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을 원활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억압된 울분이 쌓이게 된다
예부터 독재자들은 대체로 지독한 결벽증 환자들 아니면 청교도주의자들이었다. 로베스피에르가 그랬고 크롬웰이 그랬고 히틀러가 그랬다. 성욕을 원활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반드시 잠재의식 안에 억압된 울분이 쌓이게 되고, 그 울분들은 성 이외의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고 애쓴다. 물론 예술창작이라든가 건전한 취미활동 등을 통해서 성욕의 대리배설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으나, 정치가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다른 것이다. 정치가는 기본적으로 권력욕을 강하게 타고난 인물이기 때문에 지배를 통한 '사디즘적 쾌락'의 충족을 원하고 있는 까닭이다.-127쪽
그래서 억압된 성적 욕구는 쉽사리 변태적인 사디즘으로 전이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치자에게 섹스를 무한정으로 공급해준다는 것은, 그들을 변태적 사디스트가 되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들 주변을 살펴봐도, 주색을 싫어하거나 더 나아가 아예 경멸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의 심성에는 잔인하고 이악스러운 면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이 겉으로는 아무리 청렴결백한 생활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주변사람들은 피해를 많이 입게 된다.-127쪽
이퇴계 선생은 호방하게 색色을 즐겼던 것으로 유명한데, 그러면서도 그토록 훌륭한 치적을 쌓을 수가 있었다. 퇴계는 문하생을 받아들일 때 다음과 같은 시험방법을 썼다고 한다. 한여름 삼복더위에 의관을 정제하고 앉게 한 다음 이것저것 문답을 한다. 물론 퇴계는 시원하고 가벼운 옷차림이고 제자 되기를 자청한 사람만 잔뜩 차려입고 더위를 참아가며 선생과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다.-128쪽
그럴 경우 더위를 끝까지 참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젠 도저히 못 참겠다고 옷을 훌훌 벗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퇴계는 옷을 벗어버리는 사람을 제자로 맞아들이고 끝까지 참아내는 사람은 비인간적이라고 하여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강인한 성격의 사람이 나중에 벼슬이라도 하게 된다면, 보나마나 백성들은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이퇴계의 지론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거유巨儒다운 발상이었다.-128쪽
남녀평등이 게걸스럽게 외쳐지고 있는 이 시대에, 남자들에게만 축첩과 외도가 허락되고 여자들은 그저 참아야만 한다고 하면, 그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내가 지금껏 이야기한 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여자가 정치를 하든 남자가 정치를 하든 사람의 개인적 사생활이나 성생활이 정치생명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낮에는 일을 하지만 밤에는 잠을 자고, 낮에는 윤리도덕을 운운하지만 밤에는 야수 같은 색마로 돌변하기도 하는 존재다. 이러한 '낮과 밤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 황폐하게 되어 낮을 밤처럼 살게 되거나 또는 밤을 낮처럼 살게 된다. 특히 정치가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정신 상태는 지극히 원만하고 안정된 것이어야만 하는데, 만약 정치가가 사생활을 전혀 갖지 못하고 또 성적 욕망도 억지로 참아야만 한다면, 그 사람은 은연중 삐뚤어진 성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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