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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생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아름다움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고통에 대한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삶이 고통스러운 사람들, 고통 말고는 자신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입이 되어주겠다 말한다. 그리고 이 예술사회학 학자는 위 주제를 통해 가슴 아픈 소리를 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준다. 그리고 한편으로 저자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권력이 있는 이들은 언제나 많이 말하고 적게 듣는다. 이러한 목소리의 불평등이 지금의 부정의를 가져왔는지 그 순서가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권력의 언어는 언제나 소수의 언어를 억누르고 그들의 연대를 방해했다. 책은 열거한 다양한 주제를 통해 고통받는 이와 권력자의 언어를 빗대어 가며 우리 사회를 설명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르다 보면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아니라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의 자리에 서 있는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화들짝 놀라게 된다. 우리 중 나쁜 사람이 누가 있으려나마는,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란 변명이 민망할 정도로 그가 서술하는 권력자의 언어에 투영된 나의 언어를 보게 될 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였다.
고통으로 시작한 책은 다행히 아름다움으로 끝난다. 작가가 느끼는 아름다움은 노동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고통과 분리될 수 없으며 그렇기에 아름다움은 고통받는 이들을 오롯이 품어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연대이고 이들이 모인 저항의 기치는 아름답다. 권력의 언어를 부수는 저항의 말, 이 작은 언어가 모인 연대. 여기서 피어나는 아름다움.
세상의 아름다움은 고통을 통해 우리 몸속에 들어온다.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시몬 비유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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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대상에 대한 고유가 아니라 대상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 끊임없이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아름다운과 정의로움을 향한 가장 기본적인 실천이다. 아름다움은 분배되어야 한다. 가장 윤리적인 것이 가장 전위적이다. 윤리가 낡음이 되어갈수록 끈질기게 윤리를 고민해야 한다. 아름다움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느냐, 분배와 돌봄으로 여기느냐에 따라 아름다움의 의미는 다른 방향으로 향할 것이다. 인간이 품은 모방 욕구는 아름다움을 복제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무엇을 복제할 것인가. 권력화된 아름다움인가 분배하는 아름다움인가. 아름다움과 선함에 대한 동경이 나 이외의 타자와 동등하게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결될 수는 없을까.(p.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