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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유리멘탈 개복치로 판정받았다 - 예민한 나를 위한 섬세한 대화 처방전
태지원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5월
평점 :
카톡 대화의 마무리에 5분 이상을 끌어본 적이 있다.
머릿속 TMI와 근거 없는 억측이 나를 괴롭힌 적이 있다.
4인 이상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피곤해진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스타 좋아요가 적어서 속상한 적이 있다.
NO라는 말을 한번 생각하고 한다.
절친인 줄 알았는데 '나만 절친인가?'라고 의심한 적이 있다.
뜬금없는 오지랖에 한방 먹이지 못한 것을 밤새도록 분해한 적이 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yes'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에게는 이 책이 필요하다. 잘 쓴 책이다. 위로나 힐링 서적의 전성시 대라지만 게 중에서도 탁월하다. 작가님이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글을 잘 쓴다 싶더니 역시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출신이다.
잘 썼다고 해서 문장이 수려하다거나 하는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의 문장은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내 속을 들킨 것처럼 뜨끔하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한다. 위로다.
스스로를 유리 멘탈 개복치라 칭하는 작가는 본인도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외롭기는 싫은데 상처받기도 싫은 우리네 인간의 삶에서 결국 지쳐버리고 마는 우리의 모습이 작가의 글에서 투영되어 개인적으로 나는 좋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만 소심한 게 아니었구나. 나만 이런 거에 울컥하는 게 아니었구나. 나만... 아니었구나.
내가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어떤 일에 내가 가해자가 될 수 있음도 보았다. '라떼는'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시니어가 되며 나 또한 내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니는 일이 은근히 많아졌다고 생각하던 요즘이었다. '내가 그 길을 걸어봐서 아는데, 그 정답이 너에게도 통용될 거야' 나 은근히 이딴 생각 하고 살고 있었더라. 케바케, 사바사. 인간 사이의 중요한 관계의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담담하고도 조용하게,
조금씩 흔들리고 상처받는 것. 그럼에도 그 자리를 지킬만큼만, 서 있을 만큼의 용기를 가지는 것. 나와 날 둘러싼 환경이 형편없다고 탓하며 방패 뒤에 몸을 숨기지 않고, 그 자리에 그냥 '잘' 서 있자고 권한다.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도 그냥 한번 잘 서 있어 보기로 했다. 가끔은 앉아있기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