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호) 선생님에 대한 여러 가지 공격들이 한국 사회의 왕따현상하고 맞물리는 것 같거든요. 약해보이는 사람에 대한 공격이나 성문제에 대한 터부 같은 것들이 겹쳐져서....
마광수)제가 깜짝 놀랐던 게 1989에 낸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가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닌 에세이집인데, 국문과 노교수들이 교수회의 소집해서 저를 가운데 앉혀놓고 인민재판을 했다고요. 교수의 품위를 떨어뜨렸다고 해서 그 다음 한 학기 강의를 못했죠. 일종의 린치죠. 학칙에도 없는 제재였습니다. 그 때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서 6개월 만에 다시 강의를 할 수 있었지만, 그때도 쇼크를 먹었어요. 그건 야한 소설도 아니고 그저 에세이집인데, 오직 성에 과한 얘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122, 123쪽쪽
지승호) 서강대 정치학과 강정인 교수가 "일찍이 마광수 교수를 옹호했어야 합니다. 그는 엄숙한 보수주의자들이 아닌 게으른 좌파에 의한 희생양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운 한 자유주의자를 돕지 않고 이제 와서 송두율 교수를 돕겠다는 것은 뒤늦은 이기주의일 뿐입니다." 라고 했는데, 사이비 자유주의자로 매도했던 일부 좌파들에 대한 섭섭함은 없으십니까?
마광수) 최근에 <마광수 살리기>라는 책이 나왔어요....거기서도 많이 지적한 게 그겁니다. 강준만 교수가 [마광수가 진보주의자와 같은 배에 탔다]는 소제목을 붙였는데, 진보주의자들이 욕했단 말이에요. 그게 이상한 거지. 서양의 진보주의는 반드시 히피즘이라든가 프리섹스라든가 성해방운동 이런 거 하고 같이 오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진보주의자들이 엄숙한 선비상, 이런 것만 내세우고 좌파 활동을 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좌파 페미니스트들, 그런 분들도 일종의 성 알레르기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려고 그럽니다. 굉장히 비겁하다고 할까요? 이중적이라고 할까요? 그런 경향이 아주 심하죠. -117,118쪽쪽
지승호) 의 황우석 박사에 대한 보도와 그 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 문제 제기가 옳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비판하는 분들도 여전히 적잖은 것 같은데요.
이상호) 하나만 말씀 드릴게요. 우리 사회의 가치가 너무나 단일해요. 그게 좋을 때도 있지만, 위험할 때가 많죠. 다가치 사회가 되어야 되는데... 이게 뭔지 아세요? 뜸이라는 거거든요. 제가 이거 때문에 살아남았어요. 정말 미칠 뻔했어요. 혼자서 침을 놓고 뜸을 뜨면서 지난 1년을 버텼습니다. 이게 열을 떨어뜨려주거든요. 한국 사회가 보면 관용도 없고, 너무나 급격하게 시장화되면서 너무나 많은 걸 잃은 것 같아요. 값어치를 매길 수 있는 게 아니면 없잖아요.......-273, 274쪽쪽
질문) 댓글에 반응하는 법에 대해서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던데요. "재 왜 저러나?" 하는 것 하고, "변하지 않는 걸 보니 보기가 좋다" 는...(웃음)
대답) 혹자는 제가 틀렸을 때 화를 낸다고 하는데, 전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화를 내지 않아요. 고치면 되잖아요. 그런데 야비한 공격이라고 생각될 때는 자제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적인 부분을 가지고 경멸할 땐 견디기 힘들죠. 책 나오면 홍보를 하는 걸 가지고도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자기 책 홍보가 지식노동자로서 굉장히 정직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책 내서 사달라고 애기하는 게 뭐가 잘못된 겁니까?...-345, 346쪽쪽
지승호) "우리가 정치적 민주화에 비해 문화적 민주화가 뒤졌다"는 지적을 하셨는데요.
마광수) 문화독재라고 만날 얘기했죠.
지승호) 정치적인 민주화는 상당히 진전되어가고 있는데요.
마광수) 그럼요. 지금은 대통령 욕해도 되고 그건 좋은데, 이상하게 문화에 대해서만은 표현의 자유가 범국민적으로 합의가 안 돼요. 자유에 대한 것도. (점잖으신 분들이) 만날 외치는 것이 "자유는 좋지만, 방종은 안 된다. 향락도 안 되고 쾌락도 안 된다"는 건데, 저는 그에 대하여 만날 "향락이라는 건 즐거운 걸 누린다는 뜻이고, 쾌락이라는 건 행복을 의미하는 것" 이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쾌락주의라든가 유미주의, 탐미주의,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제가 무정부주의를 좋아하는데, 그건 개인에게 미치는 권력을 최소화하자 이런 거거든요. 서구는 무정부주의라든가 탐미주의라든가 이런 역사를 다 거쳐 왔어요. 문화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표현의 자유 같은 것이 확립될 때까지. 그런데 우리나라는 문화인 내지 학자들이 굉장히 엄숙주의야. 아직도 자유의 제한을 주장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심지어 표현의 자유조차도.
-123,124쪽 쪽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주어지면 언론이 더욱 상업화된다든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상업성, 그러니까 만날 제가 욕먹는 성의 상품화 같은 것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자본주의 논리에는 맞지 않거든요. 제가 <인간>이라는 책에서 심지어 한 꼭지의 제목으로 [몸의 상품화는 인간해방을 돕는다]라고까지 썼는데, 학자가 지식을 상품화하는 것은 좋고, 몸을 상품화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면서도 배용준이 얼굴을 상품화해서 한류 일으킨 건 또 칭찬하잖아요. 그게 앞뒤가 안 맞는 얘기지. 지금 학자들이 옛날 좌파가 무너지니까 (이제와서) '욕망이론'이니 '몸이론'이니 하는 걸 떠드는데, 그건 제가 1980년대부터 떠들어왔던 거거든요. 저는 그걸 '육체주의'라고 했죠. 육체주의가 정신주의보다 더 중요하다, 그런데 그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뒤늦게 프랑스에서 그러니까 그대로 수입해다가 베껴먹는 거죠. 그러면서도 성 문학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는 방관적이고, 거의 양비론입니다. 그때 '사라' 사건 때도 이문열, 손봉호, 안경환 같은 이들은 독하게 욕을 해댔고, 그때 저에 관한 글이 100종류쯤 되는데, 그 중에서 7할은 양비론이었어요. 경찰도 나쁘고 마광수도 나쁘다, 지금도 그 정도 수준인 것 같아요. -124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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