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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 온전한 ‘나’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목적지를 향해 전진하기
전진소녀 이아진 지음 / 앤페이지 / 2022년 6월
평점 :
일단 표지가 예쁘다. 일 년에 백 권 이상의 책을 읽는 편인데 와 이건 올해 본 책 중에 제일 예뻤다. 촌스럽지 않은 분홍 표지에 까만 글씨. 영어와 한글이 적절히 배치된 I AM(아이엠)이라는 타이틀.
요즘은 아이패드와 크레마로 이북을 즐겨읽는 편인데도 오랜만에 만난 예쁜 책에 먼저 손이 갔다. 이런 게 이북은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북디자인의 승리일까.
책은 <어쩌다 출근>에도 소개된 20살 목수 이아진 양의 이야기다. 방송을 보면서도 이 친구 참 대단하다 싶었는데 자신의 글로 담담히 써 내려간 자전적 이야기는 꽤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채로 홀로 호주에 던져져서 그야말로 살아남아야 했던 생존의 이야기, 남들이 길이라고 말하는 세상을 뒤로하고 자퇴 후 찾아 나선 자신의 꿈 이야기, ‘왜 학교를 가지 않느냐’는 세상의 질문에 당당하게 자신을 빌더(혹은 목수)로 소개하며 건축 현장임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그의 일기를 보며 이 친구를 그저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열넷에서 스무 살까지의 나이. 친구들은 중고등학교에 다니며 부모님 차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수능을 준비할 나이에 그는 이미 세상에 던져져 스스로의 땀과 노력으로, 온전히 자기의 삶을 던져 10대 소녀 앞에 놓인 편견의 벽들을 하나씩 부수어 나간다. 그녀는 세상이 규정지은 10대 소녀로 살기를 거부하고 ‘이아진으로’ 오직 자기만 할 수 있는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다. 나는 서른이 되기 전까지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그 모습이 멋지고 당차게 느껴졌다. 아마 이 경험들은 평생 이 친구의 자산이 될 것이고, 이는 그의 남은 일생 동안 어떤 일도 한다고 하면 해내고야 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에게 이 스토리는 꽤 큰 도전이 된다. 이제는 레전드가 되어버린 30년 전 <7막 7장>을 보며 어린 날의 내가 느꼈던 경외와 도전의 이야기를 <아이엠>의 이아진 양이 받아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의 일기에도 쓰여있듯이 그녀가 마땅히 그 나이에 누려야 할 것들에 대해서 너무 가벼이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20대에만 할 수 있는 사랑과 20대에만 할 수 있는 이별, 그리고 20대에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직업에만 몰두하느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모르지만 그녀의 다음 책에는 그녀의 20대가 오롯이 담겨있으면 좋겠다. 실수하고 실패하지만 또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의 스무 살, 그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가 가득하길 기대한다. 멋진 친구를 더 잘 알게 되어 괜히 뿌듯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