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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음 씨의 포스트잇 ㅣ 초록잎 시리즈 12
티나 바예스 지음, 시미씨 그림, 문주선 옮김 / 해와나무 / 2023년 4월
평점 :
클라우디아는 직업 조사 발표 숙제를 앞두고 고민을 하던 중에 한 이웃이 이사를 왔습니다. 그의 이삿짐에는 죄다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지요. 나 없음 씨의 직업을 알아내기 위해 포스트잇에 적힌 단서를 찾아가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클라우디아의 시선으로 직업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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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클라우디아 유메레스는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모님의 직업에 관해 생각했다. 킴 선생님이 별로 내키지 않는 숙제를 내 주었기 때문이다. 그 숙제는 직업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그걸 하려면 누군가를 인터뷰해야만 한다. 선생님은 숙제를 낼 때가지 보름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이건 숙제를 아주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희곡1, 희곡2, 희곡3, 희곡4, 희곡5 새 이웃은 배우일까? 시1, 시2, 시3, 시4. 아니면 시인일까? 소설1, 소설2, 소설3, 소설4. 소설가임에 틀림없다! 수필1, 수필2, 수필3, 수필4. 수필이 대체 뭐야? 사전1, 사전2, 사전3, 사전4, 사전5, 사전6, 사전7 세상에, 선생님인가 봐! 클라우디아는 다시 따분해졌다.
클라우디아는 저녁을 먹고 난 뒤에 엄마의 포스트잇을 한 장 가져와 이렇게 썼다.
재신트씨. 책이 많다. 집에서 일한다.
클라우디아는 내일 새 이웃에 관해서 조르디 고모부에게 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 알아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정했다! 내일 학교에서 돌아오는 즉시 이웃집 초인종을 누르고 숙제를 위한 인터뷰를 요청할 것. ‘시인반’이라니! 반이름으로 완벽하다. 그렇고말고!
몸을 돌려 집으로 가려고 할 때 클라우디아의 귀에 무언가를 문지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을 쳐다보던 클라우디아는 깜짝 놀랐다. 빨간 글씨가 적힌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나없음.
클라우디아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포스트잇을 꺼낸 뒤 이웃집 현관문 밑으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써써 말이다.
나 잇음.
다행히 초인종은 울리지 않았다. 문 아래로 쪽지가 슬그머니 밀려들어 왔을 뿐. 좀 전에 클라우디아가 재신트 씨에게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있었다.
나 있음, “ 재신트 씨는 선생님이야. 확실해.”
‘귀찬다’가 아니라 ‘귀찮다’야 그리고 전혀 귀찮지 않으니 마음 쓰지 말아라.
클라우디아와 주디트는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빠를 깨울 까 봐 걱정도 되었지만, 무엇보다 새 이웃이 그걸 들으면 안되니까. 클라우디아는 나 없음 씨 조사 목록을 수정했다.
나를 귀찮아 하지 않는다
학교에 내야 하는 숙제가 있어요. 재신트 씨가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클라우디아는 쪽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단서 : 나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을 수정한다.
두 번째 단서 : 나는 누구보다 먼저 책을 읽는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내말은 책이 되기 전에 책을 읽는다는 뜻이란다.
나는 교정자야. 미스터리는 없지만 흥밋거리는 가득하단다.
새로운 쪽지가 왔음에도 새 이웃의 직업은 클라우디아에게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물어볼게 정말 많아요. 네가 원할 때 언제든 답해 주마.
클라우디아는 재신트씨가 점점 좋아졌다. 불과 며칠 전 ‘나 없음’이라는 쪽지 때문에 재신트 씨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교정자라는 직업은 물론이고 재신트 씨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긍해졌다. 더 이야기 하고 더 알고 싶어졌다. 그러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들이 흠 없는 상태로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내일이 좋단다.”
아저씨는 의사 같다. 아저씨에게 책 속의 오탈자는 상처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치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책 외의 상처들. 그러니까 틀린 말이나 틀린 글자들도 고치지 않을 수 없고 말이다. 그래, 바로 그거다!
클라우디아 유메레스는 교정자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과 재신트 아저씨와 주고 받은 쪽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킴 선생님은 무척 흥미로워 했다. 선생님은 클라우디아가 발표를 잘 할 수 있도록, 다른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질문도 많이 했다.
“클라우디아, 내가 부르는 말을 받아쓰렴.”
재신트 아저씨와 클라우디아는 함께 촛불을 불고는 쪽지를 태웠다. 손님들 중에는 그 포스트잇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온 마음으로 축하의 박수를 힘껏 쳤다.
다시는 ‘나 없음’이라고 쓰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맹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