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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ㅣ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평점 :
“마음에 비가 내리는 날에는 카페 도도에 갑니다.”
비밀스러운 주인장 소로리와 수수께끼 같은 도도새 콤비가 비가 내리는 손님들 마음에 무지개를 띄워준다.
따뜻한 힐링이라는 입소문으로 20만 부 넘게 팔린 일본의 인기 소설 《카페 도도》, 두 번째 이야기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가 출간되었다. 일하는 도시 여성들의 에피소드 모음인 이번 책의 주제는 ‘상처 치유’다. 회사 동료 사이, 가족과 친구 사이에 주고받은 상처로 마음에 비가 내린 이들은 소로리의 요리를 먹는 동안 밝고 포근한 무지개를 가슴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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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카페 도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짧은 다리에 작고 동그란 머리를 가진 새는 이 가게의 이름이기도 한 도도새다. 사랑스러운 도도의 표정을 살피다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보내고 말았다.
모래사장에만 피어나는 꽃과 해변의 새 이름을 가르쳐준 것도 아버지였다. 도요새, 논병아리, 딱새, 참새만 한 크기에 회색과 흰색 날개를 가진 백할미새는 가즈키의 눈에도 보였다.
“짹짹 짹짹”
재잘거리는 듯한 새 울음소리를 아버지가 흉내 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곤 했다. 피부로 느끼는 추억은 순식간에 그날로 데려다준다.
“아빠”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내어 외친 것은 파도 소리와 함께 흩어질 거라 마음을 놓았기 때문일까. 이번에는 바다를 향해 과김히 소리친다. “아빠 고마워!”
‘상처받지 않는 포타주, 있습니다’
가즈키는 메뉴 이름을 찬찬히 쳐다보았지만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그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안락한 장소로 숨어 들어가고 싶었다. 숲 향기로 온몸을 채우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걸음이 빨라졌다.
“소로리 씨는 틈만 나면 손님들한테 이상한 물건을 막 주고 싶어 해요. 신경 쓰지 마세요,” 무쓰코가 웃는다.
“이상한 물건 아니예요. 대야예요.”
소로리는 외야석의 목소리 같은 건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잇는다.
“손님들이 들은 말들은 이 대야에 씻어 흘려보내세요. 마음의 상처를 씻어 내는 거죠.”
어딘가 표현이 어색하긴 했지만 순수하게 납득이 갔다. 상처를 받았다면 그때마다 씻어서 흘려 보내면 된다.
알지 못하는 사이 아즈사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고 그런 자신을 돌아보는게 두렵다고.... 듣고 있던 소로리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하고 가게로 들어가더니 손에 뭔가를 들고 다시나왔다.
“괜찮으시면 이거 가지세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요. 보세요.”
소로리는 삼각형 모양이 옷걸이를 마름모꼴을 만들었다가 다시 원래의 삼각형 모양을 되돌려놓았다,
“구부려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어요. 어때요?”
“하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죠. 그러니까 훈련하는 겁니다. 원래 모양으로 돌려보기도 하고 다시 바꿔보기도 하면서요.”
어른이 되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세상이라는 녀석은 아무리 벗어 던지려고 애써도 거듭거듭 투명망토를 뒤집에 씌웠다. 그러면서도 정작 필요할때는 멋대로 벗겨진다. 편리한 굿즈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투명망토를 쓰지도 않았는데 왜 나는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거지’
“소로리 씨는 투명망토 아세요?”
누룩과 팥의 파워 덕분인지 아니면 단맛과 짠맛의 상반된 힘이 효과를 낸 것인지 아카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밖에선 북풍이 세차게 불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많이 추워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카페 도도의 가게 안에서는 촛불이 어렴풋이 흔들리고 이내 곧 구워질 빵 냄새가 떠다니고 있습니다.
조용히 평온하게. 오늘 밤도 저물어갑니다.
“평온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오로지 어두워지길 기다리는 시간, 밤하늘의 별을 바라 보는 시간, 낙엽으로 만드는 퇴비가 천천히 숙성되길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따뜻한 촛불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는 시간, 그런 시간 하나하나가 더 없이 소중한 풍요로가 소로리는 생각한다.
부엌에 돌아와 서랍을 열고 봉투 다발을 꺼냈습니다. 소로리가 자신의 감정을 적고 봉인해두는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다시 마당 한가운데 서서 하나하나 개봉해나갑니다. 그러자 봄바람에 실려 봉투 속의 말들이 멀리 훨훨 날아갑니다.
‘자네라면 할 수 있어’
‘자네답지 않아’
말들이 바람을 다타고 날아가나 싶었는데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습니다.
“상처 입은 말들, 상처 준 말들, 모두 날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