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이별없는 세대
볼프강 보르헤르트 지음, 김주연 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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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완료


김주언 옮김/218쪽 
  

보르헤르트는 [문밖에서]라는 희곡으로 잘 알려진 편이라는데 문외한인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다. 도대체 그시절을 지나온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75년이었으니 초등학생인 내가 무얼 알겠는가  그러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위안받을게 없어 별걸다 가지고 위안을 받고있다. 쳇)

그 시절은 그야말로 삼엄한 유신시절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번역한 역자나 출판사에게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보르헤르트는 독일 함부르트에서 태어났고 2차세계대전에 징집되어 전쟁을 체험한 경험과 그때 얻은 병으로 26세에 요절한 시인이자 작가였다. 그의 이러한 내력만으로도 짧은 그의 삶이 얼마나 혹독하고 힘겨웠는지 어느정도 짐작은 하겠지만 더 놀라운건 죽음을 앞둔 2년간 병상에서 대부분의 작품들을 집필했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2차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몇몇 작가들 로맹가리.  커트보네거트, 로알드 달 등은 참혹한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보르헤르트는 독일의 현실과 독재자에 대한 분노보다는 블랙유머로 글을 전재해나간다. 함축적인 문체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의미들.

짧은 단편들인데도 불구하고 쉽게 책장을 넘길수 없는것이 많은 의미를 함축하였기에 나름대로 해석해보려 햇지만 어떤 글을 부족한 나로서는 상황파악이 잘 안되는 글들이 더러 있다.

얇은 책을 몇일에 걸쳐 읽으면서 이 기이한 감정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며 몇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떤 글들은  책을 거의 펴보지 않는 사람에게 강제적으로 낭독해서 들려주기도 했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회화적이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읽혀진다 

대부분 여름에는 호러소설이나 추리소설을 추천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이런 서늘한 책이 오히려 가슴을 오싹하면서도 한켠으로 먹먹한 감성를 가져다 주는 이 책이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문밖에서]란 책을 찾아보니 역시절판되었고(정말 괜찮은 책은 빨리 절판된다는 불문) 연극은 보질 못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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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어줘요, 기린아저씨>

그는 바람이 소용돌이쳐 지나간 텅 빈 밤릐 플랫폼에, 잿빛으로 그을고 달처럼 외로운 거대한 홀 안에 서 있었다. 밤이 되어 텅 빈 정거장은 죽어 무의미해진 세계의 종말이다.  텅 비고 공허하고 허전하다. 더 가려다 보면 길을 잃게 마련이다. 누구든 길을 잃는다. 어둠은 무서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이 어둠은 순식간에 압도해오며 그것을 벗어날 자는 없다. 이 암흑은 사람의 마음 속에서 비명을 키운다. 고독한 짐승의 섬뜩한 비명을.(20)

 <열차의 오후와 밤>

정거장은 어두운 거리와 나란히 선 이민들처럼 간판을 치켜들고 있다. 정거장이란 담배나 립스틱이나 술을 의미한다 . 아니면 신이거나 빵이다. 정거장의 창백한 이마들, 간판들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창부다.

너는 인간이다. 네 두뇌는 기린처럼 외롭게 끝없이 긴 목 위쪽 어느 곳에 붙어 있다. 네 마음을 속속들이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38)


<허공에 떠도는 한밤의 소리> 

전차가 축축하게 안개 낀 오후 속을 달리고 있었다. 십일월의 거리는 텅 비어 소음도 환락도 없다. 누런 전찻길만이 외로이 안개 낀 오후 속에서 가물거렸다. 전차안에는 십일월의 오후에 길을 잃은 고독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전차는 십일월 속을 비틀거리며 질주했다.(39)

<까마귀도 밤이면 집을 찾는데...>

때이른 어둠의 그물이 낮시간 위에 서서히 덮히고 하늘에는 마지막 햇살이 방향을 잃은 채 격자창살처럼 비쳤다.(50)

도시는 잠에 겨운 수백만개의 눈을 하고 부드럽고 따스한 장막을 통해 버럼받은 포도의, 소음이 사라진 밤거리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53)

<지붕 위의 대화>

그들의 냄새는 밤의 냄새다. 무겁고 쓸쓸하고 달콤한 밤의 냄새다.(55)

달은 더러워진 달걀 노른자처럼 푸른 밤하늘의 국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달은 썩어보이고 악취를 풍기는 것 같다. 달은 병들어 보인다.(63)

<라디>
러시아에서 죽는 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냐. 나에게는 그곳은 모든 것이 낯설다. 나무마저 낯설다. 돌도 숲도 밤이면 신음을 한다. 눈도 비명을 지른다 그래, 모든 것이 생소하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낯설다.(73)

 

<이별 없는 세대>

우리는 서로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깊이는 나락과도 같다. 우리는 행복도 모르고, 고향도 잃은, 이별마저도 없는 세대다.

우리는 신이 없는 세대다. 우리는 서로 만남도 과거도 없으며, 감사할 아무런 것도 갖고 있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

이 세상의 모진 바람은 우리의 발과 가슴을 따가운 길거리 눈이 쌓인 길거리에서 헤메게 하였다.

우리는 이별이 없는 세대다. 이별을 체험할 수도 없고, 체험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가 자칫 발길을 잘못 두면 거리를 헤메는 우리의 가슴에는 영원한 이별이 못박히기 빼문이다. 아침에 이별을 보게 될 하룻밤을 위해서 우리의 가슴이 조마조마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98~99)

우리는 아무 만남도 없고, 오래 머물지도 않고, 제 가슴에서 나는 소리를 두려워하며, 도둑처럼 그 자리에서 몸을 숨기는 세대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향이라고 할 만한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슴을 어루만져줄 만한 사람이 우리에게는 없다.

우리는 미래가 있는 세대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생활, 별의 세계로 가는 세대일 것이다. 우리는 모든 미래가 우리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101)

<내 창백한 형제>

이 눈처럼 흰것이 또 있으랴. 눈은 거의 창백하다고 할만큼 희다. 푸른 녹색 빛이 난다. 그렇게 지독하게 희다. 태양은 감히 이 눈앞에서 누런 빛깔이 될 엄두도 못 낸다.  어는 일요일 아침도 이처럼 깨끗했던 적이 없었다.  세상, 눈 덮인 일요일의 세상이 웃었다.(123)

<민들레꽃>

문은 내 뒤에서 닫혔다. 문이 사람 뒤에 닫히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아주 잠기는 일도 상상할 수 있다. 예컨대 집 문이라는  것들은 무언가 최후의 것, 닫히는 것, 넘겨주ㅡㄴ 것 들과 같은 의미이다 이제 그 문은 내 뒤에 밀려져 이쓴ㄴ 것이다 그것은 함부로 닫아버릴수 없는 두꺼운 문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그것은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고 열심히 올리는 기도에도 꼼짝달싹하지 않으니까 말이다.(154)

불안과 밤. 불안은 무시무시한 것. 밤은 윌가 그와 단둘이 있일때 유령처럼 무시무시한 것이 된다. .(156)

이 세상에 마지막 것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상속의 문이 열리면서 많은 다른 문들이 뒤따라 열렸다. 문들은 모두 겁에 질리고 초췌한 사내를 일렬로 밀어내어 한가운데 푸른 줄이 덮이고 잿빛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마당 안으로 몰아넣었기 빼문이다.(158)

<도시>
함부르크!  거기서 다시 떠나가야지. 거기에 도착하면 다시 또 떠나가야 한다. 항상 떠나가야 한다. 그것이 삶이다!. 유일한 삶!

삶이란 빗속을 달려가며 문의 손잡이를 붙잡는 것 이상의 어떤 것이죠. 그것은 얼굴을 서로 스쳐가며 냄새를 생각해내는것 이상의 것입니다. 삶은 말이에요 불안과 기쁨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기차 밑으로 들어가는 불안. 기차 밑으로 들어가지 않는 기쁨. 계속해서 더 걷는 기쁨.(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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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일꾼들 (천줄읽기) 지만지 고전선집 580
빅토르 위고 지음, 김희경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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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게 되면서 두가지 감정,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기뻐했던 것은 그동안 묻혀있던 진귀한 보물을 발견한 것에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 책의 안내문에는 원전의 10%만 발췌한 선문집이라는데 그만 맥이 빠져버렸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거라곤 이 책 밖에 없으니 건너뛰기식 읽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감수할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절판되어 독자들을 애간장 태우게 하는 책들은 발간이 안되고, 기다리지도 않는 책들은 왜 그리 많이들 쏟아져 나오는지 아이러니하게도 허섭쓰레기같은 책들이 좋은 책들을 묻어버리는 경향이 생기고 있는 요즘이다.

 

이책은 빅톨 위고의 책중 진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책 중 하나인데 <레미제라블>은 워낙 <장발장>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지만  <웃는 남자>, <바다의 일꾼들>은 그 진가가 충분히 알려지 있지 않다.

위고의 문학여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두가지 사건이 있는데 하나는 1843년 큰딸이 신혼여행에서 바다에 빠져 죽은 것이고 두번째는 건지섬에서 보낸 망명생활이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난뒤에 책을 일게 된다면 도움이 될것이다.

그의 망명생활중(1851~1870)에 말기에 쓴 장편소설 <바다의 일꾼들, 1866>은 책의 원문은 클리브 프랑세 뒤 리브르 출판사에서 발행한 전집18권중 제 12권에 수록된 원전의 10%를 발췌하였다.

 

빅톨 위고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그의 서술방식의 특징인 사물이나 인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장황하고 방대하고 심오한 문장에 그만 질려버려 책을 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한번 그의 문장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장엄하면서도 깊이있는 무게감을 가진 그의 문장에 매료될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중 주인공 여성(데뤼세트)에 대한 묘사는 신비한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가진 영혼의 소유자이며, 남자 주인공(질리아트)은 자신의 성취를 넘어서 보다 먼곳의 어떤 것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사실 나도 십수년전 <레미제라블>을 오랜시간동안 완독한후 한동안 그의 문장의 무게로 다른 책들이 너무 가벼워 보인다는 느낌을 벗어나는데 한참걸렸다. 그후 <웃는 남자>는 그야말로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꼭 추천해 주고픈 책으로 남아있다.

 

이 책의 제목만 보면 사회주의소설로 보여질 수 있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여기서 '일꾼들'은 하나의 대상만을 말하지 않는다.

위고만의 서술방식의 특징인 우주와 인간의 깊은 심연의 깊이를 관조하듯 써내려간 책으로 바다에 대한 무한한 힘과 도한 자연과의 조화를 체험할수 있게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영불해협의 건지섬으로써 위고가 20년 망명생활중 15년을 보낸 곳으로 생생한 체험과 그 의미가 깊다.

건지섬은 바로 얼마전 <건지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클럽>이라는 소설을 통해 들어봤던 섬이라 낯설지 않고, 더구나 위고가 망명생활을 했던 곳이라는데 남다른 느낌을 주는 섬이 되었다.

 

위고의 서문에 의하면 종교, 사회, 자연은 인간이 투쟁하는 대상이다. 바로 투쟁의 대상인 동시에 필요성이다.

이 삼중의 숙명이 우리를 짖누르는데 도그마의 숙명, 법의 숙명, 사물들의 숙명이다. <파리의 노트르담>이 첫번째 것을 고발했고, <레미제라블>에서 두번째 것을 주목했고, <바다의 일꾼들>이 세번째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침 이 책을 읽는동안 폭우로 산사태가 나고 강물이 범람하고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때때로 사물들은 숙명처럼 불길하고 적대적인 공포감을 주기도 하지만 사물들을 벗어나서 살아갈수 없다는 어떤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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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얼굴보다 더 우리 자신을 닮은 어떠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표정이다. 우리의 표정보다 더 우리를 닮은 것이 있다면 우리의 미소다.(53) 

때때로 사물들은 인간에 대해서 불리하고 적대적인 모습을 과시한다. 그것은 마치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성스러운 공포감이 덧붙여지는 시간이었다. (80)

주위의 모든 것은 무시무시한 침묵 속에서 저항하고 있었다. 사물들에는 "어쩔수 없다"는 불길함이 있다. 사물들의 이러한 무기력은 음산한 경고이기도 하다. 사물들이라기보다는 거의 의지를 가진 어떤 자였다.(93)

우리는 톱니바퀴 장치 안에 맞물려 있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전체의 구성요소다. 우리는 자기 내부의 미지의 것이 외부의 미지의 것과 불가사의하게 연대하고 있음을 느낀다.(103)

자연은 좋을때는 어머니와 같지만, 마음내키면 어떨땐 형리(刑吏)가 되기도 한다.(152)

가장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실현가능한 사고를 박탈당하게 되면 삶은 기계적인 생활로 축소된다. 살아가는 실존자의 내부가 텅비어 버릴때 일어나는 결과다. 삶은 여행이고 사고는 여정이다. 운명은 자유재량권을 지닌 어두운 권력이다. 절망이란 영혼이 파면된 거와 마찬가지다. 매우 위대한 정신들만이 절망에 맞서 저항한다.(160)

인간은 공포에 의해 구원되고, 두려움에 도움을 청한다. 기도는 신비와 같은 것으로, 영혼에 속하는 거대한 힘이다. 기도는 어둠의 세계에 관대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기도는 바로 어둠의 눈으로 신비를 바라보는 것이다.(160)

그에게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내성적인 사람들의 습관이 있었다. 그는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주 어렸을때 사람들 얼굴에서 그를 반기는 것 같지 않은 것을 본 그는 이러한 버릇이 생겼고, 이후 본능처럼 여전히 사람들을 멀리하고 있었다.(185)

이 고정된 눈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그 어떠한 것과도 닮지 않았다. 심각하면서도 평온한 이 눈동자 속에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시선은 실현되지 않는 꿈이 남겨놓은 모든 평온함을 담고 있었다. 이 시선은 다른 성취를 비통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와같ㅇㄴ 시선들은 별의 흐름을 쫓고 있음이 틀림없다. 때때로 어느 한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눈썹아래에 이 세상 것이 아닌 어둠이 내렸다.(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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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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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모든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모아야 한다는 것, 우리가 모은 수집품들의 시(詩)가 바로 그 물건들의 집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359)

오르한 파묵이 작년에 출간한 <순수 박물관>은 주인공의 첫사랑에 대한 내용은 집착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순수한 열정이 담겨 있다. 

첫사랑 퓌순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가는 데서 조금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오랜시간이 걸려서 읽었다.

예전같으면 이런 사랑놀이가 흥미 있었을텐데 이젠 좀 시들해졌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오히려 내면의 이야기가 더 끌리는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오르한 파묵' 만의 가진 그 세밀한 표현은 이 책에서도 나타난다. 

첫사랑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음에도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해 모든걸 감내하는 '케말'

무모하기까지 한 그의 집착어린 행동에 어떤 서글픔마져 들었다.

그러나 상대자인 퓌순은 속마음은 그렇지 않음에도 잔인할 정도로 매몰차게 케말을 밀어냈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다는 바로 그 순간을 잘 알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그 행복했던 순간이 아주 오래전 일이며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고,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기에 그 고통을 견딜수 있게 하는 유일한  것은 행복한 순간이 남긴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다.

내게 있어 행복한 순간들, 기쁨들 이후에 남겨진 것은 무엇인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작가의 말대로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순간은 고통을 주지만 그 무엇을 소유하는 것만이 고통을 견딜수 있게 한다. 

내게 남겨진 추억의 물건은 20년이 훌쩍 넘게 간직하고 있는 책(인간의 굴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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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지금처럼 자동차 창문으로 바다와 소나무 냄새가 들어올 때 그것을 만끽해야 하는 신의 은총이며 아주 짧은 시간의 조각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1-149) 

영리한 사람들은 인생이 아름다운 것이며,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지. 그런데 나중에는 바보들만 행복해져.(1-175)

고통이 가장 약해졌을 때조차, 완전히 잠글 수 없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그것이 내 피에 섞이는 것이 느껴졌다. (1-241) 

세상과 인생의 모든 것에는 어느때고 점을 칠 수 있도록 신이 보낸 신호로 가득했다.(1-298) 

삶은 반복되지만 결국에는 모두 매정하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1-315) 

사랑의 고통은 총체적인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고통은, 우리 존재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자리잡고, 우리의 가장 약한 지점을 부여잡아, 다른 고통과 깊게 연결되어 절대 저지할 수 없는 형태로 몸과 삶에 퍼져 나간다.(1-369) 

사랑의 고통이 약간 가벼워질때면 그 자리를 다른것, 즉 모욕의 고통이 차지했다.(2-11) 

물건들의 힘은 그 안에 쌓인 기억만큼이나 우리의 상상과 기억력의 추이(推移)와도 연관되어 있다.(2-91) 

집착적으로 사랑하지만, '소유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서, 작지만 어떤 일부를 떼어내는 행복이었다.(2-161) 

강박적으로 혼자 물건을 모으고, 그것들을 한구석에 쌓아두는 사람의 뒤에는 상심이나 깊은 고민, 밝히기 어려운 정신적인 상처가 있기 마련이라는 의미였다.(2-369)

순간들로 이루어진 선이 시간이라고 했던 것처럼, 물건들이 모여 선을 이루면 하나의 이야기가 될 것임을 깨달았다.(2-375) 

누군가를 아주아주 사랑하면, 그를 위해 우리의 가장 귀중한 것을 내주어도 그로부터 해가 오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 희생이란 바로 이런거야.(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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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노신 지음, 이욱연 옮김 / 창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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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산문집(이욱연 편역/ 도서출판 窓(1991.3.25 초판 발행), 244쪽

 

이 책은 2년전 마치 책제목처럼 헌책방 순례도중 우연히 제목에 끌려 펼쳐본 순간 '노신'이라해서 어떤 분인가 들여다 봤더니 바로 '루쉰'을 20년전에는 그렇게 불렀나보다.

그순간 20년전에 발행한 책(아침꽃)을 바로 이순간(저녁)에 해우하다니 하는 감동과 설레임으로  조심스럽게 주워 품에 안고 왔다.(독자는 이럴때 가장 기쁘다  수많은 세월을 거듭하여 내 손으로 오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감동받지 않을수 없다.) 

그후 2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책장에 숙성을 시키던중 어느날 책과의 조우가 시작되어 약 2개월 동안 천천히 읽다.

발문은 이영희 선생님이 쓰시고 편역은 이욱연씨가 루쉰의 여러 산문집에서 편역하여 제호는 그의 산문집 <花夕拾>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영희선생님의 발문에 의하면 '오늘을 사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기 바라며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권한다'라고 했다.

역자(이욱연)에 의하면 노신의 글들은 천천히. 저작(咀嚼)하듯 입에서 한참을 굴리며 침을 충분히 바르고, 알맞게 씹은 뒤에 삼켜야 만이 루쉰 글의 참맛을 음미할수 있을 것이라 했다.

바로 루쉰의 진면목은 평론에 있으며 중국 민중의 병폐를 가차없이 비평하였다. 그의 뻐를 후비는 것같은 신랄한 비펴 속에 청년에 대한 애정을 느낄수 있다.

미움 속의 사랑, 과거 이야기 속의 오늘의 현실, 웃으면서 우는 그의 마음과 글의 특징은 역설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발간된지 20년이 지났음에도 바로 오늘의 한국, 현재의 사회와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시대를 초월하고 있다.

마치 나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에 깜짝 놀라고 부끄러움마져 들게 한다. 이것이 바로 루쉰의 글의 힘이 아닐까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서 나의 의식에 새로운 눈을 뜨게해준 함석헌옹이 떠나지 않았다.

루쉰은 청년시절 일본으로 의학을 공부하던중 우연히 본 슬라이드때문에 바로 중국으로 돌아온다.

무엇보다 급한것은 중국민중의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루쉰은 절망과 어둠, 고통과 좌절을 끌어 안으며 살다갔다. 그는 바로 희망을 찾아 헤매었다.

 

<밑줄>

 

밤은 조물주가 만든 신비의 이불이다. 그래도 밤만은 진실하다. 나는 밤을 사랑하며, 그리하여 밤중에 밤의 송(頌)을 쓴다.(38)

 

희망이란 무엇이더냐?  탕녀로다

그녀는 아무에게나 웃음을 팔고 모든 것을 바친다.

절망은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하듯.(페퇴피 샹돌, <희망>) /40

 

사람이 적막을 느낄때 창작은 탄생한다. 마음 속이 깨끗할 때 창작은 탄생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창작의 뿌리는 사랑이다.(98)

 

추억이란, 사람을 즐겁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쓸쓸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나가 버린 쓸쓸한 시간을 마음 속의 실 한올로 매어 둔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히려 그것들을 완전히 잊어버리지 못한데서 고통을 느낀다.  완전히 잊혀질수 없는 추억의 파편들.(223)

 

안락한 환경에서 살던 사람이 갑자기 그 반대의 생활로 추락해 버릴때, 그 추락의 과정에서 세상사람들의 참 모습을  볼수 있을 것이다.(224)

 

나는 내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희망이라는 것을 말살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희망이란 미래에 속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없다고 하는 내 주장으로, 있을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을 꺾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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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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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빈센트반고흐(1853~1890)
신성림 옮김

출판사 : 예담(개정판 28쇄 2009.5.8), 312쪽

 

지난 삶의 기억들, 이별한 사람들이나 죽어버린 사람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시끌벅적한 사건들...., 모든것이 마치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기억 속으로 되돌아 올때가 있지요. 과거는 그런 식으로만 붙잡을수 있는가 봅니다. 저는 계속 고독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도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비록 그림 그리는 일이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일중 하나이지만, 저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고리거든요.(298)/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중에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화상을 그린 정신이상자였던 화가이며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끓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유명한 그림 몇점만이 전부였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그야말로 우리의 두뇌에 사정없이 편견을 주입시키고 있다는 것을 책을 덮으며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며 고흐에 대한 너무나도 인간적인 사랑을 느낄수 있었다.

그의 짧은 생애동안 그는 고통과 광기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끝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은 지키려 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편지글 속에는 인생에 대한 고뇌와 따뜻한 마음, 자연을 누구보다 사랑한 소박하고 진솔한 그를 볼수 있었다.

그의 조력자이면서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던 동생 테오도 고흐못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을 보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형재애를 본적이 없다. 이 책은 세상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난 고독한 사람들에게 '사랑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아주 좋은 책이다.

고흐은 비록 가난과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살아갔지만 삶의 기쁨과 슬픔을  그림에 담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그림 속에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그무언가가 있다.

내가 그의 그림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군청색하늘에 초승달이 희미하게 떠있는 사이프러스나무가 있는 그림이다.

고흐의 그림에서 사이프러스나무가 내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주었는지 같은 나무는 아니지만 작년 겨울 편백나무가 있는 남해로 여행을 했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바라보는 달과 별들은 나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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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 들이든 받아 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16) 

모베는 심오한 책을 읽을때면, 읽은 즉시 작가의 의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시란 아주 심오하고, 파악하기 힘들며, 체계적으로 정의할수 없는 것이거든 . 내가 책을 익는 이유도, 그 책을 쓴 작가가 사물을 더 넑고, 더 관대하게, 사랑으로 바라보고, 현실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배울것이 있어서이다.(38) 

나는 황야와 소나무를 보면 아련한 향수를 느낀다. 나뭇가지를 주워 모으는 가난한 여인, 모래를 나르는 가난한 농부같은 초라한 인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런 소박한 것들 속에는 웅대한 바다에 맞먹는 무엇인가가 있다.(71)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무엇이든 그려야 한다. 텅 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비어있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넌 아무것도 할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 놓는다 . 그것도 영원히!(115) 

이 세상은 신이 뭘 해야 할지 잘 모를때, 제정신이 아닌 불행한 시기에 서둘러서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선량한 신에 대해 알고 있는것, 그것은 자신의 습작을 만들기 위해 그가 많은 수고를 했다는 정도지.(174)  

사이프러스나무는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아름다운 선과 균형을 가졌다. 그 푸름에는 그 무엇도 따를수 없는 깊이가 있다.

태양이 내리쬐는 풍경 속에서 자리잡은 하나의 검은 점, 바로 가장 흥미로운 검은 색조들 중 하나이다.(260) 

고통의 순간에 바라보면 마치 고통이 지평선을 가득 메울 정도로 끝없이 밀려와 몹시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에 대해, 그 양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니 밀밭을 바라보느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게 그림 속의 것이라 할지라도. 고통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내게도 평화로운 나날이 오겠지(290) 

눈에 뜨일락 말락 이제 겨우 조금 차오른 초생달이 어두운 땅에서 솟아난 듯 떠있는 밤하늘, 그 군청색 하늘위로 구름이 흘러가고, 그 사이로 과장된 광채로 반짝이는 별하나가 떠 있네(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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