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MB공화국, 고맙습니다]-하재근

혼자 읽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어서 강추합니다.

짧게 내용 맛보기...




<<<경쟁은 군림과 복종의 지배질서를 만든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경쟁굿이 벌어지고 있다. 경쟁강도를 더 높이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공포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도대체 왜? 앞에서 경쟁과 서열은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했다. 경쟁이 강화되면 서열체제도 강화된다. 그리하여 지배체제가 강화되고 승자독식사회가 된다.




경쟁강화 ->승자독식강화 ->서열강화 ->지배질서강화

경쟁약화 ->승자독식와해 ->서열와해 ->지배질서붕괴




조선시대 때는 소수가 모든 것을 갖는 체제가 정당화됐었다. 그 땐 노비가 왜?라고 묻지 않았다. 노비가 왜 양반 자식만 영의정을 하고 내 자식은 영의정을 하지 못하는가라고 묻지 않았다는 뜻이다. ‘왜?’라고 묻는 노비는 대역죄로 참수 당했다. 그래서 조선시대는 소수독식사회였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은 ‘왜?’라고 물으면서 시작된 체제다.




왜 누구는 나면서부터 귀족이고 누구는 나면서부터 노비여야 하지?




왜 부와 권세를 소수가 대물림하면서 독식하고 나머지는 그 밑에 있어야 하지?




왜 내 자식과 그들의 자식이 가는 인생행로가 달라야 하지?




소수독식사회는 이 물음에 답을 해야 했다. 그래서 소수독식사회의 현대판 신버전이 태어났다. 바로 승자독식사회다.

‘승자’라는 말은 ‘경쟁’을 전제로 한다. 일단 겨루는 과정이 있어야 이기든 지든 결판이 날 것 아닌가. 조선시대는 겨루는 과정이 필요 없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게 결정됐기 때문이다. 홍길동은 태어나는 순간 호부호형을 할 수 없는 운명이 결정됐다. 엄마가 종이었으니까. 왜? 묻지 마라. 그냥 그런 거다. 그게 지엄한 법도다. 노비가 양반에게 경쟁하자고 하면 곤장을 맞는다. 조선은 그런 나라였다. 동양 신분제 사회 민란의 대표적인 구호는 이것이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으랴!




이 구호를 외친 민란주모자들은 참살 당했다. 당시는 씨가 따로 있는 사회였으니까. 그래서 씨가 다른 사람들은 서로 다른 교육을 받으면서 서로 다른 트랙의 인생을 살았다. 소수는 명문 사립교육기관(서원)에 갔고 다수는 동네 서당에 가거나 아예 안 가기도 했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에게 이런 걸 강요했다가는 당장 ‘왜?’라고 묻는 민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는 사회의 혼란상이다. 이 사회에서는 소수의 부와 권세가 안전하지 않다. 귀족트랙도 안전하지 않다. 이런 혼란을 잠재우는 마법의 주문이 바로 ‘경쟁’이다. 부와 권세를 갖고 싶다고? 왕후장상이 되고 싶다고? 자기 자식이 비참하게 사는 게 싫다고? 그렇다면 한국인들이여 경쟁하라!

그래서 한국인은 경쟁한다. 경주마가 되어 평생 달린다. 한참동안 달리다보면 알게 된다. 누군가는 특별한 트랙에 올라타 별개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걸. 우리 사회는 승자독식사회라는 걸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불만을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들은 패자니까. 경쟁했는데 졌을 뿐이니까.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비록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지만 승자의 영광과 패자의 비참함이 엇갈리는 건 당연하지.




그렇게 한국인은 자발적으로 자기와 자기 자식의 비참한 삶을 받아들인다. 이것이 ‘경쟁’의 마법이다.




경쟁이 이룩한 나라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전면경쟁체제로 재편됐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경쟁강화굿이 펼쳐졌다는 건 이미 설명했다. 그 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됐을까? 이명박 정부의 미래를 힘들게 예측할 필요는 없다. 지나온 15년을 돌아보면 이명박 정부의 미래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겪은 일은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양극화, 중산층 붕괴다. 경쟁으로 승패가 결정되어 승자독식체제가 강화된 것이다. ....중략




이명박 정부의 답은 이거다.







양극화 심화, 탈규제, 교육자유화로 경쟁촉진 정책 강행




-소득이 더 줄도록 노동유연화,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

-집값이 더 올라가도록 부동산 개발로 지가 상승을 이끌겠다.

-교육비가 더 들어가도록 자사고, 국립대법인화 등으로 등록금을 올리겠다.

-사교육비가 더 들어가도록 입시경쟁을 심화시키겠다.

-영어사교육비가 더 들어가도록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

-생활비가 더 들어가도록 민영화 등으로 공공서비스 요금을 상승시키겠다.

-의료비가 더 들어가도록 의료보험을 약화시키겠다.

-세금을 줄여 복지혜택을 줄이겠다.

-지방이 더 황폐화되도록 수도권규제 풀겠다.




그러니 잘 살려면 자유경쟁에서 승리하라




물론 잘 해주려는 것도 있다. 이런 거다.




쇠고기값이 덜 들도록 값 싸고 질 좋은 미제 쇠고기를 공급하겠습니다. 많이 먹고 뛰세요.




사람들은 왜 저항하지 않을까? 왜 분노하지 않을까? 미제 쇠고기 정도엔 화를 내지만 더 근본적인 자유화, 경쟁강화, 시장화에는 저항의 강도가 약하다. 그것 때문에 자살까지 불사할 정도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말이다.>>>///////[MB공화국, 고맙습니다] 하재근...97~103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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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정,동맥을 흐르고 있는 정책 전반의 작동 기제가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까부수고 있다. 민주공화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구조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어떤 것들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정도는 알아야 할 책임이 시민으로서 있다면 이 책은 성실하게 그 문제의 원인과 대안들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강추강추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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