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세탁소 시라기쿠 할머니 1 - 마음의 얼룩을 지워 드립니다 숲속 세탁소 시라기쿠 할머니 1
다카모리 미유키 지음, 쟈쟈 그림, 이구름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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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는 퉁명스럽지만 마음은 한없이 다정한 시라기쿠 할머니는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는 숲속 세탁소의 주인입니다. 사라기쿠 할머니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랑스러운 동물들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말들이 위로와 힘이 되어 줍니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옷의 얼룩을 지우는 것처럼 마음의 얼룩도 깨끗하게 지울 수 있다는 것을 전하는 힐링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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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창문 나무로, 새하얀 머리에 키가 자그마한 할머니가 종종거리며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머리는 두 갈래로 단정하게 땋았고 깨끗한 앞치마를 입고 있다.

바로 세탁소의 사라기쿠 할머니다.

 

너는 후쿠타로지?” 이름이 불린 후쿠타로는 둥지 밖으로 반쯤 나와 있던 몸을 흠칫 움츠렸다. “어떻게 저, 저를 아세요?”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여왔다 후쿠코한테 부탁받았거든” “엄마가요? 세탁소에 나를요?” “왜요?” “네가 둥지에서 안 나온다며 말이야.”

 

책에 쓰여 있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란다.” 좀 전까지와는 달리 시라기쿠 할머니를 바라보는 후쿠타로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마치 시라키쿠 할머니가 빤 빨래처럼 말근 눈빛이었다. “후쿠타로, 정말로 떨어진 거니?”

 

후쿠타로, 하늘은 어떠니? 바람은 어떠니? 하늘을 훨훨 나느 기분은 어떠니? 이런 건 책에 안 쓰여 있지? 이건 말이야, 하늘을 날아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특권이란다.”

 

너 아기 때는 더 하얬지?” 고양이는 귀를 할머니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모든 걸 처음으로 되돌릴 수는 없단다. 그 건 중요한 거야. 새것과 새것하고 비슷한 것은 다르지. 하지만 그걸로 괜찮아. 빨래도 그렇단다. 새것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야. 왜냐하면 새것으로 돌아가면 그때까지 겹겹이 쌓아 온 시간이 사라져 버리게 되거든. 그건 너무 쓸쓸해. 허전하잖아. 쓸 때마다 묻은 시간의 흔적은 남겨 두어야 하는 거란다.

 

깨끗한 수건으로 닦으니 금빛 털의 원숭이가 나타났다. “어머, 이건 또 어디서 나타난 왕자님인가 했네. 너 정말 예쁘다.” 시라기쿠 할머니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꿈에서 본 노란색과 갈색 털의 커다란 원숭이를 떠올렸다.

 

나랑 엄마 그리고 두 형만 금색이었어요. 엄마 말로는 옛날에는 더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곧잘 따돌림을 당했어요. 그나마 엄마랑 함께 있을 때는 무리에 끼워 주었는데 혼자가 된 후로는 다른 무리에 부탁해도 좀처럼 받아주지 않았어요.”

 

세탁소에 새 직원인 금빛 원숭이 엔야가 들어왔다. 금빛 원숭이를 처음 본 사람들, 사람이 없을 때는 동물들이 손에 빨래감을 들고 모여들었다. “우와 예쁘다!”

 

베어리는 판다처럼 보이게 얼룩을 빼고 새롭게 물까지 들였다.

 

엔야가 근데 왜 물을 들여 줘요?” 하고 묻자 사라기쿠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무를 숨기려거든 숲으로 가라는 말이 있어, 얼룩도 많이 있으면 얼룩이 아니게 된단다. 베아리는 몸에 얼룩을 새겨 마음의 얼룩을 지우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구나.”라고 말했다.

 

판다 베어리는 그야말로 스타가 되었다. 매일매일 베어리를 보러 낳은 관람객이 밀려왔다. 모두 방긋방긋 웃어 주었다. 베어리는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난 더 이상 돌연변이가 아니야. 이제 난 어디로 보나 판다 그 자체인걸!’

 

시라기쿠 할머니!” 시라기쿠 할머니는 깡마르고 털에 윤기라곤 완전히 사라진 베어리를 바라봤다. “기분은 좀 어떠니?” 베어리는 고개를 떨구고는 힘업이 가로저었다. “최악이에요.” “그렇겠지.”

 

우리는 네가 곰이든 판다든 상관없어, 우리는 널 떠받들어 주지 않지만 그건 널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지금 여기게 온 것이 그 증거지 않니? 베어리를 구하러 온 친구들이 베어리를 바라봤다.

 

꼬리의 얼룩은 베어리가 겪은 소중한 추억이었다. 시라기쿠 할머니는 웃는 얼굴과 흐린 얼굴, 둘 다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빨랫감에는 자신이 살아온 시간이 깊이 스며 있단다. 때가 묻든 색이 바래든 그 시간과 함께 살아가야 해 더러워졌다고 해서 자신을 새것으로 바꿀 수는 없으니까. 단지 깨끗하게 빨아서 소중하게 함께 가는 거야. 그러다 보면 지금의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어떤 기운이 뿜어져 나오게 되지. 알겠니?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베어리의 꼬리처럼 추억이 담긴 얼룩이나 때는 남겨 두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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