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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1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모아야 한다는 것, 우리가 모은 수집품들의 시(詩)가 바로 그 물건들의 집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359)
오르한 파묵이 작년에 출간한 <순수 박물관>은 주인공의 첫사랑에 대한 내용은 집착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순수한 열정이 담겨 있다.
첫사랑 퓌순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가는 데서 조금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오랜시간이 걸려서 읽었다.
예전같으면 이런 사랑놀이가 흥미 있었을텐데 이젠 좀 시들해졌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오히려 내면의 이야기가 더 끌리는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오르한 파묵' 만의 가진 그 세밀한 표현은 이 책에서도 나타난다.
첫사랑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음에도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해 모든걸 감내하는 '케말'
무모하기까지 한 그의 집착어린 행동에 어떤 서글픔마져 들었다.
그러나 상대자인 퓌순은 속마음은 그렇지 않음에도 잔인할 정도로 매몰차게 케말을 밀어냈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다는 바로 그 순간을 잘 알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그 행복했던 순간이 아주 오래전 일이며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고,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기에 그 고통을 견딜수 있게 하는 유일한 것은 행복한 순간이 남긴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다.
내게 있어 행복한 순간들, 기쁨들 이후에 남겨진 것은 무엇인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작가의 말대로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순간은 고통을 주지만 그 무엇을 소유하는 것만이 고통을 견딜수 있게 한다.
내게 남겨진 추억의 물건은 20년이 훌쩍 넘게 간직하고 있는 책(인간의 굴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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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지금처럼 자동차 창문으로 바다와 소나무 냄새가 들어올 때 그것을 만끽해야 하는 신의 은총이며 아주 짧은 시간의 조각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1-149)
영리한 사람들은 인생이 아름다운 것이며,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지. 그런데 나중에는 바보들만 행복해져.(1-175)
고통이 가장 약해졌을 때조차, 완전히 잠글 수 없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그것이 내 피에 섞이는 것이 느껴졌다. (1-241)
세상과 인생의 모든 것에는 어느때고 점을 칠 수 있도록 신이 보낸 신호로 가득했다.(1-298)
삶은 반복되지만 결국에는 모두 매정하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1-315)
사랑의 고통은 총체적인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고통은, 우리 존재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자리잡고, 우리의 가장 약한 지점을 부여잡아, 다른 고통과 깊게 연결되어 절대 저지할 수 없는 형태로 몸과 삶에 퍼져 나간다.(1-369)
사랑의 고통이 약간 가벼워질때면 그 자리를 다른것, 즉 모욕의 고통이 차지했다.(2-11)
물건들의 힘은 그 안에 쌓인 기억만큼이나 우리의 상상과 기억력의 추이(推移)와도 연관되어 있다.(2-91)
집착적으로 사랑하지만, '소유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서, 작지만 어떤 일부를 떼어내는 행복이었다.(2-161)
강박적으로 혼자 물건을 모으고, 그것들을 한구석에 쌓아두는 사람의 뒤에는 상심이나 깊은 고민, 밝히기 어려운 정신적인 상처가 있기 마련이라는 의미였다.(2-369)
순간들로 이루어진 선이 시간이라고 했던 것처럼, 물건들이 모여 선을 이루면 하나의 이야기가 될 것임을 깨달았다.(2-375)
누군가를 아주아주 사랑하면, 그를 위해 우리의 가장 귀중한 것을 내주어도 그로부터 해가 오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 희생이란 바로 이런거야.(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