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어떻게 불안을 선택하는가 - 가짜 위험에 속지 않고 뇌의 주도권을 잡는 법
캐서린 피트먼.윌리엄 영스 지음, 이초희 옮김 / 브리드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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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과 강박에 시달린다. 다만 병원을 찾을 정도가 아니니 그저 버티고 견딜 뿐이다. 나도 가스레인지 불과 문 잠금에 있어선 약간의 강박이 있다. 하루는 아파트 동 전체에 매캐한 탄내가 진동하기에 어디서 불이 났나 싶었다. 급히 경비실에 연락을 했더니 가스불을 잊고 외출을 한 어느 집 때문이라고 한다. 어허, 뭔 급한 일이 있다고 요리하다 말고 집을 비워. 다행히 관리실로 연락이 와 가스불은 경비가 그 집 도어 문을 열고 들어가 껐다고. 자칫 저녁 뉴스에 나올 뻔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캐서린 피트먼과 윌리엄 영스는 《뇌는 어떻게 불안을 선택하는가》(브리드북스, 2026)에서 불안과 강박 증상이 우리 뇌 회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헤치고, 뇌의 '신경 가소성'을 활용해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불안/강박 치료법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불안과 강박적인 사고가 성격의 결함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회로에 발생한 일시적인 시스템 오류라고 강조한다.

구석기 시대를 벗어난 지 무척 오래되었지만, 우리 뇌는 그때와 별 차이가 없다. 불안과 공포가 만들어내는 생리적 회로 역시 아득한 원시 상태 그대로다. 위험에 직면하면 발동되는 '도망치거나 싸우거나 반응'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뇌과학에 따르면, "강박 장애의 주요 원인이 전두엽, 기저핵, 그리고 전두엽과 편도체의 연결 회로에 있다". 이 부위들은 사고,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네트워크로, 이 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생각과 행동이 반복 루프에 갇히게 된다. 즉 '강박적 사고, 불안, 행동'의 삼각 루프다.

강박장애 뇌는 위협을 과대평가하고 생각과 느낌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위협을 감지하는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편도체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대뇌 피질 경로다. 본능적인 생존 기제인 편도체 경로는 위험 감지 속도를 담당하고, 대뇌 피질 경로는 위험 감지 정확도를 담당한다. 본래 인간의 생존을 위해 설계된 이중 안전장치인데, 강박 장애에선 두 체계가 오작동한다. 대뇌 피질이 위험을 인식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나친 각색을 하게 되고, 편도체는 실제 위협이 없어도 이를 진짜 위험으로 오인하고 비상벨을 울리며 몸 전체에 불안 반응을 일으킨다.

물론 '유전 대 환경'의 논쟁 측면에서 본다면, 강박 장애는 유전적 소질과 환경적 경험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강박적 사고는 대체로 오염, 질서와 대칭, 폭력과 공격성, 완벽주의, 종교와 성 같은 특정 주제에 집중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박 행동도 확인, 세기, 청소, 묻기, 정리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자, 이렇게 강박 장애와 불안 장애가 발생하는 기전을 파악했다. 이젠 역으로 그 치료를 물색할 차례다. 먼저 편도체에 개입해야 한다. 편도체가 위협을 감지하면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투쟁·도피·경직 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흥분한 편도체를 진정시키려면 부교감 신경계를 의도적으로 활성화하는 게 최우선이다. 심호흡이나 근육 이완, 명상, 요가, 이미지 트레이닝처럼 이완을 촉진하는 기술이 편도체를 진정시켜준다.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 찰리 브라운에게 알려주고픈 꿀팁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대뇌피질을 공략하는 것인데, 이는 마음챙김처럼 좋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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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2025
일러스트레이터 142명 지음, 히라이즈미 코지 엮음, 박유미 옮김 / 잇담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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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람의 창의성은 빛나는 보석"이란 슬로건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 슬로건은 '보석'과 '손'을 모티브로 한 엠블럼으로 형상화된다. 그렇다, 두 손으로 창조한 빛나는 보석이 바로 드로잉과 회화다. 엠블럼을 만든 일러스트레이터 네코쇼군은 '손으로 직접 그리는 아날로그의 유일성'에 주목했다고 한다.

세월이 검증한 고흐나 피카소 같은 대가들의 명작이 우리의 예술적 감수성과 심미안을 키워 주는 양식이지만, 우리와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일본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의 대표작을 정선한 작화집 『ILLUSTRATION』 시리즈도 만만치 않다. 단순 도록이나 팸플릿 차원을 넘어선 책인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 분명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이지만 예술적 감성과 미적 기법이 남다르다. 하나같이 솜씨 있는 매혹적인 아티스트들이 아닐 수 없다.

책 표지는 화사한 '봄날의 여신'을 닮았다. '겨울왕국'의 엘사가 초록 수풀의 여신으로 거듭난 것 같다. 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야시로 나나코의 작화인데, 책의 일반판은 금색 배경의 여성이 나오고, 특별판은 검은색 배경의 남성이 나온다. 봄날의 여신과 남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1998년생인 야시로 나나코는 "주로 아크릴 구아슈를 사용해 동식물이나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모티브를 그린다"라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평소 어반 스케치나 애니 작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인물과 배경을 구상하는 법이나 다양한 색채를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스케치의 세계에 갓 발을 담근 나도 마치 명절날 종합선물상자를 받는 듯한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 소개는 알파벳 순서인데, 왼쪽 상단에 작가명, 트위터,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이메일, 일러스트 도구가 기재되어 있고, 하단에는 프로필과 코멘트가 있다. 아카바네 부기우기, 가리타, 고마야라 아키라의 그림에서 시티팝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느낀다면, 에나이의 그림에선 문득 '메종일각'의 타카하시 루미코가 연상된다. 가야 히로야와 가와베 시온의 그림은 파스텔 색감의 예쁘고 귀여운 '다꾸 스타일'에 가깝고, 가와조에 무쓰미와 고나가이 가오루의 그림은 문구 덕후가 정말 좋아할 만한 소재다. 잉크 발색지에 나올 법한 뚱뚱한 고양이와 마스킹테이프에 활용할 만한 그림체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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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역사 - 마음과 행동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다
니키 헤이즈 지음, 최호영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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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품격'을 지향해야 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양심을 지키고 품격을 기를 수 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서구 심리학이 잘 다루는 분야는 본성, 성격, 성향, 기질, 인지, 기억, 행동, 태도 등이다. 요즘 동물행동학이나 진화생물학에 기반해 인간의 본성과 기질을 살피거나 실험하는 과학적 연구가 유행이지만, 본능적인 욕구나 성향 차원을 뛰어넘어 인간다운 품격을 함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도를 제시하는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내 나름 인본주의 심리학의 '제2의 르네상스'를 기대해본다.

영국의 심리학자 니키 헤이즈가 서구 심리학의 역사를 간술하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연대표로 보는 심리학의 역사'가 정말 일목요연하다. 첫눈에 서양 심리학의 시원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의 인간관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성격심리학은 갈레노스의 성격유형론으로 대변되는 고대 로마의 의학적 인간관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대 심리학의 황금기는 대중에게 친숙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아니라 존 브로더스 왓슨을 비조로 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이었다. 모름지기 과학 연구의 헤게모니는 유럽이 아닌 미국이 꽉 잡고 있기에 그러하다.

1913년 '괴짜' 왓슨은 「행동주의자 선언서」를 발표하는데 이는 유전론자, 정신분석가 및 경험과 정신 활동을 탐구하던 '구식' 심리학자들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 없었다. 향후 반세기 이상 심리학의 방향을 주도한 왓슨의 행동주의는 '유전자 대 환경' 혹은 '본성 대 양육' 논쟁에서 극단적인 환경(양육) 우세론 쪽이다. 가령 왓슨은 자극-반응 학습을 강조한 행동주의 심리학의 방식으로 열두 명의 아기를 키운다면 아기의 유전적 특성과 상관없이 의사든 변호사든 거지든 도둑이든 모든 종류의 전문가로 키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내가 태어난 1970년대엔 이렇게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행동주의가 '멋진 신세계'를 꿈꾸며 심리학의 권좌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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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할 필요 없는 삶에 대하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노윤기 옮김, 로빈 워터필드 편역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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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 철학자'란 칭호로 불린다. 전쟁터에서 써 내려간 그의 비망록 『명상록』은 황제나 귀족의 견해와 태도보단 오히려 철학자나 구도자의 색채가 더욱 짙다. 마르쿠스의 철학적 토대는 평정심을 강조한 스토아주의다. 마르쿠스는 운명애, 회의주의, 공동선과 세계시민주의와 같은 덕목과 가치관을 강조했다. 공자가 평소에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다면, 마르쿠스는 "전쟁이나 평화, 혹은 사랑과 우정과 성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거나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내가 『명상록』을 접한 지도 사십여 년이다. 『명상록』이 처음엔 각 잡고 읽어야 하는 '공부책'이었지만 지금은 내 삶에 소소한 위안을 주는 다정한 '친구책'이다.

여전히 이런저런 다양한 판본의 『명상록』을 들춰보곤 하는데, 이번엔 고대 그리스 철학과 역사 번역의 대가로 알려진 로빈 워터필드의 편역본을 택했다. 『명상록』이란 고답스런 제목 대신에 『두려워할 필요 없는 삶에 대하여』란 꽤나 자기계발스러운 제목이다. 스토아주의가 강조한 네 가지 기본 감정(기쁨, 두려움, 슬픔, 욕망) 가운데 특별히 '두려움'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맘에 와닿는다.

요즘 뉴스를 보면 실존적 불안감에 허물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편역자의 말처럼, "마르쿠스의 사유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문제들을 깊이 파고든다." 스토아 철학에 기반한 마르쿠스의 글은 영혼의 불안을 다스리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실용적인 처방전이 아닐 수 없다. 자, 스토아 현자의 글을 한 대목씩 필사하면서 자아, 타인, 세상을 성찰하고 공동체 감각을 키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다음의 글은 어떠한가.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지금 처한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곁에 있는 이에게 바르게 행동하고,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생각을 다스리는 일이 그것이다."(31쪽)

지금 한국 사회는 공동체 감각이 많이 무너져 있다. 공동체 감각은 기본적으로 자기수용과 타자신뢰의 기반 위에 세워지는 법이다. 자기수용이란 지금 처한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일이고, 타자신뢰란 곁에 있는 이에게 바르게 행동하는 일이다. "철학한다는 것은 관점의 유연성을 기르는 훈련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인 마르쿠스는 전쟁과 전염병의 환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차분히 성찰하고 관점의 유연성을 성실히 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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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강아지
조지아 라슨 지음, 그레이스 헬머 그림,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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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은 이중의 매력이 있다. 예술로 말하는 예술, 그림으로 말하는 그림이란 점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림책이 어린이의 미적 감각을 키우는 교양서 역할도 하고, 예술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시회장의 도록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조지아 라슨의 그림책 《고흐의 강아지》(아르카디아, 2026)는 가난한 예술가의 대명사이자 비운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 만약 반려견이 있었다면 어땠을지를 소재로 삼았다.

점박이 강아지 '써니'의 존재를 통해 어린 독자들은 고흐의 명작들을 두루 감상하게 되는데, 〈노란 집〉, 〈까마귀가 있는 밀밭〉,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론 강 위에 별이 빛나는 밤〉, 〈침실〉 등 대표작 9점이 소개된다. 어린 독자들이 반 고흐의 명작에 눈도장을 찍는 일은 기쁘지만 불필요한 오해는 없었으면 싶다. '고흐의 강아지' 써니가 불타는 밀밭과 별이 빛나는 밤의 안내자 역할로 나서지만, 써니가 일으킨 일련의 소동과 기적은 작품의 원래 맥락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가령 〈별이 빛나는 밤〉은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요양 중이던 고흐가 침실 오른쪽 창문을 통해 바라본 6월의 밤을 표현한 것이지 써니를 뒤쫓다 우연히 올려다본 별천지가 아니다.

이 그림책을 보고 나서 고흐의 명화가 전시된 미술관이나 프랑스 남부의 도시 아를에 가보고 싶어하는 어린 독자들이 있을 법하다. 아를 시절은 고흐의 창조적 열정과 강렬한 색감이 폭발한 시기로, 1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2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고흐의 그림 대부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오테를로에 있는 크륄러 밀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고흐의 조카 빈센트가 기증한 작품들은 반 고흐 미술관에, 고흐의 예술성을 일찍 파악한 네덜란드의 예술 후원가 헬렌 크륄러 밀러가 사들인 작품들은 크륄러 밀러 미술관에 있다.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을 보려면 반 고흐 미술관으로, 12송이 〈해바라기〉를 보려면 독일 뮌헨의 노이에 피나코텍으로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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