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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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김유정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이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디스토피아 색채가 짙은 한국형 SF 소설이다. 한국 문학을 많이 읽진 않지만 우리 문학계에 상당히 독특한 자리매김을 하는 소설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디스토피아 소재는 헐리우드 영화뿐만 아니라 영 어덜트 소설 등 영미권 문학의 중요한 한 분야가 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를 그린다는 것, 그리고 독자 및 관객이 소비한다는 것은 그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그것이 결국은 구원 없이 디스토피아 현실을 맞게 된다는 우울하지만 상당히 가능성 높은 말로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설 속에 등장시키는 인물, 사건 등이 어떤 메타포를 가지는지 파악하는 것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 같다. 사실 그래서 내게는 좀 어렵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다. 이 소설은 SF 소설이라는 장르를 입고 있지만 『마션』이나 『인터스텔라』 같은 우주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책은 아니다. 재난적 상황에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각질이 온몸을 덮는 원인 불명의 피부병이 창궐하고 이미 감염되어 중증으로 진행되는 자들이 모인 할렘 같은 D 구역이 있다. 파충류 사육사였던 '그녀' 역시 이미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피부병 증상이 나타나는 자들을 수용하여 치료한다는 방역센터는 매우 수상스러운 곳이다. 일단 피부의 허물을 벗더라도 다시 재발하기 일쑤이고 이미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녀는 방역센터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이 병을 일거에 고칠 수 있다는 전설의 거대 뱀 롱롱을 찾아 나서고 롱롱이라고 생각되는 거대한 뱀을 찾았다. 롱롱이 허물을 벗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의 허물이 벗겨진다는 소문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나자 자신이 롱롱의 대변자이자 예언자인 양 행세하는 노파의 등장, 아무 근거 없이 그 노파를 따르며 롱롱의 곁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롱롱을 상품 디자인과 마케팅에 이용하여 한탕 해야겠다는 사람들, 불안과 공포를 이용한 보험사 직원, 그리고 이 재난 사태를 이용하여 권력을 장악하고 사람들을 조종하고 심지어 피부병을 악화시키고 생체 실험까지 하는 경악할 과학자도 등장한다.

불안과 공포는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본능적인 시그널이고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이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조종하고 자기 맘대로 부리는 권력을 탐하는 자들이 있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연약하기에 그에 넘어가는 것이다. 종교의 메타포라고 생각되는 롱롱, 그리고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거대 기업 및 제약사의 민낯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보며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그 메타포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말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정치판을 보더라도 이제 나는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입을 다물게 된다. 누군가 나를 이용하고 내 지갑을 털려 하지 않을까 늘 불안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불행은 나의 행복의 시작이라는 교활하고 저급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치 앞도 모르면서 남을 등쳐서 돈을 모은다 한들 무슨 유익이 있을까 싶지만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더욱 주의 깊에 내 주위의 사건들, 그 사건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현재 정계, 재계, 언론이라는 권력자들이 우리의 어떤 불안과 공포를 이용하고 있는지 분별을 하고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게 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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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검사 1
서아람(초연) 지음 / 연담L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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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없음)

6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거의 하루만에 읽게 만든 엄청난 매력의 책이다. 정통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한다. 괴기하거나 판타지나 SF적인 요소, 호러 요소가 개입되지 않은, 사람에 의한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정의로운? 혹은 정의롭지 않더라도 비상한 두뇌와 집요함의 소유자가 나오는 그런 추리 소설이 좋은데, 이 소설은 나의 취향을 완벽히 충족시켜 주는 소설이었다.

사건 자체는 잔혹하지만 그 사건과 연관된 연쇄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고 박진감과 속도감 있게 전개되다가 때로 웃겨서 배꼽을 잡게 하면서 독자를 제대로 밀고 당기고, 심장을 꽉 조였다가 풀었다 하는 놀라운 재주를 부리는 책이다. 게다가 현직 검사가 쓴 책답게 다른 작가였다면 아무리 철저한 취재를 거쳤다고 해도 이렇게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먼저 떠오른 책은 오타 아이의 『범죄자』이다. 우선 1, 2권 다 합하면 1200페이지에 육박하는 엄청난 벽돌책이라는 점, 전형적인 형사 버디물은 아니지만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듯한 인물들이 콤비를 이루어 각자의 장점으로 사건 해결로 나아가며 촌철살인 유머를 적재적소에서 던져 주는 점, 정치가, 검경찰이라는 수사권력기관, 미디어 등 소위 사회적 파워 있는 자들의 부패한 민낯을 보여 준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밑바닥 인생, 사랑 없는 가정에서 자라난 강한은 뛰어난 두뇌, 강인한 체력, 불타는 투지로 대한민국 검사가 되었다. 1년 전, 사건을 발판으로 그는 유력 정치인의 사위가 될 참이다. 정략 결혼이지만 그에게는 상관이 없다. 약혼식 날 그는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한 염산 테러로 양쪽 눈을 실명하게 되며 모래 위에 쌓은 성 같았던 삶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그대로 있을 그가 아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낫다며 손목을 긋기도 했지만 방황하는 청소년기의 그를 거두어 준 권투장 관장님의 말에 정신을 번쩍 차린다. 열흘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중도 실명의 삶에 적응하는 법을 속성으로 터득하고 검찰청으로 복귀한다.

역시 몸으로 익혀야 하는 시각장애인의 삶은 쉽지 않다. 검사장은 그에게 24시간 활동보조인을 구하라고 하지만 그 또한 녹록지 않다. 1년 전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되어 수감하다 자살한 지온유의 친구로 여전히 강한 검사를 향해 괴롭힘을 일삼는 류소원을 활동보조인으로 삼는다. 강한 검사 자신이 사회봉사명령 1만 시간을 명령했던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로 염산 테러의 용의자로 경찰, 검찰을 떠올며 자백을 강요당하며 시달리고 있었다. 시력은 잃었지만 여전히 예리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뇌로 류소원은 적어도 범인일 수 없다는 근거를 대고 그와 24시간 동고동락하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진범을 찾으려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암묵적으로 그를 돕는 9년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이자 이번 사건의 주임 검사인 정유미 검사, 그리고 똘똘하고 센스 넘치는 견습 수사관 세은, 그리고 말과 행동은 거칠지만 눈치와 손발이 빠르고 속정 깊은 소원과 사건을 추적해 간다. 그리고 1년 전, 사건 담당 형사에 대한 테러, 사건 담당 판사에 대한 테러가 잇따라 발생함으로 인해 강한은 자신의 사건이 1년 전의 사건과 관련이 있으며 연쇄 사건임을 깨닫고 추적한다.

여기까지가 1권의 대략적인 내용인데 너무나 궁금하다. 마구마구 추리를 해대고 있다. 실은 첫부분부터 강력하게 범인으로 찍고 의구심을 품고 있는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이라면 범행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듯한데 와이더닛(WHYdunnit : 동기)를 모르겠다. 자기 현시를 위한 사이코패스라면 가능하려나?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내가 의심하는 인물로 혐의가 가도록 독자를 유도하기는 하는데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이미 2권이 와서 곁에 있다. 어서 마무리하고 강한 검사와 류소원의 영화 버디물을 보는 기분으로 2권을 열어야겠다. 이미 출간 전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개봉일에 당장 영화관으로 가고 싶다. 누가 이 매력있는 강한과 류소원 역을 맡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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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샌디에이고 - 한국과 미국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
복일경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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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

나도 그런 시선을 조금은 맛봤기에 작가분들은 어떤 것을 느끼셨는지 궁금해서 이런 타 문화권 거주자의 에세이는 찾아서 읽어보는 편이다. 한국을 떠나 타국에 가서 처음에 그렇게 이상하더니, 타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이전에 익숙했던 한국이 또 그렇게 이상한 것. 그것이 이방인의 시선이고 누구나가 경험할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닌,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국비유학생인 남편과 함께 한창 정력적으로 키워가던 커리어를 포기하고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에서 10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두 딸을 낳고 키운 후 귀국한 분이다. 정말 생생한 삶의 땀냄새가 묻어나는 에세이다. 나는 기껏해야 21살 때 교환학생으로 6개월, 33살 때 저자가 유령 비자라고 했던 F2 비자로 6개월 미국에서 지내본 게 다고 여행자 같은 기분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에 뼛속까지 경험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맞아, 그랬어!"라는 공감이 들고 그리움이 찾아오는 장면들이 있다.

라스베가스 여행 이야기가 그랬던 것 같다. 남편과 33살 때 시애틀에서 6개월을 살았을 때, 기왕 미국에 있을 때, 샌디에이고, LA,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 지역을 죽 돌아보고 싶었다. 일본에서 친구가 되어 평생의 친구가 된 친구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어서 몇 년만에 너무 보고싶기도 했다. 남편과 내 저축, 회사 보너스를 싹싹 긁어갔지만 벌지 않고 쓰기만 하는 생활이었기에 아무리 견적을 내 봐도 캘리포니아 갈 여력이 되지 않았다. 반면, 라스베가스는 도박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4성급 이상의 좋은 호텔이어도 숙박비가 그리 비싸지 않고 비행기까지 묶어도 3박 4일에 둘이 합해서 500불 이상 되지 않았다. 고작 그 정도의 여력이었기 때문에 라스베가스 여행을 갔었는데 저자가 기록한 으리으리한 호텔들, 각종 쇼들, 그리고 뷔페를 즐길 수 있었다. 패키지를 끊으면 30불도 안 되는 비용으로 7개 호텔 부페를 돌아다니며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 비수기여서 유명한 쇼들은 휴장 기간이어서 <Phantom>을 봤는데 정말 황홀했다. 비슷한 시기에 갔던 것인지 라스베가스는 원래 늘 그런 것인지 내가 경험했던 것과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고 반가웠다.

그리고 내가 두 아이의 엄마여서 그런지 육아에 관한 부분, 미국의 학교 시스템에 관한 부분들이 무척 도움이 되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유치원 과정인 프리스쿨의 엄격한 훈육, 책의 main topic을 중시하는 독서교육 등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main topic 찾는 것은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되면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것 같고 저학년까지는 favorite part를 중점적으로 독서교육으로 하면 좀 더 독서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학교 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관여도가 인상적이었다. 정말 놀랄 노 자였다. 그렇게까지 물심양면 많은 것을 해야 하다니, 내가 미국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면 다 챙겨서 할 수 있었을까 겁이 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조금 차이가 나는 부분인 것 같다. 그곳은 오랫동안 그런 문화였기에 맞벌이부모든, 한부모 가정이든 일정 정도 그런 관여가 가능하도록 직장에서 용납이 되는 걸까? 우리나라에서 녹색어머니회 논란만 보더라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도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여, 기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조금은 하게 됐다.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는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결론은 나는 대한민국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외국어나 외국 생활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에 들어가며 a,b,c를 처음 접해봤지만 그래서 한계도 없지 않았지만 대학교에서도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그리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교환학생도 미국으로 다녀왔다. 친구들을 잘 만난 덕분인 것 같다. 선교사님이 지은 학교라 당시에는 가장 국제화 기반이 잘 되어 있었고 친구들 중에는 (참말인지, 변명인지 모르지만) 교환학생 가려고 S대를 안 가고 우리 학교에 왔다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은 정말 입학하자마자 어학당에 다니고 토플 공부를 하며 착착 준비해갔다. 친구들처럼 똘똘하고 영특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따라 하다 보니 그 아이들보다 토플 성적도 늦게 얻었고 많은 돈을 모아두지도 못하여 욕심부리지 않고 한 학기만 다녀왔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에 한국인이 거의 없었던 테네시 강이 흐르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공부하고 현지 교회를 다니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은 지금도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자산이다.

이후 김영삼 정권 때 우후죽순 생겨난 국제학대학원에서 일본 지역학을 공부하며 영어로 진행되는 모든 학과 과정 외에 일어를 배우고 그때까지만 해도 운 하나는 끝내주게 좋아서 연구 장학생으로 일본에서 1년 반을 보낼 수 있었다. 여러 경험을 하며 우리나라와 그 나라들을 비교해 보고 관찰도 해 보며 아쉬운 면이 어찌 없지 않겠냐마는 적어도 의료보험과 광속의 인터넷과 택배만으로도 난 이 나라를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담이 아니다.

33살 때 남편과 시애틀에 갔을 때는 비의 도시 시애틀이 천국이 되는 8월이었고 난 정말 시애틀을 사랑했다. 어떻게 하면 이민을 올 수 있을까, 별 궁리를 다했다. 그러나 우리 첫 아이를 임신 26주 지나자마자 미숙아로 급작스럽게 낳게 되고 인큐베이터에 3개월 있고 이후에는 난치병 대상자로 5년간 따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다행이 아이는 미숙아 딱지를 빨리 떼고 건강해져서 그 혜택을 본 일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세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의료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나름 월급쟁이치고는 남편이나 나나 고액 연봉자였기에 매월 의료보험료를 보면 한숨이 푹푹 나왔지만 지금은 감사하며 낸다. 자격 없는 사람들이 편승하는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여 free-ride하는 사람들을 막고 재정 충실화를 기했으면 정말 좋겠다.

귤이 하수를 지나면 탱자가 된다고 했다. 남의 것이 아무리 좋아보여도 우리나라의 토양에 맞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야무지고 통통 튀는 글솜씨로 책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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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흥미진진 과학 상식 쿠키런 펀펀 상식 시리즈 32
임우영 지음, 유희석 그림, 정효해 감수 / 서울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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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시리즈로 '서바이벌 대작전'가 우리 아이 책장에 주루룩 진열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과학상식을 만나봤다.

수학이나 역사 쪽으로는 비교적 다양하게 책을 접하게 해준 것 같은데 과학 분야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것 같다.

즐겁게 쿠키런 캐릭터들과 함께 당연해보이는 과학 지식의 개념을 즐겁게 탐구할 수 있다. 많은 캐릭터들이 있는데 아이들은 정말 잘 기억한다.

 

목차를 보면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이라는 과학의 네 영역이 균형적으로 조화를 이룬 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 현행 초등학교 교과과정과 연계되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까지 유용하고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각 챕터 도입부에 먼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사전 질문이 있다. 어른이 생각하기엔 '당연한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설명을 해보라고 하면 이유를 말해보라고 하면 그 원리를 설명할 수가 없다.

쿠키런 친구들의 모험과 함께 과학의 원리가 간략하고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어떤 현상이든 무심히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꼭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며 하나하나 부모가 배워간다. 비단 학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교류, 갈등과 화해 등 세상 사는 법도 이렇게 배워가는구나 싶을 때가 많다.

배움은 즐거워야 하고 익숙한 캐릭터들과 함께 스토리텔링 식으로 개념들을 미리 접하고 학교에서 학습하면 더 친숙하고 스무드하게 익힐 수 있을 것 같아서 학습만화를 많이 보여주는 편이다. 쿠키런 과학상식 시리즈도 재미와 학습 양쪽을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는 발군의 학습만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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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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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역서의 타이틀 작명 센스에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곧잘 서양와 동양의 사고구조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림 보고 분류하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심리 테스트 같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가령, 토끼, 돼지, 당근이 있을 경우, 서양인의 경우 동물이라는 분류로 토끼와 돼지를 묶지만, 동양인은 토끼가 당근을 먹으니 토끼와 당근을 묶는다는 그런 식이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동양인은 관계를 중심으로 서양인은 개념을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한 가지 유의미한 사실 하나는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원서의 제목이 The Honey Bus이다. 저자가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중요한 장소인 벌통을 놓았던 오래된 버스이다. 그런데 역서의 제목은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이다. 이 제목 안에 책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의 관계성... 너무나 핵심적이고 너무나 정곡을 찌르는 이 책 자체를 보여주는 제목이고 아마 나한테 제목을 지으라고 했어도 이 제목 외에는 안 떠올랐을 것 같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리얼리티를 띤 소설이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너무 믿고 싶지 않은 허구성을 띤 실화였다. 가족이 무엇인지, 신뢰가 무엇인지,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를 우리는 어렸을 때 우리 세계의 전부인 부모로부터 배우게 된다. 설령, 바람과 달리, 그 양자가 분리되었다고 할지라도 양쪽으로부터 사랑을 배우게 되는데, 저자인 메러디스와 두 살 어린 남동생 매슈는 그야말로 버려진 신세가 된다.

메러디스가 5살, 매슈가 3살 때 아빠를 로드 아일랜드에 남겨두고 엄마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캘리포니아로 오게 된다. 그리고 깊은 우울증에 빠져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는 엄마와 다 성장한 딸은 애지중지 갓난아기 대하듯 하며 손주들은 짐짝처럼 취급하는 할머니, 멀리 있는 그리운 아빠. 메러디스와 매슈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이다. 오로지 비빌 언덕은 양봉가인 할아버지 하나뿐이다. 할아버지는 엄마와도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할머니의 재혼남이므로 할아버지에게 메러디스와 매슈는 의붓 손주이지만 할아버지는 벌들을 돌보며 세상을 통달한 것인지, 원래부터 우주와 같은 넓이의 마음을 가진 것인지 어린 손주들을 품어준다.

"할아버지의 삶은 뒤엉킨 가족사로 복잡하지도 않았고

우리를 받아들여줄 여유도 있었다.

할아버지는 우리와 시간을 보내길 기대하는 어른이었고,

우리에게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주는 일을 즐겼으며,

우리의 의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었다.

할아버지는 부모가 마땅히 해야 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사랑해주는 분이었다." (207쪽)

이제나저제나 달라지려나,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애늙은이처럼 자라나지만 어느 순간, 메러디스는 포기되지 않는 그 마음을 못내 포기하고 만다. 7년이 지나고 5살이던 메러디스가 중학교에 갈 꼬마 숙녀가 되도록 엄마는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해진다.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상류층에 대한 동경, 자신에 대한 집착 등으로 점점 흉해질 뿐이다.

그럼에도 메러디스와 매슈는 쑥쑥 크고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며 성장한다. 여전히 할아버지와 꿀벌과 함께말이다. 그리고 신기하기 그지없는 조화로운 꿀벌들의 세계에서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다.

"꽃가루를 날라주는 벌이 없으면

슈퍼마켓의 농산물 코너에 있는 대부분의 상품이 사라질 거라고

할아버지는 설명했다. ...

대자연은 모든 계획을 촘촘하게 짜놓았기 때문에

한 가닥을 잡아당겨 풀었다가는 전체가 흐트러질 수도 있었다.

우리 대부분이 벌을 보면 무서워서 도망가기 바쁘지만

사실 이 작은 곤충은 우리 모두를 이어주는,

끈끈한 지구의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291쪽)

할아버지의 애정어린, 그리고 시기적절한 충고로 메러디스는 미래에 대해 꿈꾸고, 엄마에게서 탈출할 대학 진학에 대해서도 상상한다. 할머니의 놀라운 정보력과 계획력과 실행력에 힘입어 메러디스는 거의 전액에 가까운 장학금 지원을 받으며 대학에 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작가 (Writer) 겸 양봉가 (beekeeper)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저자 검색을 해 보았더니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계셨다.

 

https://meredithamay.net/

 

(출처 : https://meredithamay.net/bio/)

 

쓰라린 가족 해체의 아픔을 알기에 더 깊이 있고 진정성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인지 퓰리처 상같은 저널리스트로서 최고 영예의 상들도 수상한다.

그리고, 거친 세상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느라 멀어졌던 꿀벌들로부터 소환을 받는다. 파킨슨병에 걸리고 이제 노쇠하여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가 꿀벌들을 부탁하신 것이다. 참 엉뚱한 저자는 자신의 일터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사옥 옥상에 벌통을 갖다 놓고 이름하여 '도시 양봉'을 시작한다. '도시 농부'라는 말을 들어봤어도 도시 양봉이라니 동료들이 기함했을 것도 충분히 상상이 된다.

상처입은 가냘픈 어린 새같았던 5살 소녀가 인생의 거친 파도를 헤치며 성장한 승리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만큼 '생태환경'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는 면도 강조하고 싶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꿀벌의 개체 수 감소에 관해 무엇을 알까? 나 역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꿀벌의 방향감각을 교란시키는 농약의 사용이든, 어떤 다른 원인이든 현저히 개체 수가 줄고 있다고 한다. 꿀벌이 살아남지 못하는데 그 인간의 선택의 결과가 인간에게는 과연 유익할 것인가? 땅을 파괴하고 작물을 파괴하고 꿀벌을 파괴하는 것은 인간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여왕벌을 비롯하여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따라 우주와도 같은 조화로운 봉군의 질서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꿀벌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기에 충실하게 역할을 이행하며 살아가는 꿀벌들처럼 우리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 한 권의 책이 기획, 번역, 편집, 마케팅, 디자인 등 각 역할을 맡은 꿀벌들의 합작품이자 작은 우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내 손 안에서 묵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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