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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밍
정성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1월
평점 :
겨우 만으로 나이 두 자릿수를 막 넘겼을 무렵, 나는 어느 날 문득 그렇게 아빠가 기타를 연주하시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는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몸집보다 훨씬 큰 기타를 들고 아빠 흉내 내기 시작했다.
나는 클래식 기타를 배움으로써 기초적인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었다. 나는 이때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그 일을 하며 살기 위해서는 내가 싫은 것들도 버텨내고 거쳐야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건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의 나를 보고 많은 사람이 나의 과정들이 어땠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모든 것들은 이 과정에 담겨 있다. 꾸준함,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리고 기타를 사랑하는 마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것들은 모두 제쳐두고 오로지 그것만을 바라보고 몰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즉 내가 하는 일과 전혀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여러 요소들과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때 나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의지할 곳 없이, 쉴 틈 없이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마음이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느꼈다. 한 번은 너무 힘든 나머지 새벽 중에 내가 키운 강아지를 안고 펑펑 울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유튜브 채널을 유지하고 앨범을 꾸준히 발매할 수 있었던 것은 아빠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땐 계속 활동을 요구하던 아빠가 밉기도 했지만, 그런 아빠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나로 인해서 누군가가 기타리스트의 꿈을 꾸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것을 보았고, 내 음악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연주자들과 이미 만들어진 곡들로 하는 합주의 경험만 있던 나는 그런 즉흥적인 합주가 익숙하지 ㅇ낳았다. 그래서 사실상 아무것도 보여준 것 없이 곡이 끝나고 무대를 내려왔다. 나는 망연자실했다. 그때 비로소 느꼈다. 지금의 내가 그들과 같은 무대를 설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기타리스트로서 쌓아온 것들 덕분이고 아직 그럴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이 ‘즉흥 연주’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뚜렷하게 있다. 바로 밤과 별이다 항상 새벽에 작업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사랑하고, 항상 그런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가 사랑하는 이미지들을 내 연주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무언가 뚜렷한 계획이나 목적이 없다면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실하고 결국 그 시간들을 내다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무작정 시작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리고 그 목표치를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곡 그래도 연주하면 개성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개성을 담아 연주하면 원곡의 느낌이 사라져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종의 딜레마다. 그러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최대한 많은 스타일을 시도해 보자였다.
이 음악적 지식과 경험이 나의 어떤 빈 공간을 채워준 느낌이었고 내가 기타리스트로서 성장하면서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벽 하나가 허물어진 느낌이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었지만, 꿈을 향해 크게 한걸음 나아간 느낌이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끈기와 노력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극복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렸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 달린 것이기에.
그런 가수 친구들과의 만남은 내게 또 다른 만나의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어느 날은 찬혁이를 통해 가수 아이유 님에게 연락이 왔었다. 아이유님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앨범이 있는 데, 그중 한 곡을 내가 편곡하고 연주로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과거의 나는 그런 부분들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고, 그런 남들이 원하는 정성하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남들이 내 인생을 살아 주는 것도 아니고, 내 인생을 책임져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인스트루멘탈의 대중화’이다. 그리고 그것을 내가 나의 연주로 이루어내고 싶다. 지금까지 수많은 곡들을 편곡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나의 영향력은 너무나도 작다.
크고 거창한 목표일수록 그에 필요한 더 큰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 미래의 나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삶. 나느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지금도 발버둥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