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일기 - 마광수 장편소설
마광수 지음 / 사회평론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광마일기>를 펼치자마자 밤새 뚝딱 읽었다. 책을 덮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꼴딱 밤을 새게 한 이 책의 매력은 뭘까?

책 속의 주인공 남녀가 순박하게 사랑하던 아름다운 모습들이 떠오른다.

이 책이 강하게 나를 몰입하도록 한 건 남녀주인공이 서로 사랑할 때 사회적 계산이 철저히 배제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남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면 서로의 사랑을 무색하게 할만큼 주변이 압도하게 된다. 두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데 부모가 강력한 방해꾼으로서 악역을 맡기도 하고, 경제적인 문제,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타인의 이목이나 체면 등 여러 가지 방어벽들이 여기저기 그럴싸한 플롯으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정작 사랑하는 남녀에게만 천착한다.

그런데 <광마일기>에서는 이런 방어벽들을 거뜬히 넘어서고 있다.
[대학시절] 첫사랑이었던 J를 사랑할 때도 둘은 그들의 사랑에만 몰두한다. [꽃과 같이]에서 모란의 정령인 강설이와 인동나무의 정령인 향옥이와 사랑할 때도 간절한 마음과 애틋한 마음이 우리의 고정관념이라는 방어벽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K씨의 행복한 생애]에서 평생을 한 여인을 사모하며 삶을 지탱해 오던 K씨가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낳은 그녀의 딸과 결혼하게 된다든지. 그리고 [서울야곡]에서 숙나처럼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관능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체의 것들도 인터코스라는 섹스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

[겉궁합, 속궁합]에서는 마치 아이들과 같은 순수한 동화적 상상력이 도드라져 보인다. C와 T부부는 융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서로의 내면에 살고 있고 자신의 이상형이라 여기는 아니마, 아니무스를 발견하고 결혼에 무사히 안착한다. 그러나 그들은 부부생활의 90%를 넘게 차지한다는 속궁합이 안 맞는다. 스와핑은 결혼생활의 문제를 풀어가는 대안일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현실인지 판타지 공간인지 모르게 성적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니 사랑의 대리만족을 만끽하게 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이별의 슬픔보다 사랑의 기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사랑에 빠져 사랑의 성적 에너지가 분출될 때 그것이 에로티즘으로 연결되지 못해 상사병에 걸리기보다 서로 충분히 교감한다.  

<광마일기>를 읽다 보니 사랑의 방정식이 정말 세상이 말하는 것만큼 복잡한 미적분 방정식이어야만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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