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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람들 ㅣ 부크크오리지널 7
보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9월
평점 :
<부크크>의 책을 이번에 서포터즈 활동하며 제대로 처음 보게 되었는데 와 하나하나 볼 때마다 대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긴 우리나라엔 글 잘 쓰는 사람이 참 많다. 알려지지 않을 뿐. 어떻게 이렇게 찾아내는지, 그것도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 쓰는 사람들을 발굴해 내는 게 대단하기도 하고 여하튼 깊은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진짜 즐거운 책 읽기였다. (이건 진짜 진심)
소설은 추리소설의 형태를 띠는데, 웬만해서는 두 번 이상 같은 책을 읽지 않는 내가 세 번이나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 '응??!!'하는 마음에 다시 읽었다.(내가 뭘 잘못 읽었나??) 두 번째는 기본적인 내용은 알기에 놓쳤던 디테일을 봤고 그러고도 '응??!!!!'하는 마음이 가시질 않아 세 번째는 챕터의 마지막 마다 놓인 또 다른 이야기 <진실을 말하다> 부분들만 골라 읽었다. 어지럽게 놓인 이야기의 조작들은 그제야 합쳐졌고, '와 이거 대박이다'라는 마음에 누군가에 이 책을 막 자랑하고 하고 싶어졌다. 큰 기대 없이 읽어서 그러나 식스센스급 반전이었고, <부크크>에서 나온 다른 책도 비슷했는데 이것 또한 영화나 드라마가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너무 고어 하려나.. 하긴 이런 유의 이야기는 좀 다크 한 게 제맛인데)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서는 사내의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사라졌다. 그런데 단순히 아내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아내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서 아내가 지워졌다. 심지어 함께 찍은 사진에서조차 아내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세상에 아내를 기억하는 사람은 오직 사내 혼자 인 것 같았는데, 이런 기현상에 놓은 사내와 같은 이들이 몇 더 존재했다. 아들, 어머니, 딸을 사내와 같이 잃어버린 이들은 기억을 왜곡시키는 감시자의 눈을 피해 사라진 이들의 조각들을 찾으려 한다. 이들과 힘을 합하고 싶지만 어디까지 이들을 믿어야 할지, 이들의 이야기가 과연 진짜인지조차 믿을 수 없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사내는 혼란스럽다. 이건 꿈인가 현실인가.
이야기는 흡입력이 있고, 꽤 반전이 세다. 이 반전이라는 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반전일 텐데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사실 좀 어질어질하기도 했다. 카운터를 세게 맞은 느낌. 좋아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미러>의 한 에피소드 같기도 하고..
(더 자세한 건 스포라 여기까지)
언젠가부터 책을 이야기할 때 다들 자기개발을 말하는데, 책은 사실 재미로 읽는 게 최고다. 진짜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 오는 희열은 좋은 영화를 만날 때 오는 감정과 비슷한데 사실 이러한 것을 유튜브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것 같다. 오랜만에 읽는 재미에 훅 빠졌다. 주말 오후는 좀 이래야지. 와.. 아직도 어질어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