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선생님께서는 대학이라는 제도의 긍정성은 반드시 자유를 확보하는 데에서 나온다고 하셨는데요. 요즘처럼 전 지구적으로 정보화의 물결이 상당히 거세어져서 대학이나 지식층이 지식을 독점한다고 보기가 어렵고 지식이 민주화 혹은 대중화되고 있는 때에도 역시 그럴까요? 어쩌면 대학보다는 인터넷이 더 자유로운 학문과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마: 예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대학이라는 건 자유를 기초로 해야 의미가 있는 거라고 봐요. 정보화니 인터넷이니 하지만 그게 대학을 다 대체할 수는 없는 거예요. 대학은 사상의 다양한 전시장이 되어야 해요. 여기에서부터 대학의 힘이 나오는 것이고 사회적인 효용이 생겨나는 것이죠. 그러니까 아무래도 고유의 종교를 표방하는 대학은 문제가 있는 거죠. 그 외에도 일종의 문화 독재랄까 엄숙주의가 지배하는 경향이 심한데, 그러다 보니 서구에서 대학이 하고 있는 역할에 많이 못 미치죠.-39쪽
남: 총장과 학장을 제외한 보직 교수를 없애자는 주장도 하셨죠?
마: 그래요. 교수들은 너무 쓸데없는 잡무가 많아요. 이건 중고등학교 교사들도 마찬가진데, 쓸데없는 잡무를 보느라고 자기 계발을 할 시간도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여력도 빼앗기는 거죠. 그리고 학교 행정을 보면서 권력을 호시탐탐 노리게 되고, 그 결과 정치 싸움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차단하자는 거예요. -40쪽
남: 저는 어쩌면 대학이나 지식인 집단보다는 기업이 더 진보적이지 않을가 생각합니다. 기업은 조금만 잘못해도 망하기 때문에 정치 과잉이나 기타 악습을 쇄신하려는 압박을 받고,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의식을 갖고 있지만, 대학은 안 그렇잖아요. 쉽게 안 망하니까 썩은 게 잘 청소되지 않고, 변하기가 힘들죠.
마: 힘들죠.하지만 요즘엔 위기 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뻣뻣하게 고개 들고 고상한 척하기보다는 좀더 실리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개척해야 되죠. 교육의 질을 높여야 되고, 학생들의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게 장을 만들어 줘야 돼요.-41쪽
남: 선생님께서는 자유주의 교육 이념을 주장하셨죠?
마: 그렇죠. 내가 늘 얘기한 건 자유를 누릴 줄 알아야 자율이 생긴다는 것이에요. 자유를 향유하는 법을 알아야 거기서 책임감도 생기고 개성도 생기고 창의력도 길러지는 거죠. 과도기의 부분적인 혼란이 겁난다고 해서 계속 통제 위주로 가면 교육은 제 기능을 못하고 문제는 더 악화되기만 할 거라고 봐요. 교수한테도 자꾸만 엄숙주의를 강요하면서 속박하는 게 문제예요. 교수 체면에 뭘 하면 안 되고, 뭘 해야 되고, 그런 거에 자기를 움츠리다 보면 자유롭게 열린 사고를 할 수가 없어요.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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