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지개, 책 서문에 재밌는 표현이 있다.
ㅡㅡ한국인과 일본인 안의 ㅡ타인들ㅡ이 한국인과 일본인을 묶는다ㅡㅡ


29쪽,30쪽,31쪽ㅡ
7~10세기 한국어와 지금 한국어의 차이는 지금의 한국어와 일본어의 차이보다도 작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어와 일본어는 다르게 읽지만 같은 한자들로 이뤄진 수많의 단어를 공유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어와 지금의 일본어를 닮게 만든 것은 한국어와 일본어 안에 있는 외래요소들, 한자로 이뤄진 형태소들이다. 거기다가 영어를 비롯한 유럽어들에서 차용된 많은 단어를 더해야 한다. 서울 거리와 도쿄 거리를 닮게 한 것은 서울과 도쿄가 공유하고 있는 외래요소들, 즉, 서양식 건물들이다. 서울 속의 서양과 도쿄 속의 서양이 서울과 도쿄를 닮아 보이게 한다. 그러니까 서울 풍경과 도쿄 풍경은 외래 풍경을 시간차를 두고 받아들이면서 닮아졌다. 현대 한국문화와 현대 일본문화도 마찬가지다. 그 두 문화에 닮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두 문화가 함께 중국이나 서양에서 받아들인 문화 때문일 것이다. 사실 고유문화와 외래문화의 구별이라는 것도 긴 시간대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고유문화라고 부르는 대상은 대부분 조금 일찍 받아들인 외래문화일 뿐이니 말이다. 한국인들이나 일본인들은 한자나 한문을 외래문화로 여기기보다 고유문화로 여긴다. 그러나 그것들은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서양문화보다 일찍 받아들인 외래문화일 뿐이다. 그 외래적인 것들이 한국과 일본을 닮게 만든다.
♡♡결국 한국인과 일본인 안의 ㅡ타인들ㅡ이 한국인과 일본인을 묶는다. %%
ㅡㅡㅡ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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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세기 향가 작가들이 몰랐던 수많은 사람이 내 속에 있듯, 내 한국어 속에는 그들이 몰랐던 수많은 외래요소가 있다. 내 한국어가 감염된 언어인 만큼, 나는 감염된 인간이다. 영어와 영국인도, 프랑스어와 프랑스인도, 일본어와 일본인도 마찬가지다. 그 언어들은 감염된 언어고, 그 언어를 쓰는 이들은 감염된 사람들이다. 이 행성에 순수한 자연언어는 없고, 순수한 문화도 없고, 순수한 문명도 없다. 그래서 순수한 인간도 없다. 지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지구 문명은 여러 이질적 문명들이 혼재된, 감염된 문명이다. 튀기 문명이다.
ㅡㅡㅡ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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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인간이란 세계시민이라는 뜻이다. 나는 세계시민이다. 독자들이 세계시민이듯. 우리 안의 타자들이 우리를 서로 닮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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