 이 녀석들은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나타난다.


5. 인류의 2% 정도가 “물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에 들어가면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단다. 나도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 어릴 적 계곡에 빠졌을 때 물속에서 정신을 놓았고 지나가던 분이 건져 인공호흡까지 하고야 의식을 찾았다고 한다. 그때를 회상하면 물에 빠졌다는 두려움, 인공호흡 이후 '살았구나'라고 한숨 돌린 기억만 있었는데, 이 지독한 물 공포증을 해결 하겠다며 수영을 배우다 그 당시 물에 빠졌을 때의 순간이 갑자기 떠오른 적이 있다. 트라우마. 수영장 물에 빠져버렸고, 다른 사람들의 부축에 의해 밖으로 나와 한동안 숨을 못 쉬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그렇게 나는 평생 수영을 못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놈의 고집은 나를 수영장으로 이끌었고, 어떻게 수영을 배워버렸다. 물론 아직도 물 밖의 선생님은 내 자유형을 보고 고개를 더 물 속으로 넣으라고 한다. 그런데 그건 참 되지 않더라.


6. 2003년 여성의 가슴이 동그란 구멍이 숭숭 나있는 사진이 커뮤니티에 꽤 돈 적이 있었다. 이 사진은 나중에 연꽃씨와 가슴의 합성사진으로 밝혀졌는데 이후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동그란 그림 혹은 비슷한 사진은 커뮤니티에 한동안 떠돌았고 이런 패턴에 공포를 느낀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나도 포함, 그런 사진을 보면 울렁거림) 그런데 “환 공포증”이라는 단어가 이때 만들어진 단어라는 걸 아는가?


7. 저자는 이런 기본적인 두려움 뿐 아니라 현대인, 아니 정확히는 최근에 발생하게 된 “콜포비아”나 “휴대전화 부재 공포증”에 대해서도 다룬다. 20대의 76%가 전화벨이 울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순간도 그러다. “발표 공포증”이나 “비웃음 공포증”도 그러한데 문득 언젠가부터 포스팅의 맺음말 '반박 시 니 말이 맞음' 이 떠올랐다. 나아가 저자는 우울, 색정, 음주, 허언 중같이 이제는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현상들도 공포의 관점에서 다룬다.


8. 재미있는 공포증도 있다. 스티브 잡스에게 있었다는 “단추 공포증”, 아시아권에만 있다는 “숫자 4공포증”, 영화가 양산한 “숫자 13공포증”, 쩝쩝 소리에 기절하는 “소리 공포증”,  풍선이 언제 터질까 두려워하는 “풍선 공포증”도 있다는데, 언젠가 소지섭이 TV프로그램에서 이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외국 사람이 쓴 책에 소지섭 이서 왜 나와?;;


9. 미국 행동주의 심리학자 왓슨은 '두려움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리 학습되는 것(p.145)'이라고 했다. 우리가 가지는 공포와 불안은 태어날 때 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심리학자들 마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기는 하나 사실 큰 틀에서 우리는 낯선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이 감정 자체는 사실 나쁘거나 잘못된 일이 아니다. 

저자가 언급한 99개의 공포 중 어떤 것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또 어떤 것은 개인이 치료해야 할 종류로 구분되는데 문제는 마주하지 않고 사회적 혐오로 변질되어 버린 공포에 관한 것들이다.(“호모포비아”나 “외국인 혐오증” 우리나라의 경우 “이슬람포비아”도 포함될 수 있다) 나아가 그 혐오를 정당화 하기 위해 혐오의 시작을 공포가 아닌 진리나 당위에 관한 것으로 포장하기 시작할 때 공동체는 크게 무너지거나 흔들리고 만다.


10. 책은 흥미롭게 시작하지만 꽤 큰 함의를 던진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두려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오랜만에 만나는 즐거운 꽤 자극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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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읽어주는 남자의 15분 경제 특강 - 금리·물가·환율부터 주식·채권·부동산·디지털 경제까지!
김광석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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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저성장,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연준, 통화정책


사실 지난 3년 동안 지겹게 들어온 말이다. 물론 이 단어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부유했지만 월급쟁이로 나 먹고 살기도 바쁘던 시기에 저 단어들은 거의 의미 없는 단어들이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근로소득이 위험에 처하는 것과 반대로 주식, 코인이 떡상하자 너 나 없이 경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코인과 단타로 시장에 들어갔다지만 뭐 어쨌든 사람들은 이제 진지하게 경제라는 것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잠깐일지언정 우리를 흥분시켰던 그것들에 대해 꽤나 진지해졌고 그놈의 '경제적 자유' 때문에 근로소득과 사업소득보다 재산소득을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꽤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에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한 여전히 노동은 신성하고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믿는다. 누군가는 시장에서 제품을 사고,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동의 대가로 누군가는 월급을 받는다. 노동자들은 다시 시장에 돈을 내어놓게 되고 또 누군가는 그에게 돈을 받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 이렇게 재화가 돌고 돌아갈 때 경제는 이루어지고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 이 메커니즘에서 노동만 빼버린 채 그저 대박을 쫓는 많아도 너무 많아진 느낌이다. 그들 가운데 선지자 마냥 유튜브에서 경제적 자유를 떠들며 재산소득에 집중할 것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면 좀 가끔 어지럽기까지 하다. 이 책의 저자도 분명히 말한다. 오늘 벌어서 내일 잃어도 된다는 마음가짐은 투기라고. 20대는 주식이 아니라 나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 이건 인간의 가치와는 조금 별개의 선언이긴 한데, 사람은 가능하다면 부자로 살아가는 게 좋다. 물론 상대적으로 충분한 돈을 가진다는 건 대다수에게 아마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 먹기에 따라 (과하지 않은) 세 끼를 걱정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으며, 입고 싶은 옷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삶을 영위하려면 어쩌면 매월 꼬박 벌어들이는 월급으로는 좀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투자하는 방법을? 아니 우리에게 주어진 재화를 효율적으로 잘 지키는 방법을. 


책 제목이 15분 경제특강인데 챕터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5분 정도면 한 챕터를 읽을 분량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단어를 찾아가며 깊이 공부한다면 더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또 저자는 챕터 끝의 응용학습에 오늘의 사례를 들어 경제 환경을 설명하는데, 어제 뉴스에서 들은 이야기들이라 사실 이것만 알아도 경제 대화에 낄 수 있을 정도로 꽤 도움이 된다. 이론에서는 하품만 하다 끝난다면 뒤의 응용학습은 뭔가 이해가 되는 느낌.

14개의 챕터를 들여 저자는 꽤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아래와 같다.


1. 투자를 하려면 최소한 내가 투자하는 회사의 재무제표는 볼 줄 알아야 한다. PER과 PBR 정도는 알고 투자하자.


2. 주식, 채권, 부동산은 어떨 때 투자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몇 개의 소스가 나와있다.


3. 가계부채 : 

DSR(채무상환비율) =원리금 상환액(월/년) / 가처분소득(연봉에서 세금, 보험료 등 고정지출을 제외한 금액)(월/년) 

-> 이것이 30%를 넘으면 안됨


4. 주택이나 사업을 제외한 생계형 부채의 급증, 즉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증가는 큰 문제인데. 주변에 이런 사람은 없는지, 혹 내가 이런 사람은 아닌지.


5. 고령화 사회에 변화될 세상,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이 바꿀 세상, ESG의 증가로 인해 어떤 분야가 살아남고 사라질 것인지.


이 밖에도 꽤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나도 투자 같은 거 1도 모르는 입장에서 사실 꽤 도움이 되었다. 도움이 되었다기 보다는 꽤 오래 저장해두고 꺼내볼 것 같았다. 경알못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단어들을 모르는데 주식이나 코인에 돈이 들어가 있다면 반드시 일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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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1 (2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7가지 불변의 원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1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황혜숙.임상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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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스테디셀러가 돌아왔다. 20년 전 학부시절에 누구의 집에 가도 있던 책. 당대 스테디셀러였으며, 지금도 알라딘 중고서점 같은데 가면 아마 수십 권씩 꽂혀 있을 책. 심리학 개론 수업에도 꽤 인용되었고, 우리의 젊은 날 그녀(혹은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밑줄 치며 읽던 책. 여하튼 당대 꽤 잘 나갔고, 나름의 추억이 많은 책이었는데 이 책이 20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 것만으로 꽤나 반가운 제목이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두껍지 않았던 것 같은데(물론 그때도 적은 페이지는 아니었지만..) 주석 빼고 582페이지. 어마어마한 마음을 먹고 읽지 않으면 함부로 덤비기도 어려울 정도로 책은 묵직해졌다. 


대체 무엇이 달려졌나 보니 일단 기존 책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원칙(상호성 원칙, 호감 원칙, 사회적 증거 원칙, 권위 원칙, 희소성 원칙, 일관성 원칙)에 연대감 원칙이 더해서 7가지 원칙으로 늘어났다. 각 원칙에 대해서는 이미 여타 다른 블로그들에 더 잘 정리된 내용이 있으니 여기서는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사람들은 더 개별화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 SNS의 발달은 또 어떤 연결과 연대를 가능케했다. 인류는 예전부터 연대감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이 2023년에 새롭게 기능하게 될 줄이야. 저자는 디테일하게 이 연대감의 원칙의 역사와 오늘의 기능을 짚어낸다. 역시나. 


또한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수집된 독자 편지 즉 사례들이 대거 보강하였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재미있었는데, 어떤 이야기들은 꼭 내게도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고, 심리학이 우리 삶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루어지는지 확인하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나도 시키는 대로 했는데 왜 내게는 그때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일까..!)


책은 사례 뿐 아니라 다른 자료들도 최신판으로 수정 하였고, 원칙마다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위한 통찰도 함께 이야기한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도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변했고 20년 전과의 적용점도 달라졌을 텐데 저자가 제공하는 비즈니스 전략, 마케팅 인사이트들이 꽤 반가웠다. 실제로 몇몇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로 꽤 많은 부분을 메모했고 다음 주 출근하자마자 검토해 볼 양이다. 그러고 보니 뭐랄까 책도 나와 함께 성장한 느낌이다. 예전에 이 책이 내게 개론서였다면 20년이 지난 지금 내 비즈니스 파트너로 다시 나타난 것 같다. 어디 갔다 이제 다시 온 거니. 괜히 책 한 권에 꽤 여러 마음이 들기도 했다.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배움이, 예전에 이 책과 함께 자란 내 또래에게는 반가운 동반자가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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