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문실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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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 7편을 엮은 소설

우리 시대가 사랑하는 작가 정지아, 손보미, 황정은, 김유담, 윤성희, 김강, 김애란 작가는 끌어안은 소설을 통해 각자의 시선으로 다양한 가족의 삶을 그려내며 인간을, 나아가 세계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오늘날의 가족이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고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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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온도 - 정지아

식음을 전패한 끝에 기어이 서울 교대로 진학했다. 나는 그런 딸이었다. 불평 한 번 없었다니, 어머니는 나이 들면서 좋지 않은 기억을 모두 지워가는 듯했다. 참으로 편리한 기억력이었다. 덕분에 불만 많고 까칠해서 걸핏하면 부모에게 대들던 나는 세상에서 다시 업는 효녀가 되었다.

 

박사 학위를 받던 날, 어머니는 내 박사모와 가운을 입은 채 기쁨에 차오르는 눈물을 꾹 삼키며 내 손을 힘주어 잡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따뜻한 손으로 자꾸만 내 등을 쓰다듬었다. 고생했다는, 장하다는, 무언의 칭찬이었을 것이다.

 

담요 - 손보미

장은 경찰대학에서 훈련을 받았고, 진짜 총을 수도 없이 만져 봤고, 삶을 쏘아 본 적도 있지만, 그 순간에는 그저 힘없는 가장일 뿐이었다. 장은 아들이 무대 위로 달려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 대신 장은 아들의 어깨 위에서 담요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도심의 공연장에서 총기 난사 사건 발생이것이 사건 당시, 신문에 실렸던 헤드라인이다.

 

장은 겨울을 싫어했다. 장은 결국 인정하게 되었는데, 그건 아들이 죽은 계절이 겨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좀 더 실질적인 이유도 있었다. 차 유리에 끼는 성에 때문이다. 순찰차는 너무 낡았다.

 

모자 - 황정은

세 남매의 아버지는 자주 모자가 되었다. 이사를 하면 첫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장도리를 들고 다니며 벽에 박힌 못을 뽑아내는 것이었다. 못이 있으면 아버지가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거기 걸리고, 틀림없이 모자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애들 아버지인 자기가 고발을 하겠다는데 왜 안 되느냐고 고집을 피우다가, 아무도 대꾸를 해 주지 않으니까 잠잠해졌고, 조금 뒤에 보니 의자 위에서 모자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 또 이사 가야 할까. 둘째가 작게 중얼거렸다.

아버지다.

 

멀고도 가벼운 - 김유담

어린 시절 이모는 내게 뉴질랜드 이야기를 다채롭게 들려주면서도 빈말로라도 나중에 크면 놀러 오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심 서운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모와 나는 딱 그 정도의 거리가 적당했다.

 

이모는 내게 소읍의 집성촌을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도 존재한다는 걸 알려 준 사람이었고, 스스로 더 멀리 날아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 사람이었다. 이모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비전도 보람도 없는 직장에 매달리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 때에도 이모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뀌었다.

 

유턴 지점에 보물 지도를 묻다 - 윤성희

아버지는 기차간에서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주머니에 발견된 것은 부산 행 새마을호 기차표와 만 원짜리 네 장이 전부였다. 나는 다니던 여행사를 그만두었다. 오 년을 일하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여행을 가지 않았다. 오년 동안 나는 등받이가 삐뚤어진 의자에 앉아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설렌 얼굴을 마주보고 같이 웃어 주었다. 여행사를 그만두고 나는 부산 행 새마을 호 기차표를 끊었다. 5호 차량 좌석번호 25, 아버지가 눈을 감은 자리였다.

 

우리 아빠 - 김강

편의점 앞 인도였다. 건장한 덩치 세명이 나를 둘러싸고 아래를 내려보고 있었고. ‘김철수는 어딘가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행인을 불러 모으듯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나는 아빠니까. ‘우리 아빠’.

 

플라이데이터리코더 - 김애란

조종자도 사라지고 국정도 불분명한 비행기의 추락 사고는 몇 가지 의문점만 남친 채 사람들 기억에서 잊혔다. 다만 그들은 블랙박스 안에서 들릴 듯 말 듯 녹음된 조종자의 마지막 메시지 하나를 간신히 건질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단 한 마디, ‘안녕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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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세탁소 시라기쿠 할머니 1 - 마음의 얼룩을 지워 드립니다 숲속 세탁소 시라기쿠 할머니 1
다카모리 미유키 지음, 쟈쟈 그림, 이구름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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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는 퉁명스럽지만 마음은 한없이 다정한 시라기쿠 할머니는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는 숲속 세탁소의 주인입니다. 사라기쿠 할머니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랑스러운 동물들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말들이 위로와 힘이 되어 줍니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옷의 얼룩을 지우는 것처럼 마음의 얼룩도 깨끗하게 지울 수 있다는 것을 전하는 힐링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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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창문 나무로, 새하얀 머리에 키가 자그마한 할머니가 종종거리며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머리는 두 갈래로 단정하게 땋았고 깨끗한 앞치마를 입고 있다.

바로 세탁소의 사라기쿠 할머니다.

 

너는 후쿠타로지?” 이름이 불린 후쿠타로는 둥지 밖으로 반쯤 나와 있던 몸을 흠칫 움츠렸다. “어떻게 저, 저를 아세요?”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여왔다 후쿠코한테 부탁받았거든” “엄마가요? 세탁소에 나를요?” “왜요?” “네가 둥지에서 안 나온다며 말이야.”

 

책에 쓰여 있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란다.” 좀 전까지와는 달리 시라기쿠 할머니를 바라보는 후쿠타로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마치 시라키쿠 할머니가 빤 빨래처럼 말근 눈빛이었다. “후쿠타로, 정말로 떨어진 거니?”

 

후쿠타로, 하늘은 어떠니? 바람은 어떠니? 하늘을 훨훨 나느 기분은 어떠니? 이런 건 책에 안 쓰여 있지? 이건 말이야, 하늘을 날아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특권이란다.”

 

너 아기 때는 더 하얬지?” 고양이는 귀를 할머니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모든 걸 처음으로 되돌릴 수는 없단다. 그 건 중요한 거야. 새것과 새것하고 비슷한 것은 다르지. 하지만 그걸로 괜찮아. 빨래도 그렇단다. 새것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야. 왜냐하면 새것으로 돌아가면 그때까지 겹겹이 쌓아 온 시간이 사라져 버리게 되거든. 그건 너무 쓸쓸해. 허전하잖아. 쓸 때마다 묻은 시간의 흔적은 남겨 두어야 하는 거란다.

 

깨끗한 수건으로 닦으니 금빛 털의 원숭이가 나타났다. “어머, 이건 또 어디서 나타난 왕자님인가 했네. 너 정말 예쁘다.” 시라기쿠 할머니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꿈에서 본 노란색과 갈색 털의 커다란 원숭이를 떠올렸다.

 

나랑 엄마 그리고 두 형만 금색이었어요. 엄마 말로는 옛날에는 더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곧잘 따돌림을 당했어요. 그나마 엄마랑 함께 있을 때는 무리에 끼워 주었는데 혼자가 된 후로는 다른 무리에 부탁해도 좀처럼 받아주지 않았어요.”

 

세탁소에 새 직원인 금빛 원숭이 엔야가 들어왔다. 금빛 원숭이를 처음 본 사람들, 사람이 없을 때는 동물들이 손에 빨래감을 들고 모여들었다. “우와 예쁘다!”

 

베어리는 판다처럼 보이게 얼룩을 빼고 새롭게 물까지 들였다.

 

엔야가 근데 왜 물을 들여 줘요?” 하고 묻자 사라기쿠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무를 숨기려거든 숲으로 가라는 말이 있어, 얼룩도 많이 있으면 얼룩이 아니게 된단다. 베아리는 몸에 얼룩을 새겨 마음의 얼룩을 지우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구나.”라고 말했다.

 

판다 베어리는 그야말로 스타가 되었다. 매일매일 베어리를 보러 낳은 관람객이 밀려왔다. 모두 방긋방긋 웃어 주었다. 베어리는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난 더 이상 돌연변이가 아니야. 이제 난 어디로 보나 판다 그 자체인걸!’

 

시라기쿠 할머니!” 시라기쿠 할머니는 깡마르고 털에 윤기라곤 완전히 사라진 베어리를 바라봤다. “기분은 좀 어떠니?” 베어리는 고개를 떨구고는 힘업이 가로저었다. “최악이에요.” “그렇겠지.”

 

우리는 네가 곰이든 판다든 상관없어, 우리는 널 떠받들어 주지 않지만 그건 널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지금 여기게 온 것이 그 증거지 않니? 베어리를 구하러 온 친구들이 베어리를 바라봤다.

 

꼬리의 얼룩은 베어리가 겪은 소중한 추억이었다. 시라기쿠 할머니는 웃는 얼굴과 흐린 얼굴, 둘 다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빨랫감에는 자신이 살아온 시간이 깊이 스며 있단다. 때가 묻든 색이 바래든 그 시간과 함께 살아가야 해 더러워졌다고 해서 자신을 새것으로 바꿀 수는 없으니까. 단지 깨끗하게 빨아서 소중하게 함께 가는 거야. 그러다 보면 지금의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어떤 기운이 뿜어져 나오게 되지. 알겠니?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베어리의 꼬리처럼 추억이 담긴 얼룩이나 때는 남겨 두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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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너로부터다 - 부를 묻자 돈의 신이 답했다
김종봉.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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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베스트셀러 <돈 공부는 처음이라>, <돈의 시나리오>를 통해 돈 공부의 중요성과 계획 있는 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화제를 일으켰던 김종봉, 제갈한열이 이번에는 돈은 결국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부의 본질을 소설 형식으로 전달한다. 독자는 이책을 통해 시간과 정성을 쏟아 자신을 스스로 변화 시킬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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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질문들은 대부분 그들의 내일에 관한 것이에요.

그런데 인우씨는 나의 어제를 물었어요., 그건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요.

 

제가 오늘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야기가 아니라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에겐 겸손과 확신이, 가벼움과 진중함이 함께 있었습니다. 결코 누군가를 하대하지 않으셨고요. 그래서 뭐랄까. 선생님은 선생님이 이루신 돈보다 커 보였습니다.

 

지금의 나처럼돈을 벌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그들에게 필요한 답이 아니거든요.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내가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했어요. 그게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이지요.“

 

그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된 시작점은 첫 번째 만남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 순간이 아니라 그 말을 자기 생각으로 옮긴 이 순간.

 

막대한 돈을 예금에 넣은 사람은 그 돈을 벌기 위해 과거에 투자한 시간이 있을 거예요. 만약 부모님의 유산이라면 그 부모님의 시간이 돈으로 교환되는 과정이 있었을 거고요. 주신이나 부동산도 마찬가지예요. 그 주식과 부동산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던 시간이 있을 거예요. 예금이자나 주식과 부동산이 가치가 올라가는 것 역시 시간이 필요해요. 그게 하루든 10년이든요.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돈은, 시간이라는 화폐와 교환되어 만들어져요.

 

그 시간에 인우는 책을 읽었다. 부자가 되는 법, 돈을 많이 버는 법 등을 알려준다는 책들을 읽으며 그는 그 책 어딘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시간을 세공하는 법을 찾아 헤맸다.

 

대부분의 사람이 저런 모습일지 모른다. 돈을 버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돈을 버는 방법을 알아도 어제까지 살아온 삶의 성질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그 어려움을 돌파할 계기가 있지 않고서는 말이다. 돈은 방법이 아니라 자기 의지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너희는 너희가 하는 일이 얼마짜리라고 생각하는데? 한 시간의 갑이 얼마라고 생각하냐고, 받는 연봉의 일을 하는 시간으로 나누면 한 시간의 값이 정해지겠지. 근데 그건 회사가 정한 값이잖아. 그렇게 정해주는 값 말고, 너희들 스스로 한 시간에 얼마짜리 가치가 있는 일을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사람들은 이야기하지요. 한 우물만 파면 결국 성공한다고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물이 나올 자리인지 아는지를 판단하는 고민이라고요.

 

단순하지만 브랜딩을 성공시키는 위한 첫 번째 법칙이에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시장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거지요.

 

따지고 보면 세차가 보잘 것 없는 것일지 모르잖아요. 사람들 마음속에는 요. 하지만 인우씨는 그 하잘 것 없는 것에 수많은 시간을 쏟았고, 그 결과 남들이 몰랐던 여러 방식, 그 방식들을 대하는 꼼꼼함과 소명 의식 같은 것들이 생겼어요. 그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을 보유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문제예요.

 

돈을 좋아하려면 돈의 속성을 알아야 합니다. 돈은 정직하게 자기의 능력만큼만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려면 요행이 아니라 자기만의 능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세상엔 세가지 사람이 있어요. 주기만 하는 사람, 받기만 하는 사람, 받은 만큼 주려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성향이 주기만 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게 천성이든 훈련에 의한 결과이든 중요하지 않아요. 주기만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빚을 지운다는 뜻이에요. 빚을 진 사람들은 어떻게든 돌려주려고 노력하지요.

 

아무리 리스크를 사전에 분석하고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이란 생물체와 같아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며 전에 없던 문제들을 만들어내지요. 이런 문제에 기민하게 대앙하고 적극적으로 극복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해야 될 이유예요.

 

시간과 정성으로 자기만의 본질을 일깨운 사람들은

대학생이건 직장인이건 장사꾼이건 중요치 않아요. 이미 그들은 자기 시간, 나아가 자 삶의 주인이 될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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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음 씨의 포스트잇 초록잎 시리즈 12
티나 바예스 지음, 시미씨 그림, 문주선 옮김 / 해와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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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직업 조사 발표 숙제를 앞두고 고민을 하던 중에 한 이웃이 이사를 왔습니다. 그의 이삿짐에는 죄다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지요. 나 없음 씨의 직업을 알아내기 위해 포스트잇에 적힌 단서를 찾아가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클라우디아의 시선으로 직업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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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클라우디아 유메레스는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모님의 직업에 관해 생각했다. 킴 선생님이 별로 내키지 않는 숙제를 내 주었기 때문이다. 그 숙제는 직업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그걸 하려면 누군가를 인터뷰해야만 한다. 선생님은 숙제를 낼 때가지 보름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이건 숙제를 아주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희곡1, 희곡2, 희곡3, 희곡4, 희곡5 새 이웃은 배우일까? 1, 2, 3, 4. 아니면 시인일까? 소설1, 소설2, 소설3, 소설4. 소설가임에 틀림없다! 수필1, 수필2, 수필3, 수필4. 수필이 대체 뭐야? 사전1, 사전2, 사전3, 사전4, 사전5, 사전6, 사전7 세상에, 선생님인가 봐! 클라우디아는 다시 따분해졌다.

 

클라우디아는 저녁을 먹고 난 뒤에 엄마의 포스트잇을 한 장 가져와 이렇게 썼다.

재신트씨. 책이 많다. 집에서 일한다.

클라우디아는 내일 새 이웃에 관해서 조르디 고모부에게 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 알아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정했다! 내일 학교에서 돌아오는 즉시 이웃집 초인종을 누르고 숙제를 위한 인터뷰를 요청할 것. ‘시인반이라니! 반이름으로 완벽하다. 그렇고말고!

 

몸을 돌려 집으로 가려고 할 때 클라우디아의 귀에 무언가를 문지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을 쳐다보던 클라우디아는 깜짝 놀랐다. 빨간 글씨가 적힌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나없음.

 

클라우디아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포스트잇을 꺼낸 뒤 이웃집 현관문 밑으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써써 말이다.

나 잇음.

 

다행히 초인종은 울리지 않았다. 문 아래로 쪽지가 슬그머니 밀려들어 왔을 뿐. 좀 전에 클라우디아가 재신트 씨에게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있었다.

나 있음, “ 재신트 씨는 선생님이야. 확실해.”

귀찬다가 아니라 귀찮다야 그리고 전혀 귀찮지 않으니 마음 쓰지 말아라.

클라우디아와 주디트는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빠를 깨울 까 봐 걱정도 되었지만, 무엇보다 새 이웃이 그걸 들으면 안되니까. 클라우디아는 나 없음 씨 조사 목록을 수정했다.

나를 귀찮아 하지 않는다

 

학교에 내야 하는 숙제가 있어요. 재신트 씨가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클라우디아는 쪽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단서 : 나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수정한다.

 

두 번째 단서 : 나는 누구보다 먼저 책을 읽는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내말은 책이 되기 전에 책을 읽는다는 뜻이란다.

 

나는 교정자야. 미스터리는 없지만 흥밋거리는 가득하단다.

새로운 쪽지가 왔음에도 새 이웃의 직업은 클라우디아에게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물어볼게 정말 많아요. 네가 원할 때 언제든 답해 주마.

 

클라우디아는 재신트씨가 점점 좋아졌다. 불과 며칠 전 나 없음이라는 쪽지 때문에 재신트 씨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교정자라는 직업은 물론이고 재신트 씨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긍해졌다. 더 이야기 하고 더 알고 싶어졌다. 그러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들이 흠 없는 상태로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내일이 좋단다.”

아저씨는 의사 같다. 아저씨에게 책 속의 오탈자는 상처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치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책 외의 상처들. 그러니까 틀린 말이나 틀린 글자들도 고치지 않을 수 없고 말이다. 그래, 바로 그거다!

 

클라우디아 유메레스는 교정자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과 재신트 아저씨와 주고 받은 쪽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킴 선생님은 무척 흥미로워 했다. 선생님은 클라우디아가 발표를 잘 할 수 있도록, 다른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질문도 많이 했다.

 

클라우디아, 내가 부르는 말을 받아쓰렴.”

재신트 아저씨와 클라우디아는 함께 촛불을 불고는 쪽지를 태웠다. 손님들 중에는 그 포스트잇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온 마음으로 축하의 박수를 힘껏 쳤다.

다시는 나 없음이라고 쓰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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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피곤한 사람과 안전하게 거리 두는 법
데버라 비널 지음, 김유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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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조종으로부터 내 중심을 되찾는 7단계 연습

연인, 친구, 직장, 가족 등 가까운 관계에서 매번 스스로가 의심스럽고 위축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에는 가스라이팅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와 더불어, 회복을 위한 검증된 전략들이 담겨있다. 가까운 관계에서 더 혼란스럽고 피곤하다면 가스라이팅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 건강한 관계를 키우는 회복 심리학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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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터는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이다. 가스라이터는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목적이 있지만, 타인을 심리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호 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건강한 관계의 특징이다. 그러나 머릿속에 과거에 자신이 베푼 호의를 기록하며 상태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스라이터가 사용하는 유용한 전략이다.

 

정서적 학대는 연인관계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상사가 프로젝트의 기대치를 마음대로 변경하고서는 당신이 처음 정해진 기대치에 맞춰서 일한 것을 비난하거나 동료들 앞에서 당신을 모욕하는 것도 가스라이팅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헤매듯이 암담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과거에 얽매여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라. 성장과정, 트라우마, 과거의 잔재가 당신의 미래를 완전히 결정하지는 못한다. 당신은 스스로 치유하고 변화할 수 있다. 희망을 단단히 붙잡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라.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수용할 때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근본적인 진실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그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거짓말, 조종, 가스라이팅의 책임은 정확히 그렇게 행동한 사람의 몫이다.

 

가스라이터는 자기 영향력 안에 있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이런 여러 가지 책략을 이용한다. 당신을 감동시키고 관심을 강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침묵을 지키면서 당신이 그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까봐 걱정하도록 조종한다. 결국 당신은 그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그는 당신의 지배하는 힘과 우월성을 확보한다.

 

당신의 두려움과 투쟁-도피 반응의 근원을 이해하면 자신을 연민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난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분노를 표출할 때 느끼는 불쾌한 감정과 반발심은 지극히 정상이다. 당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두려움이 당신을 압도할 때에는 스스로의 경계를 지킬 권리가 있음을 기억하라.

 

감정이 뒤죽박죽일지도 모른다. 하루는 화가 났다가 다음 날은 슬프고 아플 수도 있다. 외롭거나, 후회와 애석함이 몰려오거나, 공허할 수도 있다. 어떤 때는 희망을 느끼다가도 다시 분노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것은 후퇴가 아니다. 새로운 감정의 층이 벗겨지고 본래 자기가 드러나는 치유 과정의 일부다.

 

가스라이팅과 정서적 학대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인내심과 온화함,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과거와 현재에 잘못을 저지른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당신은 완벽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충분히 훌륭하다고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당신은 아무 조건 없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계를 설정하려면 자기주장이 필요하다. ‘나는 자기주장을 못해라는 이유로 이 부분을 건너뛰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주장 능력은 키울 수 있다. 자기주장은 확고한 자아인식과 자신의 가치, 솔직한 의사 표명의 권리를 자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종결은 가스라이터를 변화 시키는 것이 아니다. 가스라이터가 당신의 경계나 작별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상대가 허락하든 허락하지 않든 당신이 삶에서 원하는 바를 결정할 권한은 당신에게 있다. 당신의 종결은 그들의 허락에 달려 있지 않다.

 

가스라이터는 어느 정도의 인격 장애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고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만일 그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애정공세, 평가절하, 버리기의 사이클 안에 당신을 다시 가두려고 할 것이다. 그들의 게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건강한 관계는 결함이 없는 관계가 아니다. 실수를 하거나 상대방에서 불친절한 말을 했을 때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그 행동에 책임을 지고, 행동의 변화를 보이는 관계다. 그러면 상대방은 잘못한 사람의 행동을 비판하지 않고 용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을 내면화하는 일이다. 지금 상황에서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자신을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꾸준히 자신을 돌보고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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