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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돔 120일
D.A.F. 사드 (지은이) | 고도 | 2000년 8월

역자서문에서...

기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또 우리가 사드에 대한 지식이 있건 없건 간에 사드의 작품에 연류되어 있는 각양각색의 검열들이 우리에게 별로 부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사드의 작품 읽기(lecture)가 미리 조건지워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나아가 자신도 모르게 이를 묵인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사드의 작품이 갖는 이러한 한계적 특징을, '읽혀지지 않음' (illisibilite)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답하기에 앞서, 이 문제의 근원에는 시대의 모순을 극단으로까지 밀어붙이고, 문학 생산과 성적 강박관념 안에서 그 모순을 극복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실존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감옥 안에서 자신의 우울한 기분을 전환시켜준 것은 상상력과 집필이었다.

...1801년, 교황과 나폴레옹과의 협약이 체결되기 바로 전날, 집정 정부는 도덕적인 질서를 회복하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행적적인 조처로 사드를 감금시켰다.

...그는 감옥 안에서 홀로 방기의 도덕과 기독교를 폐허화시키는 논문들, 풍속의 다양함을 소개하는 여행 이야기들을 섭렵했다. 이러한 독서를 통해 그는 계몽주의의 낙관론에 내재해 있는 모순을 정확히 지적해내게 된다. 계몽주의의 낙관론은 악과 실수를 동일시한 데 있다. 즉 사제들과 전제 군주들은 인간을 참된 미덕과 행복의 길에서 이탈시켰으며, 자연(Nature)의목소리를 은폐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모든 고통에 대한 책임을 단지 성직자계급의 잘못으로만 전가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이 낙관론에 의하면, 인간을 금욕과 폭력에서 도덕과 자연으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군주들 곁에 있는 악한 사제들을 제거하고 훌륭한 철학으로 대체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 "악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으므로, 지상에서의 행복 또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사드는 이와 같은 계시적이고 천상적인 도덕을 거부한다. 또 사회에 실존하고 있는 욕망과 이기심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유용성에만 기초하고 있는 윤리를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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