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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평점 :
'츤데레'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사실 이는 일본어도 아니고 일본에서 만들어진 합성어인데 퉁명스럽게 군다는 '츤츤'과 부끄러워하다는 '데레데레'가 합쳐져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시작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툭툭거리는 게 시작이었는데 굳이 그런 연애 감정이 아니더라도 관계 안에서 표현이 섬세하지 못한데 마음은 또 따뜻하고 그래서 무심하게 툭툭 챙기고 하는 이들을 '츤데레'라 부른다.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태생이 경상도인지라 누구에게도 살갑지 못한 편인데 지구 반대편 북유럽 사람들도 조금 그런 느낌이다. 하긴 얼마 전에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밥을 얻어먹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SNS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책은 북유럽(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사람들이 쓰는 50여 개의 은유와 유머, 관용구를 모아놓은 책이다. '간에서부터 말하자면', '까마귀 처럼 개발새발', '버터 눈의 한가운데 있어', '내 입은 자작나무 껍질이 아니라고!'등 우리게 익숙한 영미권의 은유가 아니라 '응? 뭐라고??!' 싶은 비유들과 유머들이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에 예쁘게 앉아 있는데 한 장씩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내 그들의 세계에 빠져 킥킥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언어를 알면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읽는 내도록 북유럽의 춥고, 자유분방하고, 자연에 둘러싸인 그들의 삶이 떠올라 북유럽 거리 어딘가를 로컬의 오래된 친구와 걸으며 재잘대는 것처럼 즐거웠다.(생각해 보니 토르의 유머가 이랬던 것 같기도..!) 언젠가 북유럽을 여행하는 것이 버킷리스트 최상단에 있는데 코로나만 아니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다시 북유럽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원어를 발음하진 못하지만 아마 원어를 읽을 수 있거나 발음을 들을 수 있다면, 비유들이 가지는 느낌을 조금 더 제대로 살릴 것 같은데 그건 좀 아쉽다.
역자가 안현모 님이라고 해서 TV에 나오는 그분이 맞나 했는데 맞다. 잘 몰랐는데 연예인이 아니라 아나운서에 국제회의 통역사 라이선스를 가진 천재셨다.
• 덴마크에서는 세찬 비가 내릴 때 구두수선공이 떨어진다고 한단다. 이 사람들 천재야 뭐야 진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