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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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규 작가는 다문화 청소년과 탈북 이주민, 결혼 이주 여성을 돕는 활동가 겸 연구자로 오랫동안 일해 왔다. 현재는 영국에서 남북한 출신의 재영 어린이들이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교육자로, 소수자 소외 문제와 연대의 의미를 탐색하고 기록해 온 저술가이기도 하다.

<사물에 대해 쓰려했지만>은 우리 삶을 채우는 다양한 물건과 장소, 시기를 통로 삼아 우리 사회에서 하지 않아도 모를, 그러나 하면 좋은 일들을 대가 없이 수행해 온 가족, 이웃, 사회 구성원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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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주는 위로는 기억에서 온다. 애니메이션 영화 라따뚜이에서 괴팍한 음식 평론가 안톤 이고는 생쥐 요리사 레미가만든 음식 라따뚜이를 먹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엄마가 차려준 식악 앞에 앉은 소년이 된다. 사랑받고 위로받았던 기억이 어른이 된 그를 다시 위로해 준 것이다.

오늘 아침 고사리나물, 미역국, 김치가 나를 위로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결혼한 지 20년이 되어도, 나는 혼자같이라는 두 바퀴의 균형을 찾느라 종종 휘청댄다.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한다. 혼자여야 하는 일이 있고, 같이 하면 더 좋은 일이 있다. 그러니 어느 한쪽에 너무 마음을 쏟지 말자. 다 혼자 하겠다고 모질어지지도, 늘 같이 하겠다고 애쓰지도 말고, 그저 순한 마음으로 이끄는 대로 살자.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전체 그림을 다 보고, 정교한 지도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지금 전조등이 비추는 만큼만 겨우 보이는 길을 여행하고 있다. 그래도 이 미지가 예전만큼 불안하지 않다. 모르는 게 당연한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뒷마당에 빨래를 말릴 수 있는 지금의 사치를, 당장 누릴 수 없는 사라에게는 조심스럽게, 누릴 수 있는 사람에게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조심스럽게라도 말하는 것은 누군가 기억 저편에 있는 바람 냄새를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기 때문이고, 또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라이라면 언젠가 마당에서 잘 마른 빨래를 걷을 때, 그 냄새를 놓치지 마시라고 권하고 싶기 때문이다.

 

선배는 몸이 허락하는 날이면 늘 산에 간다고 했다. 두 번쯤 동행했다. 어느 봄날,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가면서 선배가 말했다.

산은 하루도 같은 풍경이 없어. 계절의 변화는 정말 경이로워, 수리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몰라.” 연이 선배는 하루하루에 감사했다.

 

한국에 다녀오고 나면 그곳이 더 그리워지는 데, 하필이면 곧바로 추석이었다. 내가 아는 한인 이웃들에게 연락해서 추석날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래 봐야 이 작은 도시에 사는 한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중 선의 가족dl 온다고 했다. 다행이다. 덕분에 추석날이 여느 수요일이 아니라 미족의 명절이 되겠다. 음식을 나누는 것, 내게는 그것이 명절이다. 잔칫상을 차리리라!

 

우리 골목의 단체 대화방 소개 글은 이렇게 적혀있다.

이 불확실한 시기에 서로를 살펴보는 커뮤니티 그룹.”

다른 말로 이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한국이 절실히 그립다. 한국에 살 때는 사람 부르는 것이 너무 쉬웠다, 일단은 관리 사무소에서 알아서 해주었고, 전기 기사나 배관공, 보일러 기사, 인테리어 업체를 부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서비스는 신속하고 저렴했다.

어떤 이는 기계를 고치는 것도 돌봄으로 보았다.

 

기억하는 것은 죽은 이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내 삶의 좌표를 찾고, 내가 누리는 삶을 감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죽은 이들의 흔적이 가까이 있으면 삶이 조금 더 분명하게 보인다.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으므로. “메멘토 모리.”

 

나는 영국에 온 뒤로 늘 내가 이 사회에서 깍두기로 산다고 생각했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디에도 완전히 소속되어 있지 않고, 딱 정해진 사회적 역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있든 없든 세상 돌아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우리는 노는 손이다. 그런데 좋은 점도 있다. 어디에 묶인 게 아니라서 시간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들 자기 역할을 하느라 바쁠 때, 우리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러나 하면 좋은일을 할 수 있다.

 

삶은 기차 여행이다. 대강의 방향을 정했지만, 그렇다고 경로가 분명한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경유할 수 있다. 어쩌면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겠다. 그래도 함께 타고 있는 이들이 많아 안심이다.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사람으로부터 위안 받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주의를 둘러본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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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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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는 미디어를 테마로 한 단편 8편을 엮은 소설이다.

미디어의 본질부터 미디어를 통한 소통, 미디어 리터러시까지, 일상 속에 당연하게 자리 잡은 미디어이기 그 단어조차 진부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가 미쳐 깊게 고민해 보지 못했던 미디어의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시선과 공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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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침묵의 미래-김애란

나에게는 오래된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길다. 그 이름을 다 부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평생 도움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그것도 너무 짧은 기간이라고 말한다.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몇 살일까?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어찌될까?

나는 나무에 그려지고 돌에 새겨지며 태어났다. 내 첫 이름은 오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들 필요에 의해 나를 점점 이해로 만들었다. 나는 내 이름이었거나 내 이름의 일부였을지 모를 그 낱말을 좋아했다. 나는 복잡한 문법 안에 담긴 단순한 사랑, 단수이자 복수, 시원이자 결말, 거의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노래다.

 

02.시트론 호로-구소현

책도 직접 넘겨보고, 잔디도 손으로 쓸어보고 싶었다. 호수 밑에 가라앚아 있는 시체도 더 훼손되기 전에 서둘러 끌어 올려주고 싶었고, 잔디밭에 한가로이 누워 있는 저기 저 사람이 범임이라고도 말하고 싶었다.

 

03.후원 명세서-오선영

결핍은 벗기고 벗겨도 계속해서 껍질이 나타나는 양파와 같았다. 한 겹 벗기고 나면 괜찮아 질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얇은 껍질이 나타났다. 두 눈이 새빨갛게 되도록 나의 결핍을 벗기고 나면, 그 자리엔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윤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프로그램의 방향이 정해졌다. 메인 작가는 윤미의 교복 치마가 반질반질 닳아서 반짝일수록, 운동화 뒤축이 납작하게 눌릴수록 좋은 그림이 나온다며 윤미를 설득했다. 생크림이 눈처럼 뿌려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던 안방의 시청자들이 전화기를 들어 후원금을 보낼 확률이 높아진다 말이다.

 

04위시리스트-서이제

문 앞에는 택배가 쌓여 있었다. 두유와 과일, 반찬, 두 권의 책, 샴프와 트리트먼트. 그리고 또 뭐였더라. 무엇을 주문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이제는 택배를 기다리는 설렘조차 느낄 수 없었다. 아니, 택배를 기다릴 수조차 없었다. 택배는 기다릴 틈조차 없이 언제나 문 앞에 도착해 있었으니까.

 

05.지아튜브-김혜지

언니, 언니 덕분에 나 이번에 똑똑히 알았어,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이제 언니가 진짜 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게. 언니가 거짓말로 쓴 . 그 글을 내려줘. 지아기 다시 지아파파랑 놀 수 있게. 엄마 아빠가 다시 지아를 사랑하게. 제발 부탁이야. 돌려줘, 지아튜브

 

06. 무료나눔 대화법-임현식

이상적인 시작이었다. 아마도 문 앞에서 우린 더할 나의 없이 간결한 인사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는 아마도 내 나이 대 남자가 아닐까. 그는 식탁을 만지면서 좋은 물건이라고 말할 테고, 나는 오래 정든 물건입니다. 대답할 것이다.

 

이젠 흘려들었던 아내 이야기도 듣고 싶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문자메시지가 화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검지 손가락으로 중고 마켓 앱을 차장 눌렀고, 이전 대화 목록을 더듬거렸다.

 

07.고요한시대-김보영

언어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그리 좋은 소통 도구가 아니다. 대화를 할 때 실상 의미 전달의 80퍼센트는 표정이나 몸짓 따위를 비언어적인 대화가 차지한다. 언어가 전해질 때는 주의를 기울일 때뿐이고 대개의 사람들은 대개의 문제에 주의를 기다리지 않는다.

 

08.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전혜진

더 많이 알고 싶고, 느끼고 싶은 그 마음과 책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에 대해서. 이제는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그 집념이라는 것에 대해서. 오직 그 집념을 이루기 위k, 숨만 붙은 채 2백년을 살아온 한 몸뚱이에 대해서, 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할 수 있을까.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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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성과도 높이는 일터의 언어 55
하라다 마사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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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성과도 높이는 일터의 언어55

일터에서 긴장감이 높으면 쉽게 도전하기가 어렵고 문제가 생겨도 실수를 감추게 되며,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안아 팀 내 인간관계가 무너진다. 이렇게 점점 실적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처 주는 말투 대신 심리적 안정감 있는 말투를 익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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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정감을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방법은 직장에서 사용하는 말투부터 바꾸는 것이다.

 

하루의 일은 인사로 시작한다. 많은 직장에서 당연히 실천하고 있겠지만, 이 인사에 한마디를 더해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인사를 할 때 상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단 한마디, 이름을 붙였을 뿐인데 단순히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바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느낌이 들어 자연스럽게 팀 전원의 말을 이끌게 된다.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팀이란, 절대 실패하지 않는 팀이 아니라 격심한 변화 속에서도 도전하고 모색해 그 결과에서 얻은 배움으로 궤도를 수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팀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보면 안다.”라는 말은 도전과 배움을 목표로 하는 그야말로 심리적 안정감을 독려하는 말이다.

 

일 잘하는 사람의 한 끗

1.상대의 행동을 독려하는 응원 말

2.상대의 행동이나 결과를 받고 표현해주는 보상 말

응원 말로 상사, 리더, 선배, 후배 등 구성원의 행동을 독려하고 그렇게 하여 일어난 행동이나 결과를 보상 말로 받아준다.

 

기본 매뉴얼이 있어 정답을 알려주는 빠른 일(이를테면 사내 규칙이나 명함 교환 매너 등)은 그냥 정답을 전하는 쪽이 효율적일 수 있다. 정답이 없는 일도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암담한 상황에서 함께 생각하는 단계를 넣으면 보다 빠르게 성장으로 이어진다.

 

심리적 안정감의 본질적인 목적은 회의에 참여한 모두로부터 더 많은 의견과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다. 왜냐하면 회의를 통해 건전한 의견 충돌이 일어나 생각하지 못한 좋은 안건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충동이란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다양한 의견이 거침없이 오가는 상태를 가리킨다. 우리 팀의 회의도 발언 하지 않는 팀원에게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몰아간다. 만일 조금 엉뚱한 의견이 나오더라도 잘 몰라서 그러니까 좀 더 설명해 줄래요?”라는 말을 사용하면 많은 사람의 의견을 끌어내기 쉽다.

 

일대일은 리더가 묻고 싶은 것을 묻는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일대일을 위해서는 구성원을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일대일 도입 초기나 새 구성원과 일대일 자리에서는 서로를 깊이 알기 위한 대화가 중요하다.

 

도전하여 성과가 나기 전에, 도전하고 시도한 자체를 보상 말로 확실하게 인정해주자. 특히 도전을 시작할 때 도전자를 고독하지 않게 하는 것이야 말로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도전은 잘 안되는 게 당연하고 실패나 궤도 수정이 있을 수 있음을 팀 전체가 공통으로 인식해야 한다.

 

자기에게서 나온 말이 절망이나 자포자기 혹은 타인을 비난하는 말이어서는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다. 타인의 험담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그 험담을 가장 많이 듣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은 미팅 자체가 노련하여 고객을 안중에 두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할 때도 있는데, 판매하려는 욕심만 채우지 말고 한 팀으로서 정중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다.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려면 강력한 탄환 한 발이 아닌 작은 행동의 축적이 필요하다. 상대가 고객이나 거래처여도 마찬가지다. 작은 행동을 중요하게 쌓아가야 심리적 안정감이 구축된다.

 

말의 의미를 확인하는 건 말의 엇나감이나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이렇게 한 번 이야기를 끝낸 다음에는 상대가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며 오히려 믿고 환영 해줄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것은 오로지 열심히, 더 오래, 더 빨리가 아니라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부분을 짚어내 이를 돌파하기 위한 아이디어로를 팀에서 함께 이야기 하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팀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서로가 돕는 걸 중시한다.

 

말은 때론 사람을 귀하기도 하고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단신이 무심코 사용하는 한마디에는 힘이 있다. 구성원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좋은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도록 사고를 활성화하고, 협조를 독려하고, 우리가 매일 임하는 일에 명확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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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 본능 고라니
최우미 지음 / 림앤림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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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취업 준비 끝에 대한민국 굴지의 회사에 입사한 청년 고라니. 자신의 뜻을 펼치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시작한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치열한 아마존과 같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라니의 모습에서 우리는 아주 익숙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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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이라고 해도 정규직과 다른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약간 억울한 감은 있었지만 나는 입사가 늦어지는 것보다 계약직이라도 지금 들어가서 일을 먼저 익혀 놓는 것이 내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현실의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월급에서 이것저것 빼고 나면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유는 도무지 없었다. 누구나 직장인이 되면 자유롭게 즐기고 누리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꾸기 마련이지만 현실은 그런 상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해가 바뀌고 인사이동이 있었다. 드디어 나는 정규직이 되었다. “고라니 씨가 이렇게 빨리 정규직이 된 건 다 내가 힘을 써서 그런 거야. 그러니 앞으로 열심히 하도록 해.”

부장인 흑곰은 부장실에서 다리를 꼰 채로 내 얼굴로 담배 연기를 뿜어 보내며 한껏 거들먹거렸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작은 목소리로 .”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나무늘보의 퇴사는 내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입사 초기 때만큼 깊은 교감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유일하게 나를 인정해 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없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막막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다 정리하고 떠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야생의 생태계 그 자체다. 노력하면 성과를 인정받는, 그래서 공정한 평가가 실현되는 곳은 아니었다. 여기가 과연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인가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치닫고 있었다. 내 존재에 대한 좌절과 분노, 이런 비슷한 상황을 나는 이미 경험했었다. 나는 그대로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어차피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애초부터 혼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나는 마음에 빗장을 걸었다.

 

알고 있다. 인사교류 내정자가 그 자리를 따기 위해 얼마나 로비를 했을지 그리고 그 고비는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당사자가 전력을 다했을 것이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노력하면 세상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나는 나처럼 피해를 입는 사람이 앞으로 없기를 바랐다. 공벌레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것도 있고 해서 나는 후배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선입견을 갖지 않기로 했다. 내가 보고 겪은 것들로만 판단하자. 그렇게 내가 변하면 재 주위도 따라서 변할 것이라고 믿었다.

 

난 오히려 그저 내 도독성에 핀잔을 주었다. 그렇게도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야.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지만 사람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하는 것은 내 잘못이다. 애시당초 그런 사람에게 똑같은 기준으로 대하려고 했던 것이 주제넘은 오지랖이었다.

 

어디에서나 소문은 돌고 돈다.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산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스컹크와 두꺼비가 그 진원지였다. 그들은 인신공격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사마귀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나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자신의 의지대로 내가 조종당하는 것을 보는 게 즐거운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가 나는 너무나도 싫었다. 끔찍하게도 싫었다.

다행인 것은 내가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타의로 한다는 건 싫었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고라니 씨, 이건 고라니 씨가 잘못된 거 아니예요. 세상이 잘못된 게 맞아요. 그건 바꾸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고라니 씨한테 큰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걸 테고요. 그건 당연한 거니까 나만 그런 거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일단 여유를 마음을 편하게 하세요.

 

고라니씨!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뒤에서 화가 난 목소리도 들린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 웅성거림 사이로 팀장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사직서라고?”

 

앞으로 제 앞에서는 탈피의 과정이 필수입니다. 그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결단입니다. 내가 탈피하겠다는 결심 말입니다. 물론 탈피에는 고통이 수반됩니다. 하지만 어린 가재가 되는 것을 나비가 되는 것을 생각하면 견뎌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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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제주 - 2022 중소출판사 콘텐츠창작 지원사업 선정도서
김수경.이진희.전정임 지음, 김혜원 그림, 강만익 감수 / 안녕로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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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를 한 눈에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제주, 가서 보면 더 의미있는 제주

제주는 화산섬이다. 화산으로 인해 생긴 오름, 용암 동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제주의 바다와 날씨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따뜻한 그림과 함께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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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화산섬, 제주

제주도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섬이에요. 신생대 제3기 말부터 제4기 초기까지 활발한 화산 활동이 있었답니다. 한라산과 수많은 오름, 현무암 덩어리로 이루어진 해안 절벽, 기묘한 바위와 섬들, 제주도의 이러한 독특한 지형은 180만년전부터 시작된 다섯 차례 화산 활동의 결과입니다.

 

-한라산

한라산은 해발 1,947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한라산은 아래고이 경사가 완만한 순상화산이고, 위쪽은 경사가 가파른 종모양의 종상화산이에요. 높이에 다라 자연환경이 달라서 살고 있는 생물이 다릅니다. 한라산 특별한 자연환경과 희귀한 생태계는 유네스코 등록 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오름

화산 활동이 활발하던 10만년 전, 한라산 기슭에서 동쪽과 서족 해안까지 약한 땅을 뚫고 작은 화산들이 폭발했습니다. 큰 화산에서 폭발하는 작은 화산을 기생화산이라고 해요. 제주에서는 오름이라고 불러요.

 

-곶자왈

곶자왈은 용암바위들이 부서지며 얼기설기 쌓인 땅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면서 만들어진 숲입니다. 흙이 많지 않은 곳이라 처음에는 식물이 뿌리내리기 어려웠어요, 경작도 어려워서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어요. 분에 곶자왈은 독특한 환경의 숲이 되었어요.

 

-제주의 동식물

제주는 고도에 따라 난대기후와 한 대기후가 공존합니다. 그래서 난대 생물과 한 대 생물이 함께 살고 있어요. 또 섬이기 때문에 생물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서 고유한 특성이 보전된 생물이 많아요. 제주도의 생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는 제주도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했어요.

 

제주의 역사

-고대국가 탐라국

한반도에 고대국가가 세워지던 때, 제주는 탐라국이었어요. 제주도에 많이 사는 고씨, 양씨, 부씨는 탐라국을 세운 세 신인들의 후손이랍니다. 탐라국 신화와 역살살피면 탐라국이 어떤 나라였는지 상상해 볼 수 있어요.

 

-조선시대의 제주

조선시대 제주는 나라가 관리하는 중요한 지역이었습니다. 제주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나라를 지역이었어요. 경제적으로 말과 귤, 전복, 미역, 황칠등 특별한 자원의 생산지입니다. 조선은 제주도를 전라도에 속한 제주목으로 정하고 제주 목사를 파견하여 다스렸어요.

 

제주의 문화

-제주돌집

마을의 올레길을 걸어 들어가면 바람을 피해 낮게 엎드려 있는 제주 전통 집이 있습니다.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안처), 밖거리(바깥채), 모거리(별채)가 있어요. 자녀가 결혼해서 세대가 나뉘면, 안거리에는 결혼한 자녀가 밖거리에는 부모가 살았습니다. 안거리와 밖거리에는 부엌과 장독대가 따로 있었어요. 각 세대가 독립적으로 생활했습니다.

 

-바다마을 사람들

제주도는 지표면이 현무암과 화산흙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많은 비가 와도 곧장 지하로 스며듭니다. 지하수는 바다를 향해 흐르다가 해안에서 솟아나는데 용천수라고 불렀어요. 용천수가 있는 바닷가에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제주 바다는 난류와 연안류가 교차한느 풍부한 어장을 형성하고 있어요. 제주말로 바다는 바당이에요.

 

-제주 말로 인사해요

어서오십시오 -> 혼저옵서.

반갑습니다. 아저씨 -> 반갑수다양, 삼촌.

편안(안녕)하십니까? -> 펜안(안녕) 하우꽈?

좀 실례합니다. 아주머니 -> 호꼼 미안하우다, 삼촌.

어디가십니까? -> 어드레 가수광?

어떻게 했어? -> 어떵 헨?

이거 얼마입니까? -> 이거 얼마꽈?

놀다가 가십시오. -> 놀당 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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