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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 신인류 직장인의 해방 일지
이동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평점 :
"만약 제 행동을 안 좋게 보는 사람은 저도 그 사람을 안 좋게 본다"라고 당당히 방송에 밝히는(나도 회사원인데 저게 방송에 가능한 말인가...) 회사원 이동수 님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짧은 에세이로 적혀있는 책에는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이 한가득 있는데 행복 이외에는 어떤 가치도 따르지 않는 그가 일견 시원하기도, 부럽기도 했다. 부러웠다는 게 아마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은데 그의 용기와 삶은 사실 능력자만 할 수 있는 찐바이브기 때문이다.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던 그에 대한 오해는 책을 읽다 꽤 빨리 풀렸다. 그도 나와 같은 지방대학을 나왔고, 영어로 고생한 이력이 있다. 지독스레 가난했던 과거가 있고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이뿔 킥을 해야만 하는 과거가 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괜스레 내적 친밀감이 치솟았다. 나도 지금 머리를 기르고 있는데 좀 더 길러볼까 싶은 마음도....
책은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재밌게 읽힌다. 일단 작가님이 글을 잘 쓰는 편이다. 친구와 이야기하듯 풀어나가는 글은 막힘이 없고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읽는 재미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시원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결국 더 잘 살아야지 다짐하게 한다.
오가며 지하철에서 읽기 좋을 두께의 재질도 마음에 든다.(개인적으로 이런 미끄러지지 않는 고무&종이 질감의 재질을 좋아한다) 책을 읽으며 몇 가지 포인트가 남았고, 나도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좀 더 강해졌는데 그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내 중딩 이후의 과거는 여러 글에서 곧잘 소환하는데 사실 초딩 시설은 너무 찌질이 시절이라 어디 가서 말을 잘 꺼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초딩시절이 있었고 지극히 평범했던 나에게 돈과 롯데리아와 여자아이들과 주고 받는 편지를 알려 준 나의 우상과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 언젠가 이에 대한 이야기들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동수 씨는 삶에 한 번쯤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마흔을 살면서 언제 특별한 노력을 했던가 생각해 봤는데 고3, 대학교 1학년 때 편입하겠다고 주구장창 도서관에서 살았던 기억을 제외하곤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영어가 내 발목을 잡고 있기는 한데, 이걸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하나... 또 고민이 깊어졌다.(고민은 무슨 공부 좀 하자 진짜 어휴)
3. 본사로 이동하며 요즘 하는 고민이 사내정치다. 뭐 거창하게 정치지만 누구와 친해야 하고 누구를 멀리해야 하는 걸 가려야 한다고 누군가가 이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평소 줄대기를 우습다고 여겼던 편이라 이렇게 훅 들어온 40대의 직장 생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조금은 어렵고, 복잡한 편인데 완벽하진 않지만 이에 대한 대답도 어느 정도는 된 것 같다. 결국 내가 잘나야 하는 거. 어쨌거나 저도 직장은 다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