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 마광수 에세이
마광수 지음 / 철학과현실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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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성을 일깨우다

 이 책을 읽으면서
헤픈 사랑을 하지 못한 채 '정신적 사랑'을 운위하며 생매장 되어있던 실체없는 사랑의 영혼들이
내 무의식 속에서 툴툴 털고 자유를 얻는 기분을 느꼈다.
 <<...사랑은 역시 속전속결로 해야 제맛이 난다. 점잖게 뜸을 들여가며 '정신적 사랑'을 운위하다 보면 사랑은 그 실체를 잃어버리고 공허한 '말놀음'으로 끝나버리기 쉽다.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순간의 본능에 솔직해야 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순간의 본능은 포근한 '성적 포옹' 즉, 살갗접촉을 위주로 하는 페팅을 통해서 그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18쪽에서

 이 책은 머리말부터 끝까지 '헤픈 여자'가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책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시작해서
 <<나는 얼굴이 예쁜 여자보다 사랑이 헤프고, 애무가 헤프고, 화장이 헤프고, 섹시한 옷차림이 헤픈 여자가 더 좋다. 그런 여자들은 마음도 헤퍼서 개방적으로 탁 트인 성격을 갖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사랑'이란 성적 합일감(合一感)을 필연코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속궁합'이 안 맞는다면 사랑이란 헛된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해서 섹스하게 되는 게 아니라 섹스해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섹스부터 해봐야 한다....>>338쪽에서
대학생들의 성의식도 개방돼야 한다고 마무리를 하고 있다.

 15년 전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도 여전히 순결이데올로기에 묶여 "사랑해야 섹스할 수 있다"는 보수적인 성관(性觀)이 당연시되었다. 나는 사랑의 본능에 충실해서 운좋게 섹스해서 속궁합이 맞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그래서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동서고금 중에서 '사랑이 헤픈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전 중에서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이가 헤픈 여자에 속한다는 것이다. 춘향이는 이몽룡을 만나자마자 급히 사랑에 빠져들어 혼전의 순결이데올로기를 무색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황진이' 역시 사랑이 헤픈 여자의 전형이라고 한다.

 사실 사랑하면서 사랑의 본능을 억압하는 것만큼 위선적인 게 있을까? 싶다. 윤리, 도덕으로 철저하게 교육되고 이젠 체화까지 돼 버린 성본능을 다시금 일깨우고 솔직한 본능이 체화되려면 어쩜 지나온 전통의 시간이상으로 진통이 따를 것이다.
 
 요즘 결혼에 대한 여러 각도의 재고가 있듯이 저자는 "사회윤리란 언제나 가변적이게 마련이기 때문에, '전통'을 핑계삼아 당연한 변화의 물결을 억누르려 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우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현실을 보는 냉철한 통찰력이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순간순간 궁금했었다. 이 책에서 우리 사회 속에서 찾아야 할 야성(野性,즉 野人精神)을 얘기하는 가운데 알 수 있었다. 진솔한 본성, 예수나 석가나 다같이 천진난만한 원시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에 있어서도 웬만큼 행복을 쟁취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등반의 성심리'에서 '관능적 상상력'의 중요성을 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엑스터시를 비교하면서 삽입성교라는 정상정복만이 아니라 산이 주는 포근한 애무에 방점을 찍는 섬세함도 읽을 수 있어 참 좋았다.

 가을의 색감과 향기가 넘쳐 나는 이 가을, 마치 산을 오르며 따뜻하고 포근한 사랑에 만취되는 기분을 자아내는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 행복감에 넘쳐 이렇게 난생 처음으로 마이리뷰까지 써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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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goafrica 2007-10-3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