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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ㅣ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빈센트반고흐(1853~1890)
신성림 옮김
출판사 : 예담(개정판 28쇄 2009.5.8), 312쪽
지난 삶의 기억들, 이별한 사람들이나 죽어버린 사람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시끌벅적한 사건들...., 모든것이 마치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기억 속으로 되돌아 올때가 있지요. 과거는 그런 식으로만 붙잡을수 있는가 봅니다. 저는 계속 고독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도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비록 그림 그리는 일이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일중 하나이지만, 저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고리거든요.(298)/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중에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화상을 그린 정신이상자였던 화가이며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끓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유명한 그림 몇점만이 전부였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그야말로 우리의 두뇌에 사정없이 편견을 주입시키고 있다는 것을 책을 덮으며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며 고흐에 대한 너무나도 인간적인 사랑을 느낄수 있었다.
그의 짧은 생애동안 그는 고통과 광기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끝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은 지키려 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편지글 속에는 인생에 대한 고뇌와 따뜻한 마음, 자연을 누구보다 사랑한 소박하고 진솔한 그를 볼수 있었다.
그의 조력자이면서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던 동생 테오도 고흐못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을 보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형재애를 본적이 없다. 이 책은 세상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난 고독한 사람들에게 '사랑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아주 좋은 책이다.
고흐은 비록 가난과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살아갔지만 삶의 기쁨과 슬픔을 그림에 담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그림 속에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그무언가가 있다.
내가 그의 그림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군청색하늘에 초승달이 희미하게 떠있는 사이프러스나무가 있는 그림이다.
고흐의 그림에서 사이프러스나무가 내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주었는지 같은 나무는 아니지만 작년 겨울 편백나무가 있는 남해로 여행을 했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바라보는 달과 별들은 나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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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 들이든 받아 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16)
모베는 심오한 책을 읽을때면, 읽은 즉시 작가의 의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시란 아주 심오하고, 파악하기 힘들며, 체계적으로 정의할수 없는 것이거든 . 내가 책을 익는 이유도, 그 책을 쓴 작가가 사물을 더 넑고, 더 관대하게, 사랑으로 바라보고, 현실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배울것이 있어서이다.(38)
나는 황야와 소나무를 보면 아련한 향수를 느낀다. 나뭇가지를 주워 모으는 가난한 여인, 모래를 나르는 가난한 농부같은 초라한 인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런 소박한 것들 속에는 웅대한 바다에 맞먹는 무엇인가가 있다.(71)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무엇이든 그려야 한다. 텅 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비어있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넌 아무것도 할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 놓는다 . 그것도 영원히!(115)
이 세상은 신이 뭘 해야 할지 잘 모를때, 제정신이 아닌 불행한 시기에 서둘러서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선량한 신에 대해 알고 있는것, 그것은 자신의 습작을 만들기 위해 그가 많은 수고를 했다는 정도지.(174)
사이프러스나무는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아름다운 선과 균형을 가졌다. 그 푸름에는 그 무엇도 따를수 없는 깊이가 있다.
태양이 내리쬐는 풍경 속에서 자리잡은 하나의 검은 점, 바로 가장 흥미로운 검은 색조들 중 하나이다.(260)
고통의 순간에 바라보면 마치 고통이 지평선을 가득 메울 정도로 끝없이 밀려와 몹시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에 대해, 그 양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니 밀밭을 바라보느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게 그림 속의 것이라 할지라도. 고통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내게도 평화로운 나날이 오겠지(290)
눈에 뜨일락 말락 이제 겨우 조금 차오른 초생달이 어두운 땅에서 솟아난 듯 떠있는 밤하늘, 그 군청색 하늘위로 구름이 흘러가고, 그 사이로 과장된 광채로 반짝이는 별하나가 떠 있네(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