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장하준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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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정치적 안일함에 일침을...

 나의 순진한 정치적 안일함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한미FTA에 대한 문제인식을 다시금 하게 된다.
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 공포의 수준인 무기력과
앞으로 있을 대선에 대한 비관에서 다소 힘을 얻게 된다.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은 "될 사람을 찍어야지" 이런 말을 스스럼이 없이 한다.
그럼 민노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찍어서 되도록 해야지" 이런 말을 가차없이 하고 싶다.
그저 넋 놓고 속수무책으로 있을 게 아니라 순수하게 정치적일 수 있게 이 책은 도와준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을 제대로 보게 된 부분들이 많다.

 이 책
...<<<...이른바 진보주의자들이 김대중 정권을 두고 "전혀 노동자 친화적인 정권이 아니고, 노동자의 삶이 악화되었다"고 하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18쪽
...<<<과거 독재정권이 개입주의적이고 규제를 많이 했기 때문에 개입을 안 하고 규제를 푸는 게 마치 민주주의 같이 되어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재벌 규제 같은 것도 시장의 힘으로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결국 시장이라는 게 뭡니까? 다른 나라의 돈, 즉 국제 금융자본이 결국 시장의 내용을 규정하고 그래서 자꾸 문제가 생기는 건데요....시장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1원 1표 아닙니까? 아무래도 돈 없는 사람한테는 시장 원리에 따라서 뭘 하면 불리한 거죠.>>>...18쪽을 읽다가 보니
 
 10년 전, 김대중 정권 당시 외국투기자본에 의한 국내인수합병이 가속화 될 때 "죽 쑤어 개 준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딱 10년이 지난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10년 전 요맘 때 외환위기시기에 내가 너무 경제공부를 등한시해서 외환위기가 왔나 라는 부끄러움으로 젖먹이 아이를 안고 밑줄 그어 가며 경제 관련 책을 독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
폴 새뮤얼슨이
...<<<시장경제 체제는 불평등을 낳는다. 이때 국가가 필요하다. 모든 규제는 분별 있는 것이라야 한다. 적절한 거시경제 정책도 필요하다. 한국의 문제는 민주주의가 정착하는지, 재벌의 경제적 비중이 줄어들 수 있는지, 중소기업들이 확고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라고 했지만,
외환위기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대중 참여 경제론/김대중>을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는 경제 대통령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김대중 정권이야 말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리라는 미련한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때부터 김대중 정권이 자유시장체제로 치닫는 정책과 세계화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신자유주의로의 편입이 가속화되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주주자본주의 강화로 인한 고용불안 해소 방안으로 복지제도 고안에 대해서 무엇보다 공감한다.
...<<<자영업 비율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요. 되는 게 먹는 장사라고, 경쟁이 심해지니까 망할 확률도 높은데, 그렇게 되면 다른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22쪽
...<<<직장에서 도중에 잘린 사람들이 퇴직금 가지고 치킨집 같은 걸 차린 건데요. 그게 과잉경쟁이 되서 망해버리면 그 사람들은 정말 생계가 막막한 거죠. 그런 식으로 실직자가 생기면 일단 실업보험 같은 것을 통해서 뒷받침을 해주고, 재교육 제도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 사람들이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을 텐데요......개인이 직업을 선택할 때도, 내가 설령 실직하더라도 최소한 밥은 먹고 살 수 있겠다거나 재교육을 받아서 금세 취업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을 때 과감한 선택을 하지,......기본적인 복지국가 개념은 사람들이 하는 직업에 관계없이 다 가능한 거죠. 자기가 일하고 있을 때 세금 내서 그걸 나중에 찾아 쓰는 개념이니까요.>>>...22, 23, 24쪽
이런 부분은 교육과도 직결되는 문제일 텐데, 최소한 열심히 일하면 밥은 먹고 살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보장이 복지차원에서 사회적으로 형성돼 있으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과잉경쟁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보다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시간과 돈을 쓰지 않을까.

 노동자들이 농성과 파업을 할 때 불법이라고 엄단할 것이 아니라 경제의 주체인 노동자들을 옥죄는 법이라면 법이 뭔가 잘못됐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특히 한미 FTA에 있어서 의료부분이나 국가투자자소송제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에 관련한 한미 FTA에 대한 장미빛 선전과 진실사이를 알게 되니 온 몸이 오싹하는 공포마저 느낀다. 이렇게 중요한 국가적인 협상을 하면서 그 기제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냅두면 된다라는 논리가 숨어 있다니 얼마나 무서운지. 시장이 주체가 아니라 영역이라면 그 영역과 내용을 형성하는 데 시장의 실패는 있을 수밖에 없다면 공동체적인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나를 깨게 해주고 많은 것들을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라 제대로 읽는 의미에서 리뷰를 쓰고 싶었다. 다른 경제관련 책에 비해, 장하준 선생님이 어렵게 느껴지던 경제문제를 우리 현실문제와 연결해서 풀어놓아서 훨씬 이해도 쉽고 재밌다. 게다가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저자 지승호씨로 인해 문제의 핵심을 잘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책 후반부에 <특별대담, 장하준 vs 정태인, 한미 TA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가 한미 FTA에 대해서 쉬운 이해를 도와준다. 좋은 책이라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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