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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병원에 왔습니다 - 잘 몰라서 더 진심인 우당탕탕 취재기
신윤섭 지음 / 동그람이 / 2023년 1월
평점 :
자, 지금부터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미지의 공간,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좌절과 용기가 교차하고 만남과 이별을 나누게’되는 신비의 세계, 동물병원으로 떠나보자.
“아이가 저렇게 될 때까지 얼마나 아팠겠어요. 같이 살고 있는 보호자들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동물들이 통증을 표현하는 데 서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후로는 저렇게까지 악화되기 전에 내가 미리 발견해야겠다 싶어서 강아지나 고양이 환자가 내원하면 일단 입술부터 들춰보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반려견이 인간은 때론 단순히 공감 능력을 뛰어넘어 서로의 감정이 전이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보호자가 누군가로 인해 불안, 초초한 감정을 드러내면 반려 견은 상대로부터 보호자를 지키기 위해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보하자가 느끼는 감정의 흐름에 자신의 행동을 맞춘다고 볼 수 있는데, 반려동물을 많이 접할수록 실감하게 되는 부분일 것이다.
“제가 내과 수의사로 일한지 7년이 되었는데, 모든 시간을 통틀어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라고 말 할 수 있어요. 의사 입장에서 많이 위독하거나 어려운 질병을 가진 환자들이 고비를 넘기고 회복해서 퇴원할 때가 가장 기쁜 것 같아요.”
“지구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잖아요. 여러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곳이고 길 고양이도 엄연히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생명인데, 본인에게 조그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생명을 앗아간다는 건 너무 이기적인 행동이라 생각해요. 물론 캣맘분들도 불쌍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밥을 주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의 마음도 십분 이해하시라고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불현 듯 필자가 사는 동네 세탁소의 마스코트, 노령견 시추 한 마리가 떠오른다. 다리가 불편해 늘 의자 위에서 방석을 깔고 자리보전하고 앉아 있는데, 세탁소 사장님은 우리 집 상전이라며 할머니가 된 반려 견에 대한 배려라 했고, 말씀마다 애정이 묻어났다.
수의 테크니션이라는 용어가 일반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들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사람 병원으로 치면 간호사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한다.
세상에 많고 많은 밥벌이 가운데 본인이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테크니션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나같이 아픈 동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물리고 다친다고 해서 특별히 억울해 하지도 않는다.
이렇듯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책임감 있는 반려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은 무엇보다 반려동물의 생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증가하고 있는데 그에 비례해 주인에게 버림받는 동물들 역시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의사의 동물 안락사 행위는 긴장, 불안, 우울을 유발하는 요소로 수의사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수의사가 안락사를 허락하는 상황은 더 이상 어떤 치료로도 회복될 수 없을 때, 어떤 강력한 진통제를 사용해도 통증을 느낄 때라고 한다. 수의사 입장에서 안락사라는 단어는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자신의 손으로 동물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반려동물 수명연장의 7할은 보호자의 관심과 애정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호자의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의술도 무용지물이 된다.
“펫로스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마음껏 그리워하시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생각하면 슬플까 봐, 얘기를 꺼내면 울까 봐 억누르지 마시고 마음껏 슬퍼하시고 마음껏 아이에 대해서 얘기 하세요. 그러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실 겁니다. 물론 한 번으로는 힘들겠지만 여러 번 아이에 대해서 추모하고 슬퍼하고 나면 마음도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반려동물은 유행에 따라 선택하는 소유물이 아니에요. 평생을 책임지고 보호하며 함께해야 하는 가족입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어릴 때 귀여운 모습만 보고 쉽게 입양을 결정하지 마시고 적어도도 10~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동물들이 나이가 들어 아프거나 힘든 모습도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