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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친구들과 모임이 있고 자정이 지나 집에 도착했지만, 동생의 부탁으로 늦은 밤이지만, 대낮처럼 밝아 가게를 가려고 밖으로 나온 적이 있다. 횡단 보드 건너에 가게가 있어 횡단 보드 앞에 서 있는데 쌩쌩 달리는 차들에 조금 위압감을 느꼈다. 그러나 파란불에는 분명히 멈출 거라는 생각에 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고 파란불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파란불이 되고 2초의 시간을 기다리고 건너려고 할 때 무섭게 달려오는 차를 본적이 있다. 다행히도 그는 내 앞에서 멈추었지만, 만약 멈추지 못했다면 분명히 사고가 났을 것이고 이 책에 나왔던 교통경찰이 사건 현장으로 출동했을 것이다.
붉은색 배경으로 눈을 가리는 한 여자와 까만 새, 공중전화, 흐릿한 아파트 사이로 서 있는 온통 검은 남자까지.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린 히가시노의 소설집의 표지는 생각보다 무서웠다. 난 그 표지를 생각지도 못하고 어젯밤 잠들기 전에 읽을 책을 먼저 골라 머리맡에 두었다. 그러나 자려고 모든 불을 껐을 때 이 책의 표지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고 머릿속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겨우 하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여섯 편의 단편 중에서 읽으면서 그 반전에 너무 놀란 단편이 있었다. 작가의 말에도 자신이 그 단편을 쓰면서 독자가 깜짝 놀라는 얼굴이 떠올라 흐뭇했다던 교통사고로 오빠를 잃었지만, 같이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가 자신이 피해자라며 우기고 운전하던 오빠까지 잃은 맹인 소녀의 천재적인 청력과 기억으로 사건을 풀어낸 "천사의 귀"와 초보운전자를 놀려주려고 천천히 운전하는 운전자에게 차를 바짝 들이밀며 장난치며 사고를 일으키지만, 도와주지도 않고 도망치고 그 대가로 엄청난 누명을 뒤집은 쓰게 된 남자의 이야기인 "위험한 초보운전" 이렇게 두 편이 나를 충격 속으로 밀어 놓았다.
그 외의 단편들도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횡단 보드가 아닌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찻길을 건너는 사람, 차를 타고 가면서 창문으로 통해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차도 하나 지나가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 불법주차하는 차량, 그리고 사고를 냈지만, 다른 이유로 다른 사람이 가해자가 되어버린 사건 사고들까지 모든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모든 일이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난 단편소설을 싫어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이번 단편들은 재미있으면서도 독특했고 사건이 풀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면서도 우연히 다른 사람으로 말미암아 사건이 풀리는 이야기들에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교통사고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사건들도 있고 요즘은 특히 뺑소니 사건이 제일 많다. 작가는 뺑소니는 사람의 도리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 뺑소니만큼은 다루지 않겠다는 말에 그의 됨됨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정말 이제는 뺑소니 차량이 없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작가의 의도대로 모든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모범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