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검사 1
서아람(초연) 지음 / 연담L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포일러 없음)

6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거의 하루만에 읽게 만든 엄청난 매력의 책이다. 정통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한다. 괴기하거나 판타지나 SF적인 요소, 호러 요소가 개입되지 않은, 사람에 의한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정의로운? 혹은 정의롭지 않더라도 비상한 두뇌와 집요함의 소유자가 나오는 그런 추리 소설이 좋은데, 이 소설은 나의 취향을 완벽히 충족시켜 주는 소설이었다.

사건 자체는 잔혹하지만 그 사건과 연관된 연쇄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고 박진감과 속도감 있게 전개되다가 때로 웃겨서 배꼽을 잡게 하면서 독자를 제대로 밀고 당기고, 심장을 꽉 조였다가 풀었다 하는 놀라운 재주를 부리는 책이다. 게다가 현직 검사가 쓴 책답게 다른 작가였다면 아무리 철저한 취재를 거쳤다고 해도 이렇게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먼저 떠오른 책은 오타 아이의 『범죄자』이다. 우선 1, 2권 다 합하면 1200페이지에 육박하는 엄청난 벽돌책이라는 점, 전형적인 형사 버디물은 아니지만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듯한 인물들이 콤비를 이루어 각자의 장점으로 사건 해결로 나아가며 촌철살인 유머를 적재적소에서 던져 주는 점, 정치가, 검경찰이라는 수사권력기관, 미디어 등 소위 사회적 파워 있는 자들의 부패한 민낯을 보여 준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밑바닥 인생, 사랑 없는 가정에서 자라난 강한은 뛰어난 두뇌, 강인한 체력, 불타는 투지로 대한민국 검사가 되었다. 1년 전, 사건을 발판으로 그는 유력 정치인의 사위가 될 참이다. 정략 결혼이지만 그에게는 상관이 없다. 약혼식 날 그는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한 염산 테러로 양쪽 눈을 실명하게 되며 모래 위에 쌓은 성 같았던 삶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그대로 있을 그가 아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낫다며 손목을 긋기도 했지만 방황하는 청소년기의 그를 거두어 준 권투장 관장님의 말에 정신을 번쩍 차린다. 열흘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중도 실명의 삶에 적응하는 법을 속성으로 터득하고 검찰청으로 복귀한다.

역시 몸으로 익혀야 하는 시각장애인의 삶은 쉽지 않다. 검사장은 그에게 24시간 활동보조인을 구하라고 하지만 그 또한 녹록지 않다. 1년 전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되어 수감하다 자살한 지온유의 친구로 여전히 강한 검사를 향해 괴롭힘을 일삼는 류소원을 활동보조인으로 삼는다. 강한 검사 자신이 사회봉사명령 1만 시간을 명령했던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로 염산 테러의 용의자로 경찰, 검찰을 떠올며 자백을 강요당하며 시달리고 있었다. 시력은 잃었지만 여전히 예리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뇌로 류소원은 적어도 범인일 수 없다는 근거를 대고 그와 24시간 동고동락하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진범을 찾으려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암묵적으로 그를 돕는 9년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이자 이번 사건의 주임 검사인 정유미 검사, 그리고 똘똘하고 센스 넘치는 견습 수사관 세은, 그리고 말과 행동은 거칠지만 눈치와 손발이 빠르고 속정 깊은 소원과 사건을 추적해 간다. 그리고 1년 전, 사건 담당 형사에 대한 테러, 사건 담당 판사에 대한 테러가 잇따라 발생함으로 인해 강한은 자신의 사건이 1년 전의 사건과 관련이 있으며 연쇄 사건임을 깨닫고 추적한다.

여기까지가 1권의 대략적인 내용인데 너무나 궁금하다. 마구마구 추리를 해대고 있다. 실은 첫부분부터 강력하게 범인으로 찍고 의구심을 품고 있는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이라면 범행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듯한데 와이더닛(WHYdunnit : 동기)를 모르겠다. 자기 현시를 위한 사이코패스라면 가능하려나?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내가 의심하는 인물로 혐의가 가도록 독자를 유도하기는 하는데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이미 2권이 와서 곁에 있다. 어서 마무리하고 강한 검사와 류소원의 영화 버디물을 보는 기분으로 2권을 열어야겠다. 이미 출간 전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개봉일에 당장 영화관으로 가고 싶다. 누가 이 매력있는 강한과 류소원 역을 맡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