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은 아이들을 물드는 존재‘라고 하셨다. 따라 배우는 존재,
모방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네 살부터 열세 살까지는 뭐든 따라 하고,
보는 그대로 흉내 내는 시기다. 아이를 검소하게 키우고 싶으면 엄마아빠가 검소하게 살아야 하고, 아이를 예의 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하셨다.
살아 보니 이 말씀이 딱 맞다. 아이는 부모가 한 행동을 보고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한다. 사춘기가 된 아이가 부모에게 반항하고 불만을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모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바르게 살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강요하기 때문 아닌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것을 잘 몰랐다가, 중학생이 되어 사리를 분별할 수 있게 되면부모의 삶이 언행일치가 되는지 평가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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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잠열()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얼음을 가열하면 영하에서 온도가 올라간다. 열을 가하는 것에 비례하여 계속 올라가다가0도가 되면 멈춘다. 열을 가하는데도 온도가 올라가지 않고 일정 시간그대로 있다. 이때 열이 어딘가로 새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온도 변화가 없는 이유는 얼음이라는 고체 상태에서 물이라는 액체 상태로 바뀌는 데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0도의 얼음 1g이 물로 바뀌려면 80cal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것이
‘짐열‘이다. 잠열은 겉보기에는 온도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상태를 바꾸는 데 들어간 에너지다. 허무하게 사라진 것이 아니다. 낭비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얼음이 물로 상태가 완전히 바뀌고 나면 물의 온도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 현상은 물이 기체가 될 때 또 한 번 나타난다. 물이 100도가 되어도 한참 동안 계속 가열해야 수증기가 된다. 이렇게 액체에서 기체가 되는데 539cal/g의 기화열이 필요하다.
뇌에도 잠열 현상이 있는 것 같다. 뇌의 구조가 바뀌느라 겉보기에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말이다. 흔히 "열심히 노력했는데성과가 나지 않아요." 하는 아이들 중에는 이 잠열 현상 중에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얼음이 물로 바뀌려면 상당히 많은 열량과 일정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듯 뇌도 그렇다.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까지는 헛돼 보이는 노력의 시간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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