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마침 끝없이 푸른 가을 하늘에 석양이 비꼈으나, 다만 창공에 닿을듯이 빼어난 빛과 제 몸에서 우러난 윤기와 자태가 없음을 느끼고 다시 한번 금강산을 위해 장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로 상류에서 노를저어 배를 타고 내려오면서 두미강 어귀에서 한양을 바라보니 삼각산의모든 봉우리가 깎은 듯이 파랗게 솟구쳤다. 엷은 내와 짙은 구름 속에 아리따운 자태가 밝고 곱게 나타나고, 남한산성의 남문에 앉아 북으로 한양을 바라보니 마치 물 위의 꽃, 거울 속의 달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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