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소보로 사진 / 가디언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2019년 10월의 어느 날. 당시 여자친구님(현 아내님)의 제안을 받았다. '결혼할래?' '그래' 내친김에 그 주말 식장을 알아보았고. 12월이 적당하다는 결론이 났다. 양가 부모님께 상견례 날짜를 물어보고 상견례 및 결혼 일정을 통보 드렸다(?!). 남들처럼 스튜디오 찍을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그건 그냥 집에서 찍기로 하고, 청첩장이 급하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끝났다. 그리고 드레스와 본식 스냅 작가를 알아보러 다녔다. 아 신혼여행 비행기 표와 호텔 예약도 마쳤다.(일정은 되는대로 가서 보기로 했다) 이게 11월. 그리고 결혼한다고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시 가까운 어른들 몇 분께는 인사를 직접 드리기도 했는데 대부분 축하한단 인사와 어른들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끝이 났다. 지금 교회 담임 목사님만이 처음 3개월의 월급은 온전히 둘을 위해 모으지도 말고, 선물 같은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온전히 쓰라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덕에 정말 부족함 없이 잘 먹고 잘 쓰고 잘 놀았던 기억이 있다. 이후의 삶은 아끼고 쪼들리고 그렇게 버티고, 그렇게 살아내는 중이다.


그때부터였다. 좋은 결혼생활에 대한 조언은 없는 걸까. 이것도 삶일진대 왜 좋은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은 없는 걸까. 아 물론 없지는 않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가정이고, 바람을 피워서는 안되고, 상호 존중하며(이를테면 존댓말을 써라 같은) 뭐 등등의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아는 이야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하는 이들은 많다. 저 집이 어떻구저떻구 뒤에서 까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진짜 이야기. 어떻게 하면 결혼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조언해 주는 이들은 글쎄 잘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책의 제목이 좋았다. 엄마의 주례사. 엄마도 눈물 나는 단어인데 엄마가 들려주는 결혼 이야기라니. 책의 첫 장은 더 멋들어진다. '너의 인생을 남편에게 맡기지 마'


여자들이 결혼하고 나서 가장 많이 포기하는 게 꿈이라고 하잖아. 이 남자와 결혼해도 될까 고민하고 있다면 네 꿈을 인정해 주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봐. 네 꿈을 응원하는 남자라면 주저하지 말고 결혼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여자에게 결혼의 행복과 불행은 꿈을 이루며 사느냐 아니냐에 달렸거든.(p.66)


아마 아내의 꿈이 세계 제일의 00이 되겠다는 건 아닐 거다. 그렇지만 이걸 알고 응원받는 것은 꽤 중요하다. 나도 남자지만 아직도 결혼하면 밥이랑 청소, 육아는 아내가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꽤 많다. 진일보해서 가사를 돕는다며(?) 저는 트렌디한 인간인 줄 아는 것들도 꽤 된다. 청소든 밥이든 육아든 가정의 모든 일은 남편과 아내의 공동책임이다. 원래 네 일인데 내가 도와줄게 따위의 사고를 가진 인간이라면 애당초 접어두는 것이 좋다. 월급이 남편이 더 많다는 그럴듯해 보이는 현실적인 이유로 저는 밖으로 돌고 아내는 집에 가두고자 하는 인간도 거르도록 하자. 중요한 건 월급이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내가 나이게 하는 어떤 것이다. 이건 직업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다.(물론 이걸 가사노동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는 있다,) 여기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직장을 돈 버는 곳으로만, 집을 밥 먹고 처 자는 곳으로 생각하는 이가 지금의 내 남친이라면 미련 없이 냅다 차 버리는 것이 좋다.(진심이다)


쟤는 내 애가 아니라 옆집 애다(p.158)


무릎을 쳤다. 그렇다. 모든 문제는 쟤는 내 애니까 발생한다. 옆집 애가 유튜브를 보고 밥 대신 라면을 먹어도 우리는 그러려니 한다. 유튜브 좀 본다고, 한 끼 밥 대신 라면 먹는다고 큰일 나지 않으니까. 옆집 애가 실수를 좀 해도 좀 더 크면 괜찮겠거니 너그러워진다. 옆집 애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 엄마보다 옆집 아줌마가 더 좋았던, 혹시 나 주워온 게 아닐까 의심했던 어린 날의 기억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애는 원래 그렇게 크는 건데 우리는 유독 내 애에 대해서만 깐깐하다. 이 깐깐함은 보통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 밖에도 책은 '내 마음과 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 사용법', '복잡한 생각을 잠재우는 휴심법', '어설퍼도 신나는 삶이 요령들' 등 여자로, 아내로, 며느리로 먼저 살아본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마음이 담긴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뻔하지 않아서, 가끔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남편 된 입장에서 어떻게 아내를 대해야 할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도 좋았다.


결혼? 에이 하지 마!라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훨씬 더 많이 만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그렇게 꾸역꾸역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함이야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선배들이 이야기하면 좀 귀담아들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길을 가야겠다면. 나는 당신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책, 꽤 괜찮은 설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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