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워커 - 팀과 함께 성장하며 개인의 목표까지 이루는 사람
구사부카 이쿠마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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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가져온 가장 긍정적인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직접은 물론이고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도) 커리어를 가진 이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하고, 유튜브 앱을 켜는 것만으로 우리는 쉽게 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다 보니 알고리즘이 내게 자주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져다 주는데, 그들만의 조직문화가 꽤 흥미로웠다. 어쩌면 상명하복, 리더는 지시하고 팀원은 손발처럼 움직이는 조직에서 팀원으로 사는 것이 지긋 거려서 조금 다른 문화를 찾아다닌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실리콘 밸리의 조직문화, 구글이나 메타 같은 기업들은 어떻게 일하며 성과를 만들어 내는지, 또 이 메시지를 전해 들은 우리나라의 소위 다음 세대 기업 <네카라쿠배당토> 같은 곳은 이 문화를 어떻게 이 땅에 접목시켜 가는가가 최근의 내게 꽤 흥미로운 화두 중 하나다.

그들을 조금 더 깊게 들어가자면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개인 위주의 업무 롤을 가져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팀을 강조하는 회사들이 많다. 매니저와 팀원들과의 관계 설정부터 역할 분담에 이르기까지. 물론 그들이 생각하는 팀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팀은 꽤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 책을 쉽게 받아든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그들의 팀은 우리의 팀과 무엇이 다를까?


IBM과 구글의 HR 파트에서 근무한 저자는 소위 일을 잘하기 위한 혹은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이들의 일하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정리한다.


1) 피드백을 선물로 받아들인다

2) 다른 사람의 개성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3) 작은 것부터 계속 개선해 나간다.

4) 팀과 함께 성장하며 개인의 목표를 이룬다.

5) 신뢰감을 주는 행동을 한다.


이 5가지는 각 챕터의 제목이 되어 구체화 되는데 이 중에서도 그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팀과 함께 성장하며 개인의 목표를 이룬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집중한다. 일본도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유교적 사회 분위기에 기반한 우리나라 역시 팀워크를 말할 때 '적당히 분위기를 파악해 원만히 해결하는 것'을 팀워크가 좋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를 '소극적 팀워크'라 부르기도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이것은 팀워크가 아니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팀워크의 정리는 이렇다.


다른 누군가의 손이 되어 움직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무기로 다른 사람을 움직여 하나의 팀을 성과를 올리는 것.


따라서 팀워크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이들의 모임이어야 한다. 팀에 소속되었다면 모두가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어야 하고(그렇게 노력해야 하고), 각자가 하나의 구성요소로 팀에 공헌해야 한다. 축구팀을 예를 들자면 11명의 구성원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대의 역량을 가지고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공격수는 골을 넣는 능력, 수비수는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능력을 최우선을 가져야 하며, 이들은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때로 키퍼와 수비수는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팀원에게 말해야 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며 그럴 때마다 팀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가장 멋진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작업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팀은 서로가 필요하다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이상적인 집단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우리 꼰대들이 저지르는 진심을 담은 실수가 꼭 있다. 우리는 하나야. 우리는 서로 이해해. 그런데 개인주의에 갇힌 애들은 이런 팀워크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심지어 이를 공동체라 명명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회식 같은 걸로 만들어지는 '선공후사' 따위 가스라이팅은 팀워크가 아니라고. 진짜 팀워크는 모두가 '자신의 일'을 시작할 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어떻게 하면 이 팀워크를 가져갈 수 있는지 짧은 책을 통해 (심지어 중간중간 밑줄 까치 쳐가며) 우리게 들려준다. 새로운 팀을 구성하거나, 뭔가 다른 팀워크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참고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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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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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의 이야기는 늘 디스토피아에서 시작한다. 전작에서 인류가 망한 지구를 뒤로하고 우주로 향했다면  <파견자들>에서는 외계의 위협을 지구로 가지고 왔다. 어느 날 외계의 물질들이 지구를 정복했고 살아남은 인류는 지하세계로 숨어들었다. 그것들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다만 '범람체'라고 부르는 이 미생물 같은 균들이 인간 속에 침투하면 그 인간의 외형을 빼앗아 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류는 이렇게 육체를 빼앗긴 이들을 '광증 발현자'라 부르며 처단했다.

그렇게 지하로 숨어든, 지구를 빼앗긴 인류는 이를 되찾기 위해 '파견자들'을 만들어 지상 세계를 염탐하기 시작한다. 그 파견자가 되기 위해 훈련 받던 태린은 어느 날 자신 안에도 그 범람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잠깐의 두려움도 잠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린은 여전히 인간이다. 그는 가만히 자신의 안에 존재하는 범람체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알게 된다. 자신은 광인도 아니며, 곳곳에 자신과 같이 같이 범람체를 받아들인 유기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김초엽은 SF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이야기들을 훓어보자면 그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자꾸만 우리에게 던진다. 지금 당신의 모습이 진짜 당신인가? 당신이 보고 듣고 만지고 있는 것들이 진짜 존재하는 것인가? 당신이 이제까지 알아왔던 것들이 이 세계를 구성하는 것 중 지극히 일부분이라면. 그렇게 세계는 당신의 삶보다 훨씬 크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신념체계(사회, 제도, 종교 등등)를 무너뜨려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태린은 결국 지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범람체와 공존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터득한 이들을 목도한다.


불균형하고 불완전한 삶의 형태는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까. 태린은 경계 지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 답을 찾아내주기를 바랐지만, 어쩌면 아이들도 명확한 답에는 다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단지 불균형과 불완전함이 삶의 원리임을 받아들이는 것, 그럼에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만이 가능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태린은 그것이 계속해서 다음 세대로 이어질 질문이라고 생각했다.(전자책 p.300)


디스토피아로 점철된 세계와 그 안에서 살아내려고 하는 이들은 자꾸만 우리 신념체계 밖에 서 있는 소수자를 떠올리게 한다. 존재함에도 다수에 의해 스스로 존재 자체를 지워야 하는 사람들, 내가 여기 있다고 그렇게 목소리를 높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그 목소리에 대꾸해 주지 않는 사람들. 

소설 속 이 유기체들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은 지상과 지하의 경계 지역으로 조금씩 나와 그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가이드를 맡은 전직 파견자 자스완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혹시 지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특별한 조건이 있느냐고.


“그야 당신이 오직 당신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환상을 버린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온전히 인간의 것인가? 질문은 꽤 묵직하고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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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10만부 기념 행운 에디션)
박여름 지음 / 히읏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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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다.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좋은 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만으로 기분 좋은 제목이다 :) 물론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액땜을 했다며 이 비슷한 말을 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아무튼. 


다정하다. 책을 읽으며 자꾸만 든 생각이다. 저자는 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쉽게 쓰인 책은 아닐 테지만 저자가 고르고 고른 단어들은 그리고 문장들은 쉽게 쉽게 읽히며 따뜻하게 독자를 감싸 안는다. 정말 좋은 사람과 볕이 잘 들어오는 따뜻한 카페에서 좋아하는 커피 한 잔 가운데 놓고 도란도란 얘기하는 느낌.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더 좋았던 건 그 좋은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게 저렇게 하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거야 혹은 성공할거 야라며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지 않는다. 나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 마음은 이래. 어떻게? 뿌잉 ㅠㅠ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읽다보면 자꾸 웃음이 큭큭 터져 나온다. 그렇게 뜯어말리는 CC를 여섯번이나 했다는 대목에서는 진짜 대놓고 웃어버렸다. 


여기서도 사랑을 찾고, 여기서도 이별을 말하는. 그 모든 사랑의 경험 가운데 삶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그렇게 우리 삶의 모든 경험들이 따뜻하게 기록되길 바라는 사람. 사실 어떤 이야기를 읽을 때 나는 이렇게 성공했어. 이렇게 살면 너도 성공할거야 따위의 간증을 읽느라 피곤했었는데 나는 그런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늦잠 자고 싶고, 게으름 부리고 싶고, 쇼츠에 2시간을 태우는 보통의 사람이기에, 저자의 이 경험들들 여지없이 거울처럼 내게도 존재했다. 그런데 이 모든 작은 실수들을 저자는 마치 자신의 것으로 풀어내며 ‘괜찮다’고 말해준다. 괜찮다.


지금은 좀 어렵고 힘들지라도, 이 모든 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시간, 좋은 일이 다가오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하는 사람. 그래서 그의 글이 묘한 위로가 되고 마음이 몽글해졌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작가는 직접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꼭 같이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가 있는데 이 책의 작가님도 꼭 그런 사람이었다. 매일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오늘도 어딘가에서 바둥거리며 살고 계실 테지. 작가님의 오늘을 응원한다. 더불어, 나의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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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그러진 만화 2 - 망그러진 곰과 햄터의 데굴데굴 유쾌한 날들! 망그러진 만화 2
유랑 지음 / 좋은생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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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이었나. <망그러진 만화>의 리뷰를 제안 받고는 무슨 글을 써야 하나 책장을 넘기다 내가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세상에 이런 귀여운 아이도 있구나. 누가 뭐라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그냥 그렇게 세게 넘어져도, 잠깐은 으앙 거리다가 다시 일어나 툭툭 털어버리는. 그리고 가던 길을 뚜벅뚜벅 마저 걸어가는, 걷다 신나서 깡충깡충 뛰어가는 아이도 있구나. 이 아이 진짜. 너무너무 사랑스럽구나. 

망글곰은 그렇게 온 몸으로 내게 말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귀여우면 된다. 잘하지 못해도 따뜻하면 괜찮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채로 그냥저냥 살아간다. 괜찮다. 네가 어떤 하루를 보냈듯 우리에게는 떡볶이와 맥주 그리고 사랑하는 고양이(독서 의자에 앉아 있으면 꼭 내 고양이는 무릎 위에 오른다.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그 고롱고롱 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읽는 책이란!)가 있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망글 곰의 두 번째 이야기는 주로 단편으로 이루어졌던 1편보다는 조금 더 호흡이 길다. 1편이 주로 '피식'위주의 웃음이었다면, 2편은 조금 더 생각할 거리를 남겨둔다. 물론 피식거리는 지점은 비슷하다. 


1) 기껏 영화관에 보내놨더니 극장에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해 영화를 보다 그만 잠들어버린 망글곰. '영화는 재밌었어?'라는 엄마의 물음에 '잠들었어'로 대답하는 귀여움이란!


2) 미용실에서 망한 망글곰의 머리에 복수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아 나서지만 결국 같은 머리를 하고 돌아 나오는 햄터 그리고 서로의 머리를 보며 웃어버리고 마는 두 귀여운 생물들. 


3) 이른 아침 잠을 깨우는 공사 소리에 창문을 버럭 열고 '이봐요!'라고 외치지만 이내 '빵집이 생기네. 기대된다..'로 마무리되는 망글곰의 아침.


30분이면 충분한 만화책인데, 꽤 여운이 길고 마음이 촉촉해진다. 역시 귀여운 게 짱이고, 귀여움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귀여움은 어떤 일도 아침에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당연한 일로 여기고, 툭툭 털어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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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이해솔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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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라는 영화가 있다. 언젠가 출장 가던 비행기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뗴울까 하다 그냥 손에 걸려서 본 영화였는데 꽤 잔상이 깊었다. 

잘나가던 코미디언인 주인공은 과로로 쓰러진 후 쉼이 필요하다는 주변의 의견에 어느 날 문득 산티아고로 떠난다. 그가 왜 그 여정에 동의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늘 셀럽으로 살아온 이가 어느 날 갑자기 순례자1이 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꽤 웃겼다. '저기 사인 필요하세요?' '누구?;;'  지난 삶이 어쨌건 이제는 배낭과 지팡이를 든 하나의 순례자가 된 그는 이제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이 여정이 꽤 만만치 않은 여행임을 알게 된다. 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의 작은 여행이 모여 영화가 된다.

이런 대사가 있었던 것 같다. 까미노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있는데 그럼에도 누구든 길의 질문은 같다고. "나는 누구인가?" 또 "어떤 목표를 찾느냐가 우리의 목표"라던 이야기도 꽤 인상 깊었다.


여하튼 그날 이후부터 산티아고는 내 버킷리스트의 하나가 되었고 여전히 나는 산티아고를 꿈꾸며 까미노를 떠났던 이들의 일기만 주구장창 읽고 있다. 모든 걸 던져 버리고 순례의 길을 떠난 이들과 달리 나는 오늘도 지하철에 몸을 싣고 여의도를 향한다. 어쩌면 이 길도 내 작은 순례 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책은 어쩌면 회사 안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 나와 같은 국제 NGO를 다녔던 동료의 이야기다. 어느 날 문득 공지로 뜬 인사 공고를 보고 이 분도 좋은 데로 가시는가 보구나 했는데 웬걸. 그는 까미노에 있었고 그 길을 걸으며 삶을 생각했다.


책은 그가 까미노를 떠나면서부터 마지막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기까지. 조금 더 나아가 그 이후에 그가 스페인에서 아버지의 기억을 털어내고 온전히 삶의 궤적을 되찾기까지의 이야기다. 매일의 기록인 탓에 어느 날은 밋밋하기도, 또 어떤 날은 꽤 흥미롭기도 한 여행 일지를 따르다 문득 어느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

왜 걸을까? 오로지 걷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길에서 저자 뿐 아니라 수많은 이들은 오로지 하늘과 땅, 그리고 조개껍데기로 그려진 표지판에 기대어 무엇을 찾길 바라고, 또 찾아왔을까. 


생각보다 삶에서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나는 순례길에서 깨달았다. 불행을 기꺼이 마주하고 삶의 태도를 스스로 결정한다면은 내 삶은 가치 있게 빛날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새벽부터 성실하게 걸으며 평범하게 무자했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_outro 중


당장 내일 산티아고를 걷게 된다면 한 달 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쉬 이야기할 순 없지만 아마도 나 역시 비슷한 결론을 가지도 돌아왔을 것 같다. 삶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고,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 성실하게 나의 오늘을 살아내는 일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하루하루 쌓아간 나의 오늘이 언젠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렀을 때 지나온 오늘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급하거나 지치지말고. 그렇게 조금씩.

그렇게 오늘도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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