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즘은 죽음까지 파고드는삶이다-
-우리 인간을 그런 열정적 충동과 무관한 존재로 상상한다면 우리는 인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두고 싶다.-
-생식은 불연속적 존재들을 위험에 빠지게 한다. 생물체들은 서로 다르다. 출생, 사망을 포함한 그의 모든 사건들에 직접 관계하는 사람은 본인뿐이다. 그는 혼자 태어나며, 혼자 죽을 수밖에 없다. 어떤 한 존재와 다른 존재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으며, 거기에는 단절이 있다. 그 심연은 다른 말로 죽음이라고 할 수도 있다. 죽음은 우리를 어지럽게 하지만,동시에 현혹적일 수도 있다. 불연속적 존재인 우리들에게 죽음은 존재를 이어주는 연속성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해두고자 한다. 왜냐하면 생식이 존재를 불연속성으로 이끈다면 죽음은 다시 존재들을 연속되게 하기 때문이다. 존재의 연속 또는 죽음은 동일한 것에 대한 다른 표현임을 밝히려는 것이다. 존재의 연속 또는 죽음은-
- 공히 현혹적이다. 그런데 에로티즘을 지배하는 것 역시 다름아닌 그러한 현혹이다.-
-9,10,12,13쪽
-우리는 가장 단순한 존재조차도 겪어야 하는 복제 또는 결합을 벗어나지 못함에 괴로워하며 수많은 파도 중의 하나처럼 개체이면서 동시에 전체일 수 있는 존재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음을 괴로워한다. 존재의 연속에 대한 이러한 향수는 모든 사람에게서 세 가지 형태의 에로티즘으로 나타난다.
즉 육체의 에로티즘, 심정의 에로티즘, 그리고 신성의 에로티즘에 대해 차례로 언급하겠다. 내가 그것들을 언급하는 이유는, 존재의 고립감에 존재의 연속감을 불러일으켜주는 것들은 바로 그것들이기 때문이다.--15쪽
-나의 의도는 방대한 에로티즘을 그것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어둠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한 것이었다. 과연 이 엄청난 일을 존재의 깊은 곳, 존재의 심연을 건드리지 않고 해낼 수 있을까?
에로티즘의 영역은 본질적으로 폭력의 영역이며 위반의 영역인데... 우리에게 가장 폭력적인 것은 죽음이다. 불연속적 존재인 우리는 불연속적 존재로 남기를 간절히 원하는데 반해, 죽음은 그것을 여지 없이 짓밟아 버린다. 불연속적 개체란 언젠가 갑자기 소멸하고 마는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일 용기가 우리에게는 없다.
...폭력이 없이 생식을 하는 존재는 상상할 수 없다. 불연속에서 연속으로의 추이는 존재의 전적인 참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폭력, 또는 폭력에 연결된 어떤 막연한 불안이 전 존재를 휘감는다. 불연속적 존재에 가해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의 추이도 상상하기 어렵다.-
-육체의 에로티즘은 대상을 범하는(?) 죽음에 가까운(?) 살해에 가까운(?) 행위일 것이다.
-16,17쪽
에로티즘은 존재의 가장 내밀한 곳, 기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건드린다. 정상(正常) 상태로부터 에로 상태로의 추이는 불연속적 질서, 또는 형태적 존재의 상당한 와해를 전제한다. 이 와해라는 말은 에로 행위와 관계 깊은 방탕이라는 친숙한 표현을 생각나게 한다.
어떤 에로 행위든 에로 행위는 정상적 상태의 상대방--폐쇄적 존재로서의 구조--을 파괴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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